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열차로 그렇게 빨리 가서 뭐하냐고들 했죠"

posted Apr 05,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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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주년 KTX' 산파역 김세호 전 차관
'10주년 KTX' 산파역 김세호 전 차관
(서울=연합뉴스) 이상학 기자 = KTX가 전국을 하나로 만든 지 1일로 10년이다. 경부고속철도의 밑그림을 그리며 개통 당시 철도청장으로 KTX의 산파 역할을 한 김세호 전 건설교통부 차관이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당시 상황 등을 설명하고 있다.
 

'10주년 KTX' 산파역 김세호 전 차관

"20∼30년 뒤 인프라 고민할 때"

 

(서울=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 "개통 준비하느라 하도 고생한 기억 때문에 재작년까지만 해도 KTX를 한 번도 안 탔어요. 직원들이 잠을 못 자서 만성피로에 시달리느라 정말 고생 많이 했죠. 사고 날까 봐 걱정이 많았어요."

KTX가 전국을 하나로 만든 지 1일로 딱 10년이다.

경부고속철도의 밑그림을 그리며 개통 당시 철도청장으로 KTX의 산파 역할을 한 김세호(61) 전 건설교통부 차관을 지난달 31일 서울 종로구 수송동 연합뉴스 사옥에서 만났다.

김 전 차관은 고속철도를 깔자는 구상이 처음 나온 것은 1970년대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회고했다.

"석탄과 시멘트 수송용량의 한계가 올 텐데 어떻게 할지를 놓고 국제부흥개발은행(IBRD)과 우리 정부가 70년대 말과 80년대 초에 논의했어요. IBRD는 경부선을 개량하자고 했고 정부는 '20년 뒤쯤에는 우리도 고속철도가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죠. 일본은 신칸센을 운행하고 있었고 프랑스도 테제베(TGV)를 시작했을 때였으니까요."

그러다 1980년대 중반부터 고속철도 연구가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KTX는 지금은 없어서는 안 될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았지만 당시에는 심한 반대에 부닥쳤다. 정부 내에서부터 막대한 예산을 들여서 고속철을 만들 필요가 있느냐는 의문이 나왔고 여론도 마찬가지였다.

"사회적 공감대를 얻는 것이 가장 어려웠어요. 그렇게 빨리 가서 뭐하느냐고 그랬죠. 당시 신문 보면 적나라하게 나와요. 지금 생각하면 어리석은 이야기죠."

그는 건교부 과장으로 재직하던 1989년 철도청과 함께 경부고속철도 건설계획을 만들어 당시 노태우 대통령의 사인을 받았다. 기획관리실장을 5년간 하면서 장관이 바뀔 때마다 고속철의 필요성을 주장해온 강동석 전 장관 같은 이들이 있어서 결국 고속철도를 만들 수 있었다면서 큰 역할을 한 전직 장관 등의 이름을 읊어댔다.

그는 이후 신공항건설기획단장을 맡아 인천공항 건설을 책임졌으며 노무현 정부가 들어선 2003년 3월에는 철도청장을 맡아 고속철도 건설과 개통 준비 작업에 매진했다.

고속열차가 다니도록 광명∼북대전, 옥천∼북대구 등 일부 구간만 철도를 새로 깔고 나머지 구간은 기존 철도를 개량했다. 새로운 선을 설치하는 일은 고속철도건설공단이 했지만, 개량 사업은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전신인 철도청이 맡았다.

김 전 차관은 "열차가 안 다니는 야간에 4시간만 작업할 수 있었는데 실제 작업 시간은 1시간밖에 안 됐다"면서 "그때 생각하면 끔찍하다. 열차가 들어오는지 모르고 작업하다 다치거나 죽은 사람도 많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이어 "컴퓨터 시스템이 맞물려 있기 때문에 선진국도 개통 6개월간은 정시 운행률이 60∼80%밖에 안 되는데, 우리는 개통 첫날 정시 운행률 91%를 기록해 프랑스나 독일 등에서 깜짝 놀랐다"고 설명했다.

그는 KTX가 틀을 잡은 뒤 철도청장에서 건교부 차관으로 자리를 옮겼다가 공직 생활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대학에서 철도경영 등을 강의하며 여전히 철도와의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지금도 가방에는 외국의 철도 전문 잡지를 넣어 다닌다.

김 전 차관은 "공직생활 내내 고속철도와 신공항 문제를 고민했는데 고속철도 10주년에 만족하지 말고 20년, 30년 뒤의 인프라를 어떻게 할 것인가 생각해야 한다"면서 정책을 입안할 때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제는 (철도 건설과 운영의) 상하분리나 안전, 차량, 근무 시스템 등 철도 전반을 각 분야의 전문가가 평가해봐야 할 때"라면서 "일본은 수시로 평가해 고칠 것은 고치는데 우리는 그런 점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쓴소리는 계속 이어졌다. 그는 "장래 남북통일이나 시베리아 연결까지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 속도만 높이려고 할 게 아니라 고속열차 바퀴 하나라도 제대로 만들 수 있도록 핵심 부품이나 기술을 앞서서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유라시아 철도에 대해서는 "철도를 연결하면 좋다는 이야기만 하는데 물동량이 있을지부터 먼저 분석해야 한다. 북극항로로 배가 다니면 유라시아 철도가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으니 어디까지 투자할 것인지 잘 따져봐야 한다"면서 "중요한 것은 철도와 도로, 항만 시스템을 어떻게 연계할까 하는 것이다. 하드웨어보다도 통관이나 비용 정산, 컨테이너 반환 등의 소프트웨어를 먼저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kimyg@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4/04/01 08:3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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