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프로듀서, '힙합전설' 투팍 노래로 브로드웨이 간다

posted Apr 14,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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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 프로듀서'로 브로드웨이 진출하는 신춘수 오디뮤지컬컴퍼니 대표(사진제공=오디뮤지컬컴퍼니)
'책임 프로듀서'로 브로드웨이 진출하는 신춘수 오디뮤지컬컴퍼니 대표(사진제공=오디뮤지컬컴퍼니)
 

신춘수 오디뮤지컬컴퍼니 대표, 내달 '책임 프로듀서'로 데뷔

별명 '돈키호테' 신 대표의 이번 키워드 "도전 아닌 성공의 열매 맛보고파"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한국 프로듀서가 제작한 뮤지컬이 '세계 공연 시장의 메카' 브로드웨이 무대에 오른다. 게다가 그 작품이 미국의 '힙합 전설' 투팍(2Pac)의 음악을 엮어 만든 것이라면 이야기는 더 흥미로워진다.

 

신춘수(46) 오디뮤지컬컴퍼니 대표는 "투팍의 힙합 음악을 엮어 만든 '할러 이프 야 히어 미'(Holler If Ya Hear Me·내 목소리가 들리면 소리쳐)가 다음 달 29일부터 브로드웨이 중심가에 있는 팰리스 씨어터에서 프리뷰 공연을 시작한다"고 13일 밝혔다.

 

그를 포함해 한국인 프로듀서가 브로드웨이 작품에 공동 프로듀서(Co-producer)로 참여한 적은 몇 차례 있었지만, 책임 프로듀서(Lead producer)로서 직접 개발한 작품을 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리는 한국인은 그가 처음이다.

 

최근 이태원의 한 커피숍에서 만난 신 대표에게 투팍의 힙합 음악으로 뮤지컬을 만든 이유부터 물었다.

 

그는 "투팍의 음악은 시적이고 철학적이며 사회성이 짙다는 점에서 지금까지도 다른 아티스트와 완전히 차별화된다"며 "그의 음악에서 영감을 얻어 더 나은 사회와 미래를 꿈꾸는 사람들의 희망가를 만들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투팍은 흑인의 삶과 젊은이들의 고뇌, 소외계층의 절망을 과격하면서도 문학적인 랩 안에 담아내며 저항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한 뮤지션이다. 1996년 9월 의문의 총격 사건으로 25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고 나서는 신화 같은 존재로 남았다. 그의 음악으로 뮤지컬이 제작된다는 소식이 브로드웨이에 알려지고 나서 미국 한 매체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3%가 '뮤지컬을 볼 의향이 있다'고 답했을 정도로 그의 영향력은 여전히 크다.

 

하지만, 드라마틱하고 풍성한 선율이 주로 쓰이는 뮤지컬에 랩 위주의 힙합 음악은 생소한 게 사실. 게다가 한국인 프로듀서가 미국적 정서가 짙은 투팍의 노래에 깊이 다가가는 것이 가능할까.

 

"뮤지컬은 음악과 대사로 이야기를 전달하는데, 힙합 음악은 이 두 가지가 합쳐져 있죠. 게다가 투팍 음악은 귀에 감기는 멜로디 라인도 있고 흡인력도 굉장합니다. 또한, 이 작품은 투팍의 일대기가 아닌 아웃사이더로 낙인찍힌 두 아이의 꿈과 성장, 희망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한계나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실제 두 차례의 워크숍 공연을 통해 콧대 높은 브로드웨이 극장주들과 투자자들에게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번 공연을 올리게 된 팰리스 씨어터는 타임스퀘어에 바로 인접한 극장으로, 프로듀서들이 늘 줄을 서서 대관을 기다리는 공연장 중 하나다. 1천700석 규모의 대형 극장인데 이번 공연의 최적화된 조건을 위해 1천200석 규모로 객석 공사까지 마쳤다. 제작에는 총 800만 달러 (한화 약 83억원)가 투입됐다.

 

제작팀에는 유명 창작진과 신진이 고루 섞였다. 2010년 토니 어워즈 3관왕을 차지한 연극 '펜스'의 유명 흑인 연출가 케니 리온과 뮤지컬 '위키드'와 '아이다'의 안무가 웨인 실렌토가 극의 중심을 받치고, 연극 '펜스'에 조감독으로 참여했던 토드 크레이들러가 대본을 맡아 브로드웨이 데뷔를 한다. '동양에서 온 미스터 신(Mr.Shin)'과 함께 공동 리드 프로듀서를 맡은 에릭 골드도 TV와 영화 쪽에서 주로 활동해온 제작자다. 신 대표는 "묘하게 구성된 팀 안에 에너지와 열망이 가득하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공연계에서는 이 같은 소식에 '또?'라고 묻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는 '지킬 앤 하이드', '맨 오브 라만차', '그리스' 등 숱한 작품을 히트시킨 국내 뮤지컬계 '간판급' 프로듀서다. 그러나 그는 진작부터 내수 시장의 한계를 말하며 해외 시장의 문을 두드려왔다. "뮤지컬은 숙명적으로 큰 시장, 즉 브로드웨이를 향해 나아갈 수 밖에 없다"는 게 그의 철학이다.

 

그는 2009년 뮤지컬 '드림걸즈'로 브로드웨이에 처음 도전한 이후 '닥터 지바고',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지킬 앤 하이드' 등 다양한 작품의 공동 프로듀서로 미국과 호주 등에서 작업해왔다. 사실 지금까지 뚜렷하게 성공작이라 꼽을 만한 것은 없다. 그러나 그는 "당연한 과정이자 꼭 지불해야 했던 수업료"라고 말한다. '도전'과 '고(go)'를 외치는 그에게는 그래서 늘 '돈키호테'란 별명이 붙어 다닌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 그는 "지금까지 키워드는 언제나 도전과 꿈이었지만, 이제는 성공이란 열매를 간절하게 맛보고 싶다"고 말했다.

 

"'브로드웨이 첫 입성'과 같은 타이틀은 이제 제게 중요하지 않아요. 예전에는 그저 도전하고, 부딪히는 것 자체가 행복이었지만, 이제는 정말 성공 스토리를 만들어 내고 싶어요. 제 개인적인 성취이기도 하지만, 한국의 많은 후배와 창작진에 좋은 선례를 남기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향후 그의 일정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그는 오는 20일 미국으로 출국해 21일부터 시작되는 리허설을 지켜볼 예정이다. 다음 달 프리뷰 무대가 시작되면 다시 한국에 돌아와 오는 7월 서울에서 초연 예정인 뮤지컬 '드라큘라'를 진두지휘해야 한다. 이후에는 '지킬 앤 하이드' 10주년 기념 공연도 준비할 예정이다.

브로드웨이 공연을 목표로 작업 중인 뮤지컬 '스핀' 등도 더 다듬어 나가야 한다.

마흔 중반의 나이에도 여전히 소년 같은 얼굴이 남아있는 그다. 그를 여전히 이렇게 꿈꾸게 하고, 동시에 이토록 갈증나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최종 목표요? 관객에게 오랫동안 사랑받을 수 있는 작품을 만드는 좋은 프로듀서가 되는 거죠. 세상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는 생명력 있는 수작을 남기고 싶습니다."

 

sj9974@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4/04/14 10:54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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