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미 "모든 세대를 위한 사랑의 찬가 노래하고파"

posted Mar 31,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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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앨범 '스페로 스페레' 발표…"슬픔을 다독이며 희망을 노래"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같은 음악이지만 듣는 사람의 해석은 각자의 경험과 감성에 따라 다르기 마련이다.

 

'맨발의 디바' 이은미가 최근 발표한 미니앨범 '스페로 스페레'(Spero Spere)가 그랬다.

 

타이틀곡 '가슴이 뛴다'를 비롯해 '마비', '사랑이 무섭다', '괜찮아요' 등 블루스와 록에 기반을 둔 수록곡들은 슬픔의 물기가 가득 배어 있다. 허스키한 그의 솔(Soul) 음색이 폐부를 찌르듯 밀려와 문득 넋을 놓게 된다. 그래서 '숨을 쉬는 한 희망은 있다'는 '스페로 스페레'란 라틴어 제목은 얼핏 역설적으로 느껴진다.

 

최근 마포구 상수동에서 인터뷰한 그는 "슬픔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슬픔을 다독이는 노래들이길 바랐다"며 "조금 찌그러진 사랑도 괜찮다고, 봄은 다시 올 수 있다며 잊어버린 다짐을 다시 꺼낼 수 있도록 포근한 메시지를 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저도 세월을 온몸으로 받아내다 보니 나이 드는 게 공짜가 아니란 걸 절절히 느껴요. 노안이 시작해 노화의 흐름 안에 제가 들어 있다는 것도 충격이죠. 각박하게 쫓기듯 살아내며 때론 친구에게 하소연하면 뭉클하고 살아볼 만하잖아요. 제 음반이 그랬으면 했어요."

 

'흔한 사랑 얘기에 마음이 떨린다, 이제는 흔적도 없을 줄 알았었는데, 다시 세상을 향해 다시 너만을 위해, 가슴이 내 가슴이 뛴다.'(가슴이 뛴다)

 

그는 "어떤 분들은 슬프다는데 난 노래할 때 가슴에서 끓어오르는 게 있어 벅찼다"며 "리버브(음향 장치로 소리의 울림을 좋게 하는 것)를 빼고 날 소리로 불렀는데 너무 감정이 차올라서 녹음 때 어려웠다"고 고백했다.

 

이 곡은 그의 대표곡 '애인있어요'를 만든 작곡가 윤일상과 다시 호흡을 맞춘 노래다. '애인있어요'는 고(故) 최진실의 유작인 MBC 드라마 '내 생에 마지막 스캔들'에 삽입되며 첫손에 꼽히는 그의 대표곡이 됐다.

 

"그 노래는 상처투성이 곡이에요. 저도 우울증의 터널을 벗어날 때 이 노래를 만나 녹음했는데 최진실 씨의 죽음과도 연관된 노래이니 짠하죠. 그 곡으로만 보면 아프지만, 동시대를 살아가는 분들에게 잊히지 않는 한 곡이 있으니 음악가로선 감사한 일이죠."

 

이번에도 윤일상과 작업한 건 단순히 히트를 노린 게 아니다. 좋은 곡을 선곡하는 '작업 우선주의'라는 그는 10대 무명 학생부터 유명 작곡가의 곡들까지 80여 곡을 받았는데 가장 먼저 손꼽히는 게 그의 곡이었다고 했다.

 

"윤일상 씨와 '사랑의 찬가 같은 노래가 우리를 통해 한 곡만 나오면 좋겠다'고 늘 얘기해요. 세대를 초월해서 대한민국 모든 세대가 노래할 사랑의 찬가가 우리에게 한 곡 있으면 얼마나 멋질까 하고요. '가슴이 뛴다'가 그럴진 모르겠지만요. 하하."

 

앨범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곡은 '마비'와 '괜찮아요'다. 그는 작사에 참여한 '괜찮아요'의 한 소절을 흥얼거리고는 "'우리 지금 이대로 또 이대로 무뎌지다 무너져 버리면~' 부분을 내가 썼는데 노래할 때 자꾸 목이 턱턱 막히더라"고 했다.

