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전형수·장영재, 추일승 감독 '신의 한 수'

posted Mar 18,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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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리블하는 오리온스 전형수
드리블하는 오리온스 전형수

(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어느 종목이든 플레이오프와 같은 큰 경기에서 정규리그에 한 번도 뛰지 않은 선수를 내보내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쉽지 않은 일인만큼 해당 사례도 많지 않다.

 

그러나 프로농구 고양 오리온스 추일승 감독은 두 번이나 정규리그에 나온 적이 없던 선수를 플레이오프에 기용해 성공적인 결과를 거뒀다.

 

17일 경기도 고양에서 열린 서울 SK와의 6강 플레이오프(5전3승제) 3차전.

2차전에서 11점, 9어시스트로 맹활약한 신인 가드 한호빈이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나오기 어렵게 되면서 추일승 감독은 베테랑 가드 전형수(36)를 2쿼터에 전격 기용했다.

 

전형수는 이번 시즌 정규리그에는 단 한 번도 코트에 나선 적이 없는 선수다.

주장으로서 코트 밖에서 후배 선수들을 독려하고 팀 분위기를 다잡는 역할에 전념하던 전형수가 코트로 들어서자 고양 홈팬들은 물론 팀 동료 선수들도 아낌없는 박수로 그를 격려했다.

 

팀이 2패로 몰린 위기인데다 주전 가드 이현민이 2쿼터에 반칙 3개를 기록한 시점에 시즌 첫 출전이라는 부담을 안은 전형수는 하지만 첫 3점슛을 깨끗이 성공했고 초반 벌어진 점수 차를 좁히고자 풀코트 프레스에 나선 SK의 수비에도 기민하게 대처했다.

 

위기 상황에서 침착한 플레이를 선보인 전형수의 활약으로 오리온스는 81-64로 대승을 거두고 승부를 4차전 이후로 넘겼다.

 

전형수는 경기를 마친 뒤 "처음 1분은 정신이 없더라"면서도 "첫 슛이 들어가면서 제정신이 돌아왔고 체력이나 경기 감각에 약간 문제가 있었지만 큰 어려움은 없었다"고 말했다.

 

2006-2007 시즌의 장영재(오른쪽)
2006-2007 시즌의 장영재(오른쪽)

추일승 감독 역시 "오늘 전형수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며 "경험도 풍부하고 후배 선수들의 신뢰도 있기 때문에 기용했는데 제 역할을 다했다"고 칭찬했다.

 

추 감독의 '플레이오프 첫 기용 성공 사례'는 7년 전인 2006-2007 시즌에도 있었다.

 

사실 이때는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팀에 보탬이 됐기 때문에 '성공'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 상황이다.

 

부산 KTF(현 부산 KT) 사령탑이던 추 감독은 2007년 4월 창원 LG와의 4강 플레이오프(5전3승제) 3차전에 정규리그에 한 번도 출전하지 않은 장영재를 기용했다.

 

당시에도 KTF는 2차전에서 외국인 선수 애런 맥기가 심판에게 심하게 항의했다는 이유로 3차전 출전 정지 징계를 받는 바람에 '토종 빅맨'인 장영재까지 투입하게 됐다.

 

장영재는 이날 LG 외국인 선수 퍼비스 파스코의 수비를 맡았고 서로 신경전을 벌이다 파스코가 장영재의 목 부위를 손으로 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때 최한철 심판이 이를 지적하며 파스코에게 퇴장 명령을 내리자 파스코는 최한철 심판마저 밀어 넘어뜨리는 폭력을 휘두른 것이다.

 

결국 이 경기는 LG가 117-100으로 이겼지만 파스코는 KBL에서 곧바로 제명됐고 3차전까지 2승1패로 앞선 KTF는 외국인 선수 한 명이 빠진 LG를 4차전에서 물리치고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다.

 

올해는 SK에 1승2패로 밀리고 있는 추일승 감독이 4차전 이후로 어떤 카드를 내밀며 반전을 이뤄낼지 농구 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emailid@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4/03/18 08:27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