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인형극단 '모두' 이주여성 자립의 꿈 일군다

posted Apr 09,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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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인형극단 '모두' 협동조합
다문화 인형극단 '모두' 협동조합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다문화 인형극단 '모두' 협동조합. 결혼이주여성들이 결성한 이 협동조합은 인형극 공연을 통해 결혼이주여성들의 경제적 자립을 모색하고 있다.
 

11월까지 어린이집 17곳·학교 2곳과 공연 계약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우리 협동조합의 가장 큰 목표는 결혼이주여성들의 일자리 창출입니다. 1기 조합원인 우리들이 열심히 뛰어서 더 많은 이주여성들에게 일자리를 찾아주고 싶어요."

 

다문화 인형극단 '모두' 협동조합(이하 '모두 협동조합')의 벌러르 토야(36) 대표는 8일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이렇게 다부진 포부를 밝혔다.

 

인형극단 모두는 5년 전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의 다문화 도서관 '모두'를 근거지로 만들어진 결혼이주여성들의 친목 모임이었다. 지난해 10월 협동조합으로 조직을 정비해 11월 서울시의 마을기업 지원 대상으로 선정되면서 본격적인 자립의 길을 걷고 있다.

 

여러 나라의 문화를 알리는 차원을 넘어 결혼이주여성들이 일할 수 있는 터전, 경제적인 자립의 길을 모색하는 것이다.

 

올해 초 이문동 주택가에 독립된 사무실까지 마련한 조합원들은 1주일에 서너 차례 모여 인형극을 만들고 공연을 위해 연습한다.

 

7일 오후에는 이문2동 주민자치센터 강당에 모여 조합원과 예비조합원 등 10명이 다국적 공동극 '멋쟁이 할아버지, 심술쟁이 할아버지'를 연습했다.

 

이 극은 한국의 전래동화 '혹부리 영감'에서 모티브를 따와 베트남의 '혹달린 할아버지', 일본의 '혹달린 아가씨' 등 혹과 관련된 다른 나라 이야기를 섞어 만든 것이다.

 

어린이 관객들이 이해하기 쉽게 더 익살스럽게 이야기를 꾸미고 중국, 몽골, 이란의 전통 노래와 춤을 중간 중간에 곁들인 것이 특징이다.

 

"할아버지는 어쩌면 그렇게 노래를 잘하세요?/ 그 혹에서 노래가 나오는 거 아니에요?/ 그럴리가~."

 

도깨비 역을 맡은 필리핀 출신 엠마 포티엔(41) 씨는 대사를 잊어버릴 때마다 종종 손에 감춘 메모지를 흘깃거렸다. 그는 한국에서 10년째 살고 있지만, 영어 강사 일을 하느라 한국어 발음이 아직도 익숙하지 않다. 그래도 그의 얼굴에서는 내내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힘들지만 재미있어요. 우리 문화를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내가 잘 하는 것을 여러 사람과 나눌 수 있다는 게 좋아요. 필리핀에도 축제가 많아서 고향에서도 이런 공연 많이 했어요."

 

이란 출신으로 한국에서 14년째 살고 있는 귀화 한인 이혜란(47) 씨는 인형극 공연을 하며 자신감을 얻었다고 했다. 그는 노래를 잘 하고 춤을 잘 추는 혹부리 영감 역을 맡아 이란 노래와 춤을 멋드러지게 보여줬다.

 

"모두는 동아리 같은 모임이라 좋아요. 한국에 처음 왔을 땐 한국말을 잘 못 해서 집에만 있었는데, 5년 전부터 여기서 활동하면서 성격이 밝아지고 활기가 생겼어요. 아이들이 저의 그런 모습을 보고 더 좋아하더라고요."

 

일본에서 온 아베 미츠코(46) 씨 역시 "처음엔 우리 아이에게 엄마가 튼튼하다는 걸 보여주려고 시작했는데, 하다보니 점점 자신감이 생겼다"며 "여러 나라에서 온 엄마들이랑 친하게 지내고 다양한 문화도 알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회원들이 만든 인형극은 몽골, 일본, 베트남, 이란, 필리핀, 중국 등 나라별로 2-3개씩 총 20여 개나 된다.

 

이렇게 갈고 다듬은 인형극을 이달부터 동대문구의 어린이집과 초등학교를 돌며 본격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올해 11월까지 어린이집 17곳과 학교 2곳에서 한 달에 한 번씩 공연하기로 계약했습니다. 도서관도 여러 군데 공연하기로 이야기가 돼 있고요. 오는 12일엔 세 곳에서 공연이 있어요. 다들 연습하느라 힘들어 하지만, 이제 진짜 '마을기업'으로 시작한 만큼 지역 사회에 기여하고 재정적으로 자립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공연 일정을 전하는 토야 대표의 목소리에 힘이 넘쳤다.

 

다문화 도서관 '모두'에서 활동하다 올해부터 이 협동조합에 합류한 김정연 씨는 "결혼이주여성들에게 일자리를 얻고 경제적으로 자립하는 문제는 현재 당면한 가장 큰 과제다. 한국인 남편들이 나이가 들어가면서 여성들이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 인형극 협동조합의 성공이 절실한 이유"라고 말했다.

 

 

mina@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4/04/08 13:32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