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씨 화상 참사로 불붙은 '장애등급제' 논란

posted Apr 15,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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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쪽은 지난 10일 장애등급심사센터 앞 기자회견에 참석한 송씨 모습, 오른쪽은 지난 13일 중환자실에 있는 송씨의 모습. (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제공)
 

정부, 개별 수요 고려한 장애종합판정 2016년 도입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 지난 13일 서울 성동구 하왕십리 연립주택에서 난 불로 장애인 송국현(53)씨가 중태에 빠진 사실이 알려지면서 현행 '장애등급제'의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다시 커지고 있다.

 

단순히 의학적 기준에 따라 일단 높은 장애등급(경증)이 매겨지면, 장애인에게 가장 필요한 활동지원 서비스를 신청할 자격조차 주어지는 않는 등 미비점이 너무 많다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정부도 현행 도식적 등급체계를 폐지하고 개별 장애인의 수요와 사회·환경 요인 등을 반영한 '장애종합판정체계' 구축을 서두르고 있다.

 

◇ 거동 불편해도 장애 1·2급 아니면 활동보조·방문간호 지원 못 받아

 

현행 6단계의 장애등급이 결정되는 절차는 다음과 같다. 몸이 불편한 사람이 장애등급을 받기 위해 읍·면·동 주민센터에 신청하고, 필요한 진단서 등 서류를 갖춰 제출하면 국민연금공단은 2명이상의 의사가 참여하는 의학자문위원회를 열어 등급을 정한다.

 

의학자문회의에는 외과·내과 등 15개 전문과목의 자문의사 973명과 상시 근무하는 장애심사 전문위원 6명이 참여하고 있다.

 

13일 사고로 화상을 입은 송 씨는 이 같은 과정을 거쳐 종합 중복 3급 장애 판정(뇌병변장애 5급·언어장애 3급)을 받았다. 송 씨는 작년 10월 장애인생활시설에서 나와 독립했지만, 오른쪽 팔다리가 마비된 상태인데다 언어장애가 심해 사실상 타인의 도움을 받지 않고는 생활이나 외출이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송 씨와 같은 3급 장애인은 ▲ 활동보조(신체·가사·사회 활동지원) ▲ 방문간호 ▲ 방문목욕 ▲긴급활동지원 등의 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는 점이다. 현행 장애인 '활동지원 서비스' 기준에 따르면 '읍·면·동 국민연금지사에 서비스를 신청한 등록 1~2급 장애인 중 방문조사를 통해 활동지원인정 점수 220점 이상을 받은 자'만 최대 약 100만원(기본급여)에 이르는 서비스 비용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송씨가 활동지원 서비스를 받아 옆 방에 살던 1급 장애인처럼 보조인과 함께 외출만했어도 비극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탄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에 따르면, 심지어 송씨는 참사 불과 3일전인 10일 서울 광진구 국민연금공단 장애등급심사센터 앞에서 열린 장애등급제 폐지 기자회견에 참석한 뒤 직접 센터측에 활동지원을 받을 수 없는 자신의 등급에 이의를 제기하는 과정에서 공단측 관계자들과 충돌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번 확정된 장애등급 때문에 어려움을 겼고 있는 장애인은 비단 송 씨만이 아니다.

 

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소개한 사례를 보면, 인천시 거주 민 모(52)씨의 경우 2007년 심장장애 3급, 2009년 좌측 마비로 뇌병변장애 2급 판정을 받은 중복 1급 장애인이다. 하지만 2012년 10월 재판정 결과에 따라 장애등급이 뇌병변장애 5급으로 바뀌면서 활동지원 신청 자격 뿐 아니라 장애인연금 대상에서도 빠졌다. 활동지원을 기대할 수 없는 만큼 요양시설에서의 독립은 꿈도 꾸기 어려운 형편이다.

 

연대측은 이처럼 장애 1~2급에 해당하지 않지만 활동지원 서비스가 꼭 필요한 장애인 수가 37만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 정부 "3급도 활동보조 받도록 서비스 단계적 확대…개별 수요 고려한 장애종합판정 2016년 도입"

 

정부도 의학적 기준에 바탕을 둔 현행 지체장애·청각장애 등 15가지 유형, 유형별 1~6급 분류 제도 아래에서는 불가피하게 수요에도 불구, 지원이 미치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생길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보건복지부는 되도록 빨리 중증 장애인 보호를 위한 활동지원 제도를 개편해 현재 1·2급으로 제한된 신청자격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3급 이하 장애인 1만5천여명도 추가로 혜택을 받도록 조처할 방침이다.

 

나아가 중장기적으로는 대통령 공약대로 현행 신체 기능 중심의 기존 장애등급 체계를 완전히 없애고, 장애인 개별 수요와 근로 능력, 복지 욕구 등을 반영한 '장애종합판정체계'를 구축, 이르면 2016년부터 적용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최근 정부는 장애인단체, 학계 등과 함께 '장애종합판정체계 개편 추진단'을 구성했고, 이를 중심으로 곧 장애를 종합적으로 판정하는 도구와 모형을 개발하기로 했다.

 

한편 이번 사건으로 '활동지원 서비스도 받을 수 없는 불합리한 장애등급 판정을 내린데다 송 씨의 이의 제기도 묵살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국민연금공단은 사실 관계 해명에 나섰다.

 

국민연금공단은 보도자료를 통해 "송씨의 경우 장애 3급으로서, 현행 기준에 따라 장애인 활동지원 급여 신청대상이 아니다"라며 "장애 1·2급 중증 장애인에 적용하는 장애인 활동보조인 지원 여부를 연금공단이 임의로 거절하거나 제공할 권한이 없다"고 해명했다.

 

또 송 씨의 이의 신청을 제지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원칙적으로 공단은 심사결과에 대한 이의를 접수하는 기관은 아니지만, 지난 10일 장애인 당사자의 편의를 위해 이의 제기를 받고자 했다"며 "그러나 당일 장애인단체 60여명이 집단으로 공단 장애심사센터를 방문해 시위하자 건물주가 피해를 막기 위해 경찰의 도움을 받아 (송 씨 등의) 진입을 차단한 것"이라고 밝혔다.

 

shk999@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4/04/15 14:54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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