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주현 "초록마녀와 반년…그래도 작별은 아쉬워요"

posted Apr 01,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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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위키드' 배우 옥주현 (서울=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한국어 초연중인 뮤지컬 '위키드'에서 초록 마녀 엘파바 역을 연기한 배우 옥주현. 2014.4.1 xanadu@yna.co.kr

 

'위키드'로 100번째 무대 서는 옥주현, 5월 마지막 공연도 앞둬

"위기의 순간, 관객이 보내준 박수 가장 기억 남아"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날아올라 중력을 벗어나 하늘 높이 날개를 펼 거야. 날 막을 순 없어."

 

뮤지컬 '위키드'의 1막 마지막. 빗자루를 타고 무대 위로 날아오른 옥주현(34)이 폭발하는 가창력과 에너지로 '중력을 벗어나'(Defying Gravity) 노래를 끝마치면, 관객석 여기저기에서는 탄성이 터져 나온다. 그에게 어쩐지 모를 '비호감'이 남아있던 관객일지라도 어느 순간 그를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된다.

 

오는 4월 11일 초록 마녀 '엘파바'로 100번째 무대에 서는 옥주현을 31일 서울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초록 분장을 지우고 수수한 모습으로 인터뷰 자리에 나타난 그에게 9년 전, 뮤지컬 무대 데뷔 때부터 꿈꿔왔던 역할로 반년 간 살아온 소감부터 물었다.

 

"그동안의 모든 과정이 다 꿈처럼 느껴져요. 어떤 회사에서 '위키드'를 한국에 들여오게 되는지 여기저기 묻고 다녔던 것부터 오디션 과정, 너무도 설레는 마음으로 임했던 첫 연습, 그러나 마음처럼 잘되지 않아 힘들기도 했던 기억 등까지 모든 것이 제게는 차곡차곡 쌓인 꿈이에요. 지금까지도 매회 무대가 긴장되고 설레요."

 

관객은 초록 피부로 인한 편견과 맞서 싸우는 '엘파바'에게서 현실 속 옥주현의 모습을 발견하곤 한다. 걸그룹 출신으로 숱한 오해와 소문, 안티팬에 시달렸던 그다.

 

그 자신도 "'엘파바'가 겪는 편견이 막연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캐릭터 분석이 쉬웠다는 것은 아니지만, 상상 속의 캄캄한 인물이거나 마냥 물음표 같은 존재는 아니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100회에 달하는 무대에 서며 오히려 '엘파바'에게서 그 자신의 모습을 지워갔다. "아직도 무대 위에 오를 때마다 눈물이 많이 나요. 제 경험도 어떤 식으로든 녹아있겠지만, 그 눈물과 노래는 오롯이 '엘파바'라는 캐릭터가 만들어 내는 거예요. 연습할 때는 제 경험과 기억을 더듬곤 했는데, 공연 횟수가 더해갈수록 오히려 '엘파바' 안의 제 모습은 점점 잊게 돼요."

 

공연 기간에는 역할과 무대 안에 최대한 자신을 가둬놓는 것으로 유명한 그다. 캐릭터에 몰입하기 위함이기도 하고, 자신의 공연 컨디션을 최적으로 맞춰놓기 위함이기도 하다. 먹는 것부터 운동, 취미 생활까지 모두 '공연 맞춤형'이다.

