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터플레이 "재즈가 록·힙합보다 흥이 덜하다고요?"

posted Mar 20,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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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6일 LG아트센터서 '논스톱 재즈 피버' 공연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팝 재즈그룹 윈터플레이(이주한 49, 혜원30)의 아지트는 용산구 이태원동의 언덕배기에 자리하고 있었다. 이들의 기획사 라우드피그의 초록색 문을 열자 독특한 구조의 아늑한 공간이 들어왔다. 트럼페터 이주한과 보컬 혜원의 조합처럼, 팝 재즈란 이들의 음악처럼 개성이 뚜렷했다.

 

2012년 2인조로 재편한 이들은 지난해 색다른 시도를 했다. '무빙 라이브'란 제목으로 지붕없는 2층 버스를 타고 서울 시내를 돌며 공연했고 한강에서 크루즈를 타고 선상 콘서트를 열었다. 재즈가 재미있는 음악이란 걸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펀'(Fun)한 장소를 찾아나선 것이다.

 

최근 이태원에서 인터뷰한 두 멤버는 "우리 음악을 들려줄 기회를 찾다가 나온 아이디어였다"며 "의외의 장소에서 음악을 감상하는 색다른 감동을 주고 싶었다. 두 장소가 '펀'한 곳이어서 음악의 재미를 주기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음 무대는 전문 공연장을 택했다. 이들은 다음 달 6일 오후 5시 강남구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윈터플레이 콘서트-논스톱 재즈 피버'(Nonstop Jazz Fever)란 타이틀로 공연한다. 공연 내내 객석을 뜨겁게 달구겠다는 야심 찬 제목이다.

 

이주한은 "장소는 달라지지만 역시 재미와 즐거운 에너지를 '논스톱' 하겠다는 뜻이 담겼다"며 "그래서 포스터에도 우리의 캐릭터를 살려 재미를 더했다. 난 장동건처럼 멋있지 않으니 유머러스하고 장난기 있는 표정으로, 혜원이는 섹시한 '차도녀'(차가운 도시 여자) 이미지를 선보였다"고 벽에 붙은 포스터를 가리켰다.

 

"재즈 공연은 보통 록, 힙합보다 흥이 덜하다고 여기는데 우린 재즈에 기반을 두고 여러 요소를 얹기 때문에 무척 다이내믹해요."(혜원)

 

1천100석 규모의 이번 공연에서는 해외에서 선보인 콘서트와 페스티벌 무대의 하이라이트를 압축하고 지난해 7월 발표한 3집 '투 패뷸러스 풀스'(Two Fabulous Fools) 수록곡을 더한다. 지난 7년간 아시아를 대표하는 재즈 그룹으로서 세계 각지에서 사랑받은 레퍼토리를 한 무대에서 펼쳐보이는 것이다.

 

"25~26곡을 짰는데 1집의 1번 곡도 들려주고 '캔트 포겟'(못잊어)과 기존 재즈 레퍼토리를 새롭게 편곡하고 이번 공연만을 위한 신곡도 만들었어요. 오프닝 곡인 신곡은 4분30초짜리로 파트의 다양성이 뚜렷하고 미스터리한 요소가 있습니다."(이주한)

 

함께 공연할 세션 연주자를 선택하는데도 심혈을 기울여 현용선(기타), 김성수(베이스), 신동진(드럼), 김정균(퍼커션) 등으로 구성했다.

 

이주한은 "기타리스트 오디션만 한 주 동안 했다"며 "해외 공연을 할 때도 한국을 대표한다는 생각에 함께하는 연주자의 패션 센스까지 유심히 보곤 한다"고 웃었다.

2007년 결성한 윈터플레이는 2008년 첫 앨범 '초코 스노우 볼'(Choco Snow Ball)을 발표한 이래 어려운 재즈를 친근한 팝으로 윤색해 재즈 대중화의 선봉에 선 팀이다. 국내에선 한 세탁기 광고에 삽입된 '해피 버블'(Happy Bubble)의 주인공이란 이미지가 더 강하지만 이미 26개국에서 월드와이드 앨범을 발매할 정도로 해외에서는 큰 걸음을 뗐다.

