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호주 교민신문 첫 유료화 추진 신이정 발행인

posted Mar 16,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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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교민신문 최초 유료화 추진 신이정 발행인
호주 교민신문 최초 유료화 추진 신이정 발행인
(시드니=연합뉴스) 정열 특파원 = 호주 교민신문 중 최초로 유료화를 추진하는 호주동아 신이정(52) 발행인이 유료화 취지 등을 설명하고 있다. 2014.3.16 passion@yna.co.kr
 

(시드니=연합뉴스) 정열 특파원 = "안그래도 독자수가 많지 않고 재정형편이 열악한 교민신문 입장에서 유료화는 큰 모험인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혼탁한 교민신문 업계 정상화와 차별화를 위해서 꼭 가야할 길이라고 생각했고,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습니다."

 

호주에서 발행되는 30여개의 교민신문·잡지 중 처음으로 유료화를 추진하는 호주동아 신이정(52) 발행인은 16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유료화가 모험이지만 언젠가는 꼭 가야할 길"이라고 강조했다.

 

호주의 교민신문·잡지업계는 10만명 남짓한 많지 않은 교민수에도 불구하고 30여개의 영세한 신문·잡지들이 난립하면서 매우 혼탁한 상황이다.

 

가장 많은 7만여명의 교민이 모여사는 시드니 권역에만 20여종의 신문·잡지가 발행되고 있다.

 

독자수는 적은데 신문·잡지는 난립하다보니 한정된 파이를 가지고 출혈경쟁을 벌이는 실정인 데다 발행인이 편집국장과 취재기자도 겸하는 1인 신문사, 이름만 있는 유령기자, 통신사 기사 무단전재 등의 관행도 횡행한다.

 

신 발행인은 "뉴욕타임스나 시드니모닝헤럴드같은 메이저 신문들도 경영난을 겪고 있는데, 영세한 교민신문 업계는 말할 것도 없는 상황"이라며 "특히나 교민신문 업계는 기사 무단전재 등의 불법적 관행이 당연시되는 등 매우 혼탁하다"고 지적했다.

 

신 발행인은 호주동아가 이달 말부터 완전 유료화를 추진하는 배경에 대해 "어렵고 고통스럽지만 언젠간 가야할 길"이라며 "교민신문 업계가 이 상태로는 더이상 미래가 없으며 우리부터 차별화를 시도해 선구적 역할을 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다.

 

지금도 각 신문·잡지사별로 3천~1만명 안팎의 적은 독자수를 가지고 겨우 적자를 면하거나 적자경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데, 유료화를 할 경우 과연 신문을 사볼 독자가 있겠느냐는 것이다.

 

신 발행인은 "당연히 처음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고 단기적으로 경영난이 심화될 수 있다"면서도 "우수한 인재를 도입해 콘텐츠의 질을 높이고 차별화를 통해 독자들 사이에 '돈을 내고도 사볼 가치가 있다'는 인식이 확산된다면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어차피 모든 교민이 유료 신문을 사보기는 어렵기 때문에 돈을 내고서라도 가치만 있다면 신문을 사볼 의향이 있는 차별화된 프리미엄 독자층을 겨냥한 마케팅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또 대부분의 교민신문이 호주 유력지를 한글로 번역한 기사 내지 한국 언론을 거의 그대로 베낀 기사 위주로 지면을 채우고 있는 현실을 탈피해 독자들에게 실질적이고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기사 위주로 구성된 신문을 제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호주동아가 이번에 추진하는 유료화는 엄밀히 말하면 '주말판 유료화'다.

이미 주중판은 유료로 발행되고 있기 때문에 주말판까지 유료화를 하면 주중·주말판이 모두 유료화되는 셈이다.

 

그동안 호주동아가 주중판은 유료로 운영하면서 주말판은 무료로 발행해왔던 이유는, 대부분의 교민신문들이 주말판 위주로 발행하는 사실상 주간지여서 주말판의 독자확보 경쟁이 워낙 치열하기 때문이다.

 

신 발행인이 단기적 출혈을 감수하면서까지 완전 유료화를 추진하는 배경에는 '정론지를 만들고 싶다'는 개인적 신념 외에도 최근 한국 국회를 통과한 '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유료인 교민신문에만 국고 지원이 가능하도록 한 사정도 깔려있다.

 

호주 최대 회전초밥 체인인 '스시베이' 등 사업체 운영을 통해 적잖은 재력을 쌓은 신 발행인은 "어차피 돈을 벌기 위해 신문사를 인수한 것은 아닌 만큼 유료화가 성공해 수익이 나게 된다면 뜻깊은 일을 위해 쓰고 싶다"는 희망을 피력했다.

 

 

passion@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4/03/16 11:31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