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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 이주노동자에게 인권을> ②보호 장치가 없다

posted Mar 25,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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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축산업 이주노동자들의 피폐한 현실
농축산업 이주노동자들의 피폐한 현실
이주노동자 지원 단체 '지구인의 정류장'을 운영하는 김이찬 씨가 캄보디아 출신 이주노동자들로부터 최근에 건네받은 사진. 캄보디아 출신 여성 이주노동자 두 명은 충남 논산에 있는 한 농장에서 9개월여간 일하다 더 참지 못하고 나왔다. 사진 속 비닐하우스 안의 작은 가건물이 이들에게 제공된 숙소다. 2014.3.24.
 

고용허가제 '사업장 변경 금지' 원칙도 한몫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농축산업 이주노동자들은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에 시달릴 뿐 아니라, 최소한의 기본권마저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10월 국가인권위원회 조사에서 이주노동자들은 작업량을 제 시간에 끝내지 못하면 고용주가 밥을 먹지 못하게 하거나(36.0%), 일 하는 시간에는 화장실도 못가게 했다고(9.9%) 증언했다.

 

이들이 머무는 숙소는 비닐하우스나 컨테이너 또는 샌드위치패널로 지어진 가건물 형태가 67.7%에 달했고, 그마저도 사용료를 받아 임금에서 제하는 경우도 13.0%였다. 또 잠금장치가 없거나(44.7%), 화장실이 없거나(39.9%), 창문이 없거나(26.7%), 남녀 구분이 안 돼 있거나(16.2%), 난방시설이 없는(11.8%) 등 숙소로서 제 구실을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로 지난해 5월부터 이달 1일까지 경기 이천의 한 농장에서 일한 캄보디아 출신 이주노동자 트리 삼밧(32·여) 씨와 함 스레이라뜨(34·여) 씨는 비닐하우스 안에 마련된 숙소에서 10개월 동안 지냈다.

 

스티로폼 샌드위치패널로 지어진 숙소는 방문에 잠금장치도 없었다. 난방시설이 변변치 않아 겨울에 실내온도가 5∼10℃에 머물렀고, 온수가 나오지 않아 한겨울에도 찬물로 씻거나 물을 조금씩 데워 써야 했다. 욕실은 없었고, 화장실은 실외 간이 재래식이었다. 부엌이나 취사시설도 없어 두 사람은 잠 자는 방에서 휴대용 버너로 음식을 해 먹어야 했다.

 

고용주 이모(70) 씨는 두 사람에게 6월과 7월 각각 280시간, 290시간 일을 시켜놓고 100만원씩의 월급을 주면서 "숙소 비용을 제했다"고 말했다. 최저임금에서 22∼27만원 못 미치는 액수였다.

 

인권위 조사에서는 또 고용주로부터 폭언(75.8%)이나 폭행(14.9%)을 당하거나, 여성들의 경우에는 성폭력을 당한 경우도 30.8%나 됐다.

 

농축산업 이주노동자들의 열악한 환경
농축산업 이주노동자들의 열악한 환경
이주노동자 지원 단체 '지구인의 정류장'을 운영하는 김이찬 씨가 캄보디아 출신 이주노동자들로부터 최근에 건네받은 사진. 캄보디아 출신 여성 이주노동자 두 명은 충남 논산에 있는 한 농장에서 9개월여간 일하다 더 참지 못하고 나왔다. 사진 속 비닐하우스 안의 작은 가건물이 이들에게 제공된 숙소다. 2014.3.24.
 

또 농축산업 이주노동자들은 일을 하다가 다치거나 감기 등으로 몸에 병이 나도 보험이 없어 병원에서 치료받기 어려운 형편이다.

 

인권위 조사에서 이주노동자들이 고용주 부담으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경우는 18.5%에 불과했다. "아파서 병원에 가고 싶었지만 못 갔다"는 응답이 43.5%였다. 병원에 못 간 이유는 비용 때문(57.1%)에, 시간이 없어서(54.3%), 고용주가 보내주지 않아서(18.6%)였다.

