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그라운드에 개명 바람…7명이나 새 이름으로

posted Mar 18,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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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손아섭 <<연합뉴스 DB>>
 

이름 바꾸니 팀 바뀌기도…갖가지 사연들 화제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프로야구에 '개명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해와 다른 한글 이름으로 2014년 프로야구에 등록한 선수가 6명이나 된다.

한글 이름은 그대로 두고 한자만 바꾼 롯데 투수 심수창(33)까지 포함하면 7명이 새로운 이름으로 새 출발 한다.

 

◇이름 바꾸니, 팀도 바뀌는 우연(?)

 

KT 위즈의 왼손 투수 김주원(23)은 2차 드래프트가 열리기 일주일 전인 지난해 11월 15일까지만 해도 '김민식'이란 이름으로 살았다.

 

11월 22일 개명 후 처음으로 '김주원'이란 이름이 화제가 됐다.

 

2차 드래드프 전체 1순위 지명권을 지닌 신생팀 KT는 김주원에게 1지명권을 할애했다.

 

김주원은 당시를 떠올리며 "이름을 바꾼 지 일주일 만에 팀이 바뀌었다"며 신기해했다.

 

김주원은 2011년 신인지명회의에서 2라운드 전체 11순위로 SK 와이번스에 입단했다.

 

개성고 시절이던 2009년 화랑대기와 무등기 고교야구에서 최우수선수에 오른 유망주는 3년 동안 어깨와 팔꿈치 재활로 1군 무대에 단 한 번도 서지 못했다.

 

부모는 답답한 마음에 아들의 사주를 봤고 "운동선수로 성공하려면 이름을 바꿔야 한다. 이름이 좋지 않아서 부상이 계속 생긴다"는 조언을 들었다.

 

김주원은 "부모님께서 간절히 원하시기에 개명 신청을 했고, 허가를 받고 일주일 만에 KT에 지명되는 좋은 일이 생겼다"고 말했다.

 

김주원과 비슷한 사례가 있다.

 

'넥센 외야수 장기영'으로 지난해 10월 포스트시즌까지 치렀던 장민석(32)은 "새로운 각오로 시작하고 싶다"는 뜻에서 시즌 종료 후 이름을 바꿨고, 그해 11월 26일 내야수 윤석민(29)과 일대일 트레이드로 두산 베어스에 입단했다.

 

장기영의 개명 소식을 처음 알린 건, 트레이드를 전하는 보도자료였다.

 

두산 전천후 투수로 뛰던 김태영(34)은 지난해 7월 '크게 영화로워지겠다'는 의미로 개명 절차를 마쳤지만, 2013시즌까지 김상현이란 예전 이름을 썼다.

 

2014년을 시작하면서 새 이름으로 등록을 하려고 했는데, 마침 2차 드래프트에서 KIA 타이거즈가 그를 지명했다.

 

김태영은 팀 이적과 새 이름 등록을 동시에 할 수 있게 됐다.

 

심수창도 "이름을 한번 바꿔보자"는 어머니의 권유에 따라 절차를 밟았고, 2차 드래프트 직전 개명 확정 통보를 받았다.

 

한글 표기는 그대로 두고 한자를 밝을 창(彰)에서 창성할 창(昌)으로 바꾼 그는 넥센을 떠나 롯데에서 새로운 야구 인생을 시작한다.

 

◇아들 이름 지은 작명소에서…갖가지 사연들

 

롯데 외야수 황동채(31)는 아들의 이름을 짓다 자신의 개명까지 결심했다.

롯데 팬들에게 '황성용'이란 이름으로 익숙한 황동채는 지난해 7월 아들이 태어나자 작명소를 찾았다.

 

그 작명소는 '개명의 성공사례'로 꼽히는 팀 후배 손아섭(26·개명 전 손광민)이 이름을 바꾼 곳이다.

 

황동채는 아들의 이름을 고르면서 "나도 이름도 바꿔보면 잘 풀리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고, 11월에 개명확정통보를 받았다.

 

이 밖에도 넥센 투수 장시환(개명 전 장효훈), NC 내야수 김주현(김동현)이 지난해와 다른 이름으로 등록했다.

 

KIA 투수 전우엽(전태현)과 외야수 류은재(류재원)는 지난해 초 개명해 바로 새로운 이름으로 등록했으며, KIA 내야수 장시하(장지환)와 넥센 내야수 장시윤(장채환)은 형제가 동시에 개명해 2013년부터 새 이름으로 뛰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자료에 따르면 역대 총 27명의 선수가 현역 시절 개명을 했다.

 

프로야구 원년(1982년) 멤버 김바위 현 롯데 전력분석원의 원래 이름은 김용윤이었는데 MBC 청룡 시절 코치진과 동료들이 같은 팀 주전 포수 김용운과 자신을 구분하지 못하자, 이듬해(1983년) "혼동을 방지하기 위해" 이름을 바꿨다.

"야구를 오래, 잘하려고" 바위라는 단단한 이름을 정했고, 한국 프로야구 최초의 개명 선수로 이름을 남겼다.

 

개명이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개명 성공사례'로 꼽히는 손아섭은 '인내'를 강조한다.

 

그는 "작명소에서 '이름을 바꾼 첫해에는 고전할 수 있다. 그 시기를 잘 버텨야 한다'고 했는데, 정말 그랬다"고 사연을 전했다.

 

실제로 손아섭은 개명 첫해인 2009년 부상에 시달리며 34경기에 나서 타율 0.186에 그쳤다.

 

하지만 2010년 121경기를 뛰며 타율 3할(0.306)을 넘겼고, 이후에도 성장을 거듭해 롯데를 대표하는 타자로 자리매김했다.

 

jiks79@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4/03/18 08:43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