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모꾼' 출신 새 성균관장 "낡은 유림 관행 개혁"

posted Mar 27,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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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취임하는 서정기 신임 성균관장
28일 취임하는 서정기 신임 성균관장
(서울=연합뉴스) 오는 28일 제30대 성균관장에 취임하는 서정기(76) 신임 관장. 서 관장은 26일 "1천만 유림의 본산인 성균관이 재건 운동과 대오각성을 통해 국민들 앞에 다시 서게 돼 다행"이라며 "전통문화 창달과 성학(聖學)의 도통을 정립하는 데 힘쓰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2014. 3.26 <<문화부 기사 참조. 성균관 제공>> kong@yna.co.kr
 

2번 투옥 전력 서정기 관장 "부부유별의 뜻은 차별 아닌 각별"

 

(서울=연합뉴스) 공병설 기자 = "성균관에 들어와 보니 빚만 75억 원 있어요. 그래도 도를 펼 수 있다는 생각에 너무 기뻐서 하루가 어찌 가는지 모릅니다."

 

26일 서울 인사동에서 만난 서정기(76) 신임 성균관장은 활기와 의욕이 넘쳤다. 한 시간 넘게 쉼 없이 계획과 포부를 쏟아내면서도 조금도 지친 기색이 없었다.

지난해 전임 관장이 국고보조금 횡령 혐의로 구속기소된 뒤 성균관 개혁에 앞장섰던 그는 최근 제30대 성균관장에 선출돼 28일 '한국 유림의 수장'에 취임한다.

서 관장은 "1천만 유림의 본산인 성균관이 재건 운동과 대오각성을 거쳐 국민 앞에 다시 서게 돼 다행으로 생각한다"며 "전통문화 창달과 성학(聖學)의 도통을 정립하는 데 힘쓰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재적 대의원 879명 가운데 85.6%가 참석한 선거에서 서 관장은 결선투표를 거쳐 당선됐다.

 

"전국에 흩어져 있는 고령의 유림들이 80% 넘게 온 것만 해도 대단한 일입니다. 다른 후보 5명은 전임 관장과 함께 일한 경력이 있고 대부분 돈도 많습니다. 빈털터리인 내가 당선된 것 자체가 개혁이고 정화 아니겠습니까?"

 

4·19 혁명과 통일운동에 참여했던 서 관장은 5·16 군사반란 때 종로경찰서에 석 달 열흘 동안 갇혀 있는 바람에 성균관대에서 퇴학당했다. 재입학해서 졸업했지만 박정희 정권 막바지에 다시 수감 생활을 해야 했다.

 

서 관장은 "유림계에서는 데모를 하면 발붙이기도 힘들다. 파문당하다시피 해서 책 읽고 조용히 살면서 유교경전 47권을 썼다"며 "책상 앞에만 앉아 있어서 세상에 관해서는 아는 게 없다"고 했다.

 

그는 유학(유교)에 관한 자부심도 엄청나다.

 

28일 취임하는 서정기 신임 성균관장
28일 취임하는 서정기 신임 성균관장
(서울=연합뉴스) 오는 28일 제30대 성균관장에 취임하는 서정기(76) 신임 관장. 서 관장은 26일 "1천만 유림의 본산인 성균관이 재건 운동과 대오각성을 통해 국민들 앞에 다시 서게 돼 다행"이라며 "전통문화 창달과 성학(聖學)의 도통을 정립하는 데 힘쓰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2014. 3.26 <<문화부 기사 참조. 성균관 제공>> kong@yna.co.kr
 

"기독교에는 천당, 불교에는 극락이 있듯 유교에는 현세이상이 있습니다. 이상세계가 현세에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만인이 살아서 행복을 누린다는 게 더 현실적이지 않습니까? 하늘과 사람, 귀신, 금수, 곤충까지 동의하는 대도(왕도) 정치 실현이 유교의 목표입니다."

 

유교가 흘러간 노래처럼 옛날 얘기 아니냐는 문제 제기에는 절로 목소리 톤이 높아졌다.

 

"공자 사상이 멸절된 줄 아는 사람들이 많습니다만 전혀 그렇지 않아요. 프랑스혁명의 바탕이 된 계몽주의와 영국 산업혁명도 유교의 영향을 받았고, 미국 독립선언서는 대학(大學)을 참고문헌으로 삼았다는 증거가 있습니다. 셰익스피어도 유학을 공부했구요."

 

서 관장은 지나치게 폐쇄적이고 보수적이었던 성균관과 유림의 관행을 획기적으로 바꿔놓을 생각이다.

 

쫓겨나다시피 성균관에서 분리됐던 사단법인 유도회와 성균관유도회의 통합을 성사시켜 40년 묵은 분규를 해결할 계획이다. 또 삼성이 성균관대를 인수한 뒤 없어진 유림 몫의 재단이사 자리도 복원하고 유림의 기풍도 쇄신하겠다는 각오다.

 

그는 "전통혼례 때 신랑은 절을 두 번 하고 신부는 네 번 하는 근거 없는 예법을 없애 남녀 똑같이 하도록 하겠다. 오륜의 부부유별은 차별이 아니라 각별을 말하는 것으로 서로 존중하라는 뜻이 담겼다"고 강조했다.

 

유림 행사 때도 전통 복장을 고집하지 않고 두루마기, 양복 등 융통성 있는 옷차림을 하도록 권장할 계획이다.

 

서 관장은 "유교도 시대에 맞게 변해야 한다. 사농공상이 없어진 요즘은 민중유교로 가야 한다. 조상의 은공에 감사하고 정결한 부부생활을 하고 성실하게 세금 내면서 살면 모두가 유림이다"라고 말했다.

 

kong@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4/03/26 15:23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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