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생 450주년 맞아 국내 무대도 축제 가담

 

고전적 연출부터 새로운 시도까지 골라보는 재미 '쏠쏠'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올봄 연극 무대의 주인공은 누가 뭐래도 영국의 대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1564~1616)다. 올해가 그의 탄생 450주년이기 때문이다.

그의 작품은 흔히 영원히 빛나는 다이아몬드에 비유된다. 어느 각도로 빛을 비추느냐에 따라 계속 색을 바꾸는 그의 작품은 과거부터 현재, 미래에 이르기까지 인간과 삶에 대해 가장 다양하고 가장 깊은 이야기를 던진다.

 

이 위대한 극작가의 450번째 생일을 맞아 세계무대가 기념 공연으로 들썩이는 가운데 국내 연극계도 다양한 셰익스피어 작품으로 축제에 동참하고 있다.

국립극단은 그 중심에 서서 국내 셰익스피어 열풍을 주도하고 있다. '450년 만의 3색 만남'이라는 타이틀 아래 그의 대표작을 연달아 선보이는 중이다.

 

이병훈 연출의 '맥베스'가 연기파 배우 김소희·박해수 등을 앞세워 연달아 매진을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소외된 이웃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품어온 정의신 연출이 다음 무대인 '노래하는 샤일록'(4월 5~20일·국립극장 달오름극장)을 준비 중이다.

'샤일록'은 피도 눈물도 없는 악덕 고리대금업자의 대명사로 알려졌지만, 정 연출이 바라보는 '샤일록'은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갖은 차별과 소외를 겪어야 했던 인물이다. 그는 이번에도 눈물과 웃음이 공존하는, 결국 희망을 잃지 않는 이들의 이야기를 펼칠 예정이다.

 

형제간의 배신과 복수, 우연한 만남과 사랑이 모두 들어 있는 셰익스피어의 후기 걸작 '템페스트'는 두 가지 색깔로 펼쳐진다.

 

원로 연출가 오태석은 원작에 우리 색채를 강하게 덧입힌 한국식 '템페스트'(3월 27일~4월 13일·대학로스타시티 예술공간 SM)를 선보인다. 오 연출은 주인공 프로스페로가 신비스러운 주술을 공부하고 터득한 삼국유사의 법사(法師)와 비슷하다는 점 등에 착안해 이 희곡에 우리말의 운율과 전통 풍습을 더했다.

 

 

 

국립극단의 셰익스피어 시리즈 마지막 작품도 '템페스트'(5월 9~25일·국립극장 달오름극장)다. 김동현이 연출을 맡아 섬과 바다라는 공간과 마술이라는 신비로운 요소가 더해진 이 작품을 경쾌하고 감각적으로 풀어낼 예정이다.

 

국립극장은 해외 초청작으로 영국 연출가 톰 모리스와 남아프리카공화국 인형극단 '핸드스프링 퍼펫 컴퍼니'가 함께 만든 '한여름 밤의 꿈'(4월 25~17일·국립극장 달오름극장)을 선택했다. 세계적인 흥행을 기록한 연극 '워 호스'로도 유명한 이들 제작진은 신선한 감각과 살아 숨 쉬는 듯한 인형으로 셰익스피어가 꿈꾼 마법과 환상의 시공간을 펼쳐보인다.

 

 

 

명동예술극장 프로그램에도 셰익스피어는 빠지지 않는다. 시저 살해라는 로마 역사의 특별한 사건을 다루는 '줄리어스 시저'(5월 21일~6월 15일)를 김광보 연출로 선보일 예정이다.

 

셰익스피어를 새롭게 해석한 작품들도 눈에 여럿 띈다.

배우이자 연출가인 김명곤, 음악가 최우정, 안무가 차진엽, 의상 디자이너 이상봉 등으로 구성된 제작진은 햄릿 이야기를 오필리어 관점으로 재해석한 창작 뮤지컬 '오필리어'(5월 16~25일·세종문화회관 M씨어터)를 선보인다. 오필리어는 희생, 순종 등을 상징하는 수동적인 여성 캐릭터의 전형이었지만, 이번 무대에서는 갈등을 극복하고 운명을 개척하고자 하는 강인한 캐릭터로 재탄생될 예정이다.

 

'판소리 햄릿 프로젝트'(3월 7일~4월 13일·국립극장 별오름극장)는 이름 그대로 햄릿 이야기를 판소리로 들려주는 공연이다.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를 외치며 갈등하는 햄릿의 자아를 4명의 소리꾼과 14곡의 소리를 통해 표현한다.

 

극단 '물결'은 연극, 무용, 음악, 영상 등 다양한 예술 장르를 활용해 햄릿을 재해석한 '햄릿, 여자의 아들'(4월 3~6일·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을 선보이고, 우리극연구소는 '로미오와 줄리엣 발코니 장면을 연습하다'(4월 4~27일·게릴라극장)를 공연한다. 세상이 무너지는 마지막 4일 동안 한 편의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을 완성해나가는 세 남녀에 관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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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4/03/21 15:24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