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받는 고려인 자녀들과 그림책으로 소통해요"

posted Mar 11,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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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인 자녀들, 그림책 읽으며 '활짝'
고려인 자녀들, 그림책 읽으며 '활짝'
(서울=연합뉴스) 부모를 따라 고국으로 떠나왔지만 정작 교육 사각지대에서 외면받고 있는 고려인 자녀들에게 주말마다 '그림책'을 읽어주는 지역 모임이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2014.3.11 <<'동화읽는 어른모임' 제공>> eddie@yna.co.kr
 

안산 '동화 읽는 어른모임' 꾸준한 독서 봉사활동 '눈길'

 

(서울=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 부모를 따라 고국으로 떠나왔지만 정작 교육 사각지대에서 외면받고 있는 고려인 자녀들에게 주말마다 '그림책'을 읽어주는 지역 모임이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경기 안산에서 15년 넘게 교육 봉사활동을 벌여온 '동화 읽는 어른 모임'의 회원들은 토요일 오후가 되면 안산 선부2동에 있는 고려인 밀집 거주지역 '땟골'을 찾는다.

 

부모를 따라 고국을 찾은 고려인 자녀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기 위해서다.

 

이 모임은 2012년 7월 땟골에 있는 고려인 지원단체 '너머'에 그림책 100권을 기증한 것을 시작으로 교육 봉사활동을 벌인 지 1년 반이 넘었다.

 

40여 명의 회원은 7∼8명씩 조를 짜 매주 토요일이면 '너머'의 사랑방을 찾아 고려인 자녀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고 책 이야기에 맞는 '독후 활동'을 벌인다.

러시아어 통역 교사의 도움을 받아 고려인 아이들과 책 얘기를 나누고 간식으로 샌드위치, 떡볶이, 부침개를 함께 만들어 먹기도 한다.

 

외톨이처럼 교사와 멀찌감치 떨어져 있던 고려인 자녀들도 1년이라는 시간을 함께 보내면서 여느 어린이들처럼 곧잘 웃고 개구쟁이같이 변했다. 서투른 한국어 실력 탓에 말을 감췄던 아이들이 조금씩 입을 열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고려인 자녀들과 그림책 읽어요"
(서울=연합뉴스) 부모를 따라 고국으로 떠나왔지만 정작 교육 사각지대에서 외면받고 있는 고려인 자녀들에게 주말마다 '그림책'을 읽어주는 지역 모임이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2014.3.11 <<'동화읽는 어른모임' 제공>> eddie@yna.co.kr
 

모임 회원들은 독서 활동에 참여할 때면 자신들의 자녀도 데리고 온다. 아이들의 국적은 달라도 사랑방이라는 공간에 함께 있다 보면 그들만의 세상이 열리기 때문.

 

독서 봉사활동에 참여해 온 최운경(여·43) 씨는 11일 연합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고려인 자녀들은) 학교에 있을 때 말이 안 통하다 보니 소외되는 측면이 있었으나 이런 활동을 통해 아이들이 적극성을 띠게 되더라"고 전했다.

 

'동화 읽는 어른 모임'은 사단법인 어린이도서연구회 안산지회의 다른 이름이다.

1997년 지역아동센터를 중심으로 독서 봉사활동을 시작해 다문화가정과 장애아로 활동의 영역을 넓혔고, 재작년부터는 지역 고려인 자녀들에게 눈을 돌렸다.

 

이 모임이 고려인 자녀들에게 꾸준히 관심을 가지면서 올해 안산 선부2동에 들어설 국내 첫 고려인 자녀 지원센터에도 중심축이 생겼다. '동화 읽는 어른 모임'은 지원센터가 문을 열면 고려인 자녀 교육 프로그램 운영에 참여하게 된다.

김승력 '너머' 대표는 "지역에 사는 고려인 자녀들의 교육문제로 고민하고 있을 때 먼저 손을 내밀어 준 분들이 '동화 읽는 어른 모임'이었다"며 "1년 넘도록 독서 활동이 계속되면서 아이들이 안정적으로 참여해 재미있어하고 있다"고 반겼다.

 

 

eddie@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4/03/11 07:31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