3분 만에 끝난 국정원장 사과문 발표…거취는 침묵

posted Apr 15,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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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감 흐르는 국정원
긴장감 흐르는 국정원
(서울=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이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서류조작 관련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15일 오전 서울 내곡동 국가정보원에서 한 관계자가 출입문을 지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신영 기자 = 15일 오전 국가정보원 내곡동 본원.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의 대국민 사과 성명 발표는 단 3분 만에 끝났다.

 

남 국정원장은 이날 오전 10시 정각에 국정원 브리핑실에 들어선 뒤 먼저 한차례 고개를 숙였다.

 

그는 "증거 조작 혐의로 국민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 머리 숙여 깊이 사과 드린다"면서 한 차례 더 고개를 숙였다.

 

남 원장은 원장으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있고, 뼈를 깎는 개혁을 추진하겠다면서도 이번 사태를 '일부 직원'의 일로 한정했다.

 

증거조작 사건과 관련한 구체적 언급은 피하는 대신 북한의 4차 핵실험과 무인기 사건을 거론하며 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상황이 엄중함을 강조하는데 시간을 할애했다.

 

남 원장은 사과문을 담담하게 낭독한 뒤 서둘러 회견장을 빠져나갔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취재진과의 질의응답은 생략됐다. 기자들이 "질문 하나 하겠다"며 말을 꺼냈으나 남 원장은 그대로 브리핑실을 떠났다.

 

대국민 사과하는 남재준 국정원장
 

사과문에는 이번 사태가 왜 불거졌고 이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어떤 책임을 지겠다는 것인지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남 원장의 입장 발표는 전날 밤늦게 전격적으로 결정됐다.

 

국정원은 전날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에 법조 출입기자단에 문자를 보내 내곡동 본원에서 남 원장이 입장을 발표할 것이라고 알렸다. 거취 문제와는 관련없는 대국민 사과 내용이라고 전하면서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국정원은 이날 오전 9시께 취재진을 위한 버스 2대를 서울중앙지검으로 보냈고 버스에 오르는 기자들 한명 한명을 상대로 꼼꼼히 신원 확인을 했다.

 

노트북과 휴대전화는 카메라 부분에 붉은색 보안 스티커를 붙인 뒤에야 국정원 내부로 반입이 허가됐다.

 

내곡동 국정원 건물에 도착해서도 이중, 삼중으로 신원과 반입물품을 확인하느라 2층에 마련된 브리핑실로 들어가는 데만 30여분이 걸렸다.

 

2층 브리핑실로 가는 길목에는 검은색 정장을 입은 국정원 직원들이 곳곳에 서서 기자들의 동선을 통제했다.

 

증거 조작 사태와 관련해 남 원장이 직접 입장을 내놓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30여개 언론사 소속 기자들이 브리핑실을 가득 채웠고 방송 중계차와 카메라 기자 등도 빼곡히 자리했다.

 

국정원 대변인은 남 원장의 입장 발표에 앞서 장내 정리를 하면서 질문은 받지 않겠다는 점을 재차 통보했다.

 

그는 '질문을 받지 않을 거라면 기자들은 왜 불렀느냐'는 항의에 대해 "사과 성명을 발표하는 자리"라며 "일문일답은 이번 자리의 성격에 맞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국정원장의 입장 발표는 결국 사건과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 없이 일방적으로 성명을 읽어내려가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책임을 지고 옷을 벗은 국정원 고위층은 서천호 2차장에 그쳐 '꼬리자르기' 지적은 불가피해 보인다.

 

eshiny@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4/04/15 11:56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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