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재미동포 2세 환경·평화 운동가 조너선 리

posted Mar 27,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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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통령 방일 때 야스쿠니에서 1인 시위 펼치겠다"

 

(서울=연합뉴스) 강성철 기자 =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하는 시기에 야스쿠니 신사 앞에서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반성과 배상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펼칠 것입니다."

 

26일 1천120번째 수요집회가 열리는 서울 중학동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만난 재미동포 2세 환경·평화 운동가인 조너선 리(한국명 이승민·16) 군은 상기된 표정으로 방일 계획을 밝혔다.

 

리 군은 "위안부 피해 여성의 피맺힌 절규가 22년째 계속되고 있는데도 일본은 아직도 반성하지 않는다"며 "진정한 한·일 관계의 시작은 일본의 과거사에 대한 진지한 반성과 피해 배상에서부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10세 때 인터넷에 '고 그린맨'(Go Greenman)'이라는 환경만화를 그려 세계적으로 알려진 그는 세계유소년환경연대(ICEY, International Cooperation of Environmental Youth)를 창설하고 환경보호 운동에 앞장서왔다.

 

지난 2010년 8월에는 북한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판문점 어린이 평화 숲'을 조성하자는 편지를 보내 화제가 됐고, 매년 세계 어린이 평화의 날 행사를 주관하며 'DMZ(비무장지대) 평화공원' 조성을 남북한 당국에 촉구해오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야스쿠니 신사 앞 시위를 벌이려는 이유는.

-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사과와 배상을 촉구하기 위해 일본 우익이 가장 상징적으로 떠받드는 신사 앞에서 시위를 벌여야 한다. 일본의 호국 영령을 모셨다는 야스쿠니 신사에 2차대전 전범의 위패를 가져다놓고 정치인이 참배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평화에 대한 일본의 의지를 의심하게 하기 때문이다.

-- 누가 동행하고 어떻게 시위를 할 것인가.

 

▲ 시위에는 오직 나 혼자 나선다. 오바마 대통령의 4월 방일 일정이 확정되면 그보다 일주일 앞서 일본에 도착해 야스쿠니 신사 앞에서 매일 3시간씩 3일간 피켓 시위를 벌이고 성명서를 낭독할 작정이다.

-- 피켓과 성명서에는 어떤 내용이 담기나.

 

▲ 피켓에는 오바마 대통령에게 일본군 위안부 문제 개입과 위안부 피해 할머니에 대한 지지를 촉구하는 내용, 그리고 일본 정치인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반대 문구를 담을 예정이다. 성명서에서는 자신들이 당했던 고통을 세상에 알리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기를 촉구하는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용기야말로 진정한 용기라는 점을 역설하려 한다. 늦었지만 여생이 얼마 남지 않은 이분들의 명예 회복을 위해 존경과 위로의 마음을 바쳐야 한다. 아울러 인간으로서 그들의 인권이 유린당한 것에 대해 정당한 배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한 뒤 이를 통해 슬픈 역사를 치유하고 이제는 더욱 친근하고 협력적인 한·일 관계로 나아가자고 호소하겠다.

 

-- 일본 우익들의 공격이 두렵지 않나.

▲ 정의로운 일에 나서는 것이라 두렵지 않다. 사실 내성적이라 앞에 나서는 것 자체가 쑥스럽고 떨린다. 그렇지만 피해 할머니들의 용기에 비하면 나는 조그만 힘을 보탤 뿐이다.

 

-- 앞으로도 계속 이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설 것인가.

▲ 당연히 계속 운동을 펼칠 생각이다. 지금까지 줄곧 평화와 환경을 위한 운동을 펼쳐왔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은 궁극적으로 한·일 관계의 개선뿐만 아니라 동북아의 평화를 다지는 중요한 발판이 될 것이다. 세계유소년환경연대 회원들과 함께 조만간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찾아 이야기를 듣고 또 위로해 드리며 힘을 보탤 생각이다.

 

-- 평화 운동에 나서게 된 계기가 있는가.

▲ 증조부와 외증조부의 영향이 컸다. 증조부는 일제 강점기 만주에 군부대 부역으로 끌려가 탄약을 운반했다. 만주 일본군은 조선인 근로자들이 독립군에게 위치를 누설할까 봐 몰래 죽이기도 했는데, 이를 눈치 채고 탈출해 숨어 지내다가 해방 후 고국으로 돌아왔다. 외증조부는 미군으로 2차대전에 참전했다가 파푸아뉴기니에서 포로로 잡혔다. 일본군이 동료를 다 죽이고 외증조부도 시쳇더미에 던져졌다가 구사일생으로 살아났다. 그래서 전쟁이야말로 인류가 가장 피해야 할 일이라는 확신이 있다.

 

wakaru@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4/03/26 17:38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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