 

2010년에는 영국에서 쇼케이스를 열어 주간지 선데이타임스로부터 "미국 밴드 핑크 마티니와 비교해 재즈와 팝, 라운지 음악의 경계를 허물고 획기적인 음악을 선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영국 매거진 모노클 대표인 타일러 브륄레는 파이낸셜타임스 기고에서 "윈터플레이는 설화수, 빈대떡과 함께 한국이 수출해야 할 10가지 목록 중 하나"라고 가치를 인정했다.

 

지난달 홍콩의 대표 라디오 채널 '커머셜라디오'(Commercial Radio 2-903)의 '인터내셔널 플레이 차트'에는 이들의 곡이 비욘세, 브루노 마스, 슈퍼주니어, 소녀시대를 제치고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인정을 받는 만큼 선택한 길에 대한 후회는 없어 보였다.

 

외교관인 아버지를 따라 해외에서 생활한 이주한은 워싱턴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우연히 찾은 한국의 재즈 클럽에서 트럼펫을 연주하면서 본격적인 뮤지션의 길을 걸었다. 혜원은 방송사 주최 댄스 그룹 오디션에 합격했지만, 자신의 길이 아니란 판단에 대학에 진학해 처음으로 재즈를 접했다. 자신들의 음악에 대한 자부심도 크다.

 

"1988~89년 울산 현대자동차의 전산부에서 인턴으로 일한 적이 있다"는 이주한은 "재즈는 트럼펫 연주자가 할 수 있는 길이었지만 내가 좋아서 한 선택이다. 연주자로서 내 음악으로 알려지겠다는 꿈도 강했다. 몇몇 후배 뮤지션들이 우리의 음악에 영향을 받는데 한국 재즈가 발전하는 길에 함께 할 수 있다는 걸 뿌듯하게 느낀다"고 강조했다.

 

혜원도 "재즈를 처음 접했을 때 처음부터 편하지 않았지만 이제 내게 맞춤 옷처럼 편안한 음악"이라고 거들었다.

 

윈터플레이는 케니 지, 노라 존스처럼 대중과 교감하는 재즈를 하는 게 변함없는 꿈이다. 그로 인해 이들의 음악은 멜로디가 강하고 후렴구가 뚜렷한 특징이 있다.

 

이주한은 "과거 프로젝트 앨범 '10+1'을 냈을 때도 너무 앞서나갔다"며 "트렌디한 건 좋지만 음악은 너무 앞서나가기보다 대중과 발맞춰 소통해야 한다. 실패를 해보니 윈터플레이로는 대중이 즐길 수 있는 음악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전 소속사에서 나오고서 2년간 정신없이 달려왔다는 이들은 다시 새로운 발걸음을 떼려 한다.

 

홍콩, 태국, 싱가포르 등지에서 페스티벌과 단독 공연 제의를 받아 논의 중이다. 또 태국에서 3집이 나올 예정이고 올해 말이나 내년 봄 국내에서 4집을 선보일 생각이다.

 

이주한은 "혜원이가 듀엣곡의 열망이 커서 4집에선 추진해보려고 한다"며 "앞으로도 음악 판이 재미있어질 수 있도록 혜원이와 열심히 놀아보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한마디.

"제가 최근 7㎏을 감량했어요. 어리고 예쁜 혜원이와 공연하려면 외모에 신경을 좀 쓰려고요. 이승환, 이승철 등 제 또래 가수들이 관리를 잘하는 모습에 영향을 받았죠. 콜라도 끊고 최대한 음식을 안 시켜먹어요. 요리 실력이 부쩍 늘었습니다. 하하하."

관람료 4만4천~8만8천원, ☎ 1544-1555, 02-2005-0114.

 

 

mimi@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4/03/19 07:56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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