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만 기자]
현재 검찰만 공소제기 및 유지가 가능한 헌법재판관과 헌법재판소장에 대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가 기소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더불어민주당 김의겸 의원(비례대표, 법제사법위원회)은 3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공수처법’)」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공수처의 공소제기 대상에 헌법재판관 및 헌법재판소장이 포함된다. 공수처 출범 당시 ‘수사·재판에 관여할 수 있는 범위 및 대상에 해당되는 고위공직자는 검찰이 아닌 공수처가 직접 기소하도록’ 했던 설립취지에도 부합할 전망이다.
현행법상 공수처는 헌법재판관을 수사할 수 있지만 기소할 수는 없고, 혐의가 있을 경우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이첩해야만 한다. 공수처는 특히 지난 9월 이영진 헌법재판관의 ‘골프 접대’ 의혹을 수사하면서 “혐의가 있다고 판단하더라도 (헌법재판관을) 직접 기소하지 못하고 검찰로 이첩해야 하는 상황이므로 입법 미비”라는 의견을 표명한 바 있다.
김의겸 의원의 개정안이 통과되면 법관 및 대법관과 헌법재판관이 동일하게 공수처의 수사 및 기소 대상이 된다. 최근 ‘고발사주 사건’에서도 공수처가 검찰에 이첩한 김웅 의원 등을 검찰이 ‘증거불충분 혐의 없음’ 불기소처분했던 만큼, 앞으로 헌법재판관에 대한 공소권이 검찰의 자의적 판단에 좌우될 우려를 해소할 수 있다.
공수처 설립 당시 공소제기 대상에 검찰·경찰 및 법관이 포함됐던 이유는 재판에 ‘직접 관여’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헌법재판관 또한 수사‧재판 과정에 관여할 수 없다고만 봐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계속해서 있어왔다. 2012년 법조일원화제도 도입 이후 검찰 출신 법관 임용도 ▲2020년 15명 ▲2021년 11명 ▲2022년 18명으로 계속해서 증가하는 추세로, 검사 출신 헌법재판관은 계속해서 임용될 수 있다. 가장 최근 예시는 4년 전 재임한 안창호 전 헌법재판관(‘12년~’18년)이다. 박한철 전 헌법재판소장(‘13년~’17년) 역시 검사 출신이다.
김의겸 의원은 “현행 공수처법은 헌법재판관에 대해 공수처에서 수사하더라도 기소를 위해서는 검찰로 이첩해야 했다”며 “법조계 고위공직자인 헌법재판관이 당연히 수사·재판에 관여할 가능성이 있는 문제를 보완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의겸 의원은 “윤석열 정부 임기 중 헌법재판관 9명 전원에 대한 인사권을 행사하게 된다” 라며 “검사 출신 헌법재판관이 임용되더라도, 공수처가 기소권을 행사할 수 없다면 ‘고발사주 기소의견 뒤집듯’ 한 검찰의 ‘내 식구 감싸기’를 미연에 방지하고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그러면서 “개정안을 통해 수사·재판에 관여할 수 있는 고위공직자에 대해서는 공수처가 직접 공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한 입법취지에 맞도록 보완하고, 국가의 투명성과 공직사회의 신뢰성을 제고하기 위한 발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