 

산재보험은 이들에게 그림의 떡이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원칙적으로 모든 사업장의 사용자에게 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고 있지만, 시행령에서는 '농업, 임업, 어업 및 수렵업 중 법인이 아닌 자의 사업으로서 상시 근로자 수가 5명 미만인 사업'을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예외적으로 사업주의 신청에 의해 근로복지공단의 승인을 받은 경우에는 임의 가입이 가능하지만, 국내 농촌의 영세한 실정에서 고용주가 이주노동자를 위해 산재보험에 가입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산재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상황에서 노동자가 일을 하다가 다치면 고용주가 치료비를 부담해야 하지만, 고용주들은 아주 큰 부상이 아니면 이주노동자들을 병원에 잘 데려가지 않는다.

 

법적으로는 국내 모든 사업장이 직장건강보험 가입 대상이지만, 고용주들은 이마저도 가입해 주지 않는다. 보험료의 절반을 고용주가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이주노동자들의 건강보험 가입률은 27.3%에 불과하다(국가인권위원회 2013년 실태조사). 이는 제조업을 포함한 이주노동자 전체 건강보험 가입률 70%(2009년 12월 말 기준, 국민권익위원회 조사)에 비해 훨씬 낮다.

 

농축산업 이주노동자들…인권 사각지대에
농축산업 이주노동자들…인권 사각지대에
이주노동자 지원 단체 '지구인의 정류장'을 운영하는 김이찬 씨가 캄보디아 출신 이주노동자들로부터 최근에 건네받은 사진. 캄보디아 출신 여성 이주노동자 두 명은 충남 논산에 있는 한 농장에서 9개월여간 일하다 더 참지 못하고 나왔다. 이들은 사진 속 취사도구들로 밥을 해먹어야 했다. 2014.3.24.
 

이주노동자들이 고용허가제로 한국에 들어올 때 의무적으로 가입하게 되는 상해보험이 있긴 하지만, 큰 사고나 재해로 다친 경우에나 적용돼 일상생활에서 발생한 부상이나 질병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고용허가제가 '사업장 변경 금지'를 원칙으로 하는 것도 이주노동자들의 인권 실태를 더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은 기본 3년의 근로 기간에 세 차례까지 사업장 변경을 허용하고 있지만, 현실에서 근로계약이 끝나기 전에 이주노동자들이 사업장을 옮기기는 매우 어렵다.

 

사업장 변경 신청을 해도 고용주가 동의해주지 않으면 사업장 변경이 불가능하고, 고용노동부 지청에 진정을 넣어도 고용주에게 귀책 사유가 있음을 노동자가 직접 입증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고용주들은 본인의 귀책사유로 근로계약을 해지한 사실이 기록되면 신규 외국인 노동자 고용 신청 시 감점이 되는 불이익을 받기 때문에 본인의 귀책사유를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이 때문에 고용주들은 일이 적은 농한기에는 노동자에게 임금을 주지 않으면서 노동자가 사업장 변경을 신청하면 동의해 주지 않거나, 마음대로 노동자를 해고한 뒤 '합의에 의한 근로계약 해지'로 신고하는 경우가 많다.

 

고용주의 귀책사유일 경우 이주노동자는 사업장 변경 3회 초과 금지 규정에서 예외 적용을 받지만, 고용주가 '합의에 의한 근로계약 해지'로 신고하면 3회 횟수 제한을 받는다.

 

이렇듯 이주노동자들의 불리한 여건을 이용해 일부 악덕 고용주들은 사업장 변경 동의를 대가로 금품을 요구하고 "돈을 가져오지 않으면 사업장 이탈 신고를 하겠다"고 협박하기도 한다.

 

이주노동자들은 '다른 사업장으로의 변경을 신청한 날부터 3개월 이내에 허가를 받지 못한 외국인 근로자는 출국하여야 한다'는 법 조항 때문에 일부 고용주의 농단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인권위 실태 조사에서 설문에 응한 이주노동자 161명 중 사업장을 한 번 이상 변경했다는 경우는 절반 정도였는데, 이 중 11명이 사업장 변경을 위해 고용주에게 돈(평균 64만원)을 건넸다고 진술했다. 응답자들의 65.0%는 '고용주가 옮기지 못하게 해서' 사업장 변경을 할 수 없었다고 답했다.

 

mina@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4/03/25 08:0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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