 

자신이 온몸으로 토해낸 감정을 온전히 청자에게 전달하기 위한 작업은 고단해 보일 정도다. 말끔한 소리가 담기는 디지털 녹음 방식의 폐해를 줄이려고 디지털로 작업한 음원을 아날로그 릴 테이프에 넣었다가 다시 디지털로 전환하는 방식을 택했다. 말끔한 소리는 오래 듣다 보면 뇌가 푸석푸석해지는 느낌이어서 소리의 공간을 줘 서걱서걱한 느낌을 살리려고 했단다.

 

자신도 디지털 음원이 아닌 CD플레이어로 음악을 듣기에 앨범을 사주는 분들에 대한 고마움은 무척 크다. 그래서 음원 공개 전 CD를 먼저 출시했다.

 

그는 "난 여전히 앨범을 사주는 분들이 있으니 공연도 한다"며 "프로 뮤지션으로 당당하게 사니 운이 좋은 사람이다. 그렇지 않은 뮤지션들이 정말 많다"며 후배들의 어려운 음악 환경도 꺼내놓았다.

 

"마포구 망원동의 톤스튜디오에선 노브레인, 국카스텐, 장미여관 등 수많은 밴드가 녹음을 해요. 이곳에서 많은 후배를 만나는데 그중엔 낮에 마트에서 일하고 녹음 비용을 아끼려고 4시간에 10곡씩 드럼 치는 친구들이 있어요. 가슴이 찢어지죠."

 

그는 "이동통신업계에서 여전히 모바일 음원 수익의 40% 이상을 떼가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며 "또 앨범을 공개하면 바로 전곡 듣기가 떠돌아다니니 아직도 일부는 죄의식 없이 음악을 소비한다. 시대의 흐름을 막을 수 없지만 거대한 자본의 논리에서 희생당하는 뮤지션의 심리를 이해해달란 것이다. 내가 존재하는 것도 이름 모를 소도시의 분이 내 앨범을 사서 들어주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자신의 음악을 사랑해주는 사람들에게 뭔가를 돌려주기 위한 나름의 결정이 사회참여라고 했다. 그는 2011년 박원순 당시 서울시장 야권 단일후보의 멘토단에 합류했고, 방송사 파업 콘서트 무대에도 올랐다.

 

또 2012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추모앨범 '탈상, 노무현을 위한 레퀴엠'에 참여해 윤일상이 작곡한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을 노래했다.

 

"그분의 인생 궤적 중 많은 부분을 존경하며 바라본 한 사람으로서 노 전 대통령을 잘 보내드리고 싶었어요. 음악인이니 음악적으로 표현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거죠. 하지만 이 곡은 레코딩만 되고 한 번도 불린 적이 없어 불행한 노래예요."

 

일련의 활동 탓에 진보 성향을 띤 뮤지션으로 손꼽히는 데 대해 "그런 이미지가 강해 요즘은 우향우해서 오른쪽만 바라본다"고 농담을 하고는 웃었다.

 

그러나 음악이 사회 참여의 도구로 이용되면 안 된다는 엄격한 경계를 뒀다.

그는 "내 음악의 주요 테마는 사랑으로 일부에선 사회 참여 메시지를 안 담느냐고 물어본다"며 "음악은 순수해야지 의도적인 도구로 이용되는 건 내가 생각하는 음악에 대한 모독"이라고 강조했다.

 

그렇기에 몇 년 전 가정을 꾸렸지만, 생활인으로서의 삶과 음악인의 삶도 분리돼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2011년 1월 재미교포 출신 사업가와 결혼했다.

 

이은미는 맨발로 노래하는 라이브의 여왕답게 이번에도 하반기부터 전국을 돌며 노래할 생각이다. 데뷔 20주년 때도 지방자치단체들이 지은 전국의 크고 작은 문화예술회관을 돌며 63개 도시에서 136회 공연을 했다.

 

"지자체들이 국민의 세금으로 지은 공연장들이 운영 예산 부족으로 노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매번 앨범이 나오면 문화예술회관장들에게 보내요. 우리가 제작비를 낮춰서라도 가겠다고요. 사실 전국을 돌며 며칠에 한 번씩 리허설 5~6시간에 공연까지 10시간씩 노래하면 무척 힘들어요. 어떤 날은 앙코르곡을 부르는 순간부터 서울 올라오는 버스에서 내내 운 적도 있어요. 그 고비를 넘기고 투어를 마치면 벅차올라요. 그게 음악이죠."

 

 

 

mimi@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4/03/31 07:0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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