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보자기 아름다움 세계에 알리는 재미동포>

posted Mar 14,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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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자기 위크숍 여는 이영민 씨 "한번 보면 매력에 푹 빠지죠"

 

(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보자기의 색과 디자인, 자투리를 이용하는 재활용, 옷감에서 보이는 문양의 숨은 뜻, 그리고 보자기를 만들며 받는 이의 복을 기원하는 마음. 다른 민족 사람들은 이런 보자기를 한번 접하면 매력에 푹 빠집니다."

 

한국 전통 보자기의 아름다움을 세계에 알리는 재미동포 이영민(45·여) 씨는 '보자기 전도사'로 불린다.

 

17년 전 컴퓨터 관련 일을 하는 남편을 따라 미국에 이민해 샌프란시스코 외곽에 사는 이 씨는 지난 1월 LA카운티미술관(LACMA)의 초청으로 보자기 워크숍을 열었다.

 

이 씨는 14일 연합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당시 워크숍에는 다른 민족 부부,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남성 등이 대거 참여했는데, 수강생들이 흥미를 느껴 인기가 높자 LACMA 측이 분 칠드런스 갤러리에서 매달 한 차례씩 열자고 제의해 이를 수락했다"고 밝혔다.

 

보자기 조각을 이어 붙여 대형 보자기를 만드는 워크숍은 지난 1월에 이어 앞으로 4월 12일, 5월 3일, 6월 7일 3차례 더 열린다. 워크숍 때마다 완성한 작품은 갤러리에서 전시하며, 6월에는 한국에 관한 특별전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외할머니가 보자기 만드는 것을 보고 자랐다는 이 씨는 인하대 의류학과를 졸업하고 이화여대 대학원에서 패션디자인을 전공했다. 이민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며 시간을 보내다가 평소 관심이 있던 텍스타일 아트(섬유예술)를 보자기로 표현하고자 전통예술인 매듭과 보자기에 몰두했다.

 

"보자기는 예로부터 모든 것을 넉넉하게 감싸 안은 한국 어머니들의 마음을 비추는 거울과 같습니다. 저에게 보자기는 멀리 떨어져 사는 가족과 한국 문화·전통에 대한 그리움을 담는 작업인 동시에 느리고 느린 손바느질을 통해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오묘한 보자기의 아름다움을 다른 민족에게 알려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10년 전. 샌프란시스코의 아시안 아트 뮤지엄과 오클랜드 뮤지엄에서 보자기와 매듭 만들기를 시연한 것을 인연으로 북가주를 중심으로 미국인에게 보자기를 알려왔다.

 

매년 초에는 샌프란시스코 한 초등학교에서 12주간 '보자기 클래스'를 개설하는가 하면, 매년 열리는 퍼시픽 국제 퀼트 페스티벌에 참가해 워크숍을 진행하고, 보자기 전시회도 기획해 선보이고 있다.

 

"인터넷이 발달해 요즘은 세계 곳곳에서 보자기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많아요. 몇 년 전에는 멕시코시티에서 한 퀼터가 보자기를 가르쳐 달라고 연락해왔어요. 샘플과 재료를 보내고 우편으로 왔다갔다하며 가르쳤는데, 나중에는 친구가 돼 저를 찾아오기도 했어요. 그 친구는 지금 멕시코에서 보자기를 가르칩니다."

 

말레이시아의 한 미술대 교수를 지도하기도 했고, 한국에서 잠시 체류할 때 보자기를 배웠다는 미국인은 현재 독일에서 거주하고 있지만 계속 이 씨와 연락을 하며 정보를 공유한다. 미국 내에서도 시애틀, 미시간에 있는 동호인들과 우편으로 왕래하며 가르친다.

 

이 씨는 배우려는 사람은 많지만 영어로 된 책이나 자료가 많지 않아 가르치는 데 어려움이 따르자 웹사이트(www.youngminlee.com)를 개설해 보자기와 매듭에 관한 역사와 정보, 만드는 법 등을 소개하고 있다. 조각보·예물보·상보 만들기를 담은 2시간짜리 DVD도 발매했다.

 

"보자기는 한국 미술을 좋아하거나 퀼트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도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보자기를 알리고 가르치면서 영어로 된 자료가 부족한 것이 늘 아쉽더군요. 영문으로 된 보자기 책을 쓰는 것이 목표입니다."

 

ghwang@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4/03/14 11:14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