 

물은 늘 3리터씩 마시고, 공연 전에는 반드시 필라테스와 발레 수업 등을 받아 몸의 에너지를 깨워 놓는다. 모처럼 쉬는 날에도 "목을 최대한 안 쓸 수 있는 활동 중 가장 재미있는" 도예로 시간을 보내곤 한다. 그는 "'공연 맞춤형'으로 생활을 맞춰놔야 내 마음이 편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비가 오면 기계적 장치 없이도 습도가 적당해져 노래하기가 좋아요. 그런데 제가 비를 내리게 할 순 없어요. 그래서 제가 준비할 수 있는 한에서는 최선을 다하고 싶은 거예요. 기술적인 사고도, 환경적인 요인도 있을 수 있는 상황에서 제 컨디션의 좋고 나쁨까지 공연의 위험 요소로 남겨두고 싶지 않아요. 그러기엔 공연이란 게 너무도 어마어마하거든요. 그 모든 관객분이 큰돈과 시간을 들여 한 자리에 모두 모여 있는 거잖아요. 무대에 서면 설수록 그 의미가 더 크고 무겁게 느껴져요."

 

100회에 달하는 '위키드' 공연 중 가장 기억나는 에피소드를 묻는 말에도 '무대와 관객이 준 감동의 순간'을 꼽았다.

 

"기술적인 문제로 갑자기 공연을 2분가량 끊어갔던 적이 있어요. 10년 가까이 무대에 섰지만, 그런 경험은 처음이었죠. 관객분들로서는 판타지의 세계가 깨지고, 현실 세계로 되돌아오게 되는 순간인 거잖아요. 정말 놀라서 몸에서 온도마저 사라지는 느낌을 받았죠. 너무도 죄송스럽고 걱정되는 마음으로 다시 공연을 시작했는데, 관객분들이 위로 같은 것이 가득 담긴 박수를 마구 보내주시는 거예요. 왈칵 눈물이 났죠. 그날 다시 깨달았어요. 배우들만이 한 배에 탄 게 아니라, 관객분들도 함께 우리 배에서 노를 저어주고 있다는 것을요. 정말 감동적이었어요."

 

그가 무대의 의미를 크게 느껴갈수록, 관객들이 그에게 보내는 신뢰의 크기도 커지고 있다. 그는 티켓 예매 사이트 인터파크가 뽑은 여자 뮤지컬 배우 부문 티켓 파워상을 2년 연속 받았다. '위키드' 자체가 어느 나라에서건 그 나라의 최고 여배우만이 맡는 공연이기도 하다.

 

그는 그러나 웃으며 고개를 젓는다. "뮤지컬 '엘리자벳', '레베카' 등은 함께 했던 남자 배우분들이 워낙 인기가 많은 분들이셨어요.(웃음) 그래서 여배우들이 톱으로 나서는 이번 작품을 앞두고서는 걱정이 되기도 했어요. 제 티켓 타워라는 것이 이제 들통이 나겠구나 했죠. 하하. 그런데 이번엔 작품 덕을 보고 있어요. '위키드'의 힘에 얹혀가고 있어요."

 

그는 오는 5월 초 공연을 마지막으로 '엘파바'와 작별한다. 바통은 뮤지컬 배우 김선영(40)이 넘겨받는다.

 

"6개월 이상 한 작품을 하는 것에 대해 겁이 났어요. 관객들이 너무 지루해할 것 같기도 했고요. 그런데 생각보다 너무 빨리 시간이 흘렀어요. 헤어지기 아쉬운 마음도 드네요. 그래서 제작사 쪽에도 말해뒀어요. 저 졸업하는 거 아니고, 방학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겠다고요. 혹시 급한 일 생기면, 언제든 절 불러달라고요. 하하."

 

그러나 그의 스케줄표는 벌써 빼곡한 것 같다. 가수로서 새 앨범을 준비 중이며, 작년 다이어트를 소재로 한 도서를 발간한 데 이어 필라테스와 발레를 소재로 한 DVD 발매도 앞두고 있다.

 

"'엘파바' 역을 제가 정말 연기하게 될 줄 정말 몰랐어요. 9년 전 뮤지컬 무대에 도전하면서 꿈꿨던 것, 그 이상을 이미 이룬 것 같아요. 더 다양하고 좋은 모습으로 관객분들 앞에 서는 것으로 보답해야 할 것 같아요."

 

sj9974@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4/04/01 06:1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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