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재한중국동포 여성위원회 만드는 박옥선 씨

posted Mar 09,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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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한중국동포 여성위원회 창립 박옥선 씨
재한중국동포 여성위원회 창립 박옥선 씨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국내에서 처음으로 중국동포 여성들의 권익을 대변할 '재한중국동포 여성위원회' 창립을 주도하고 있는 박옥선(47) 씨. 여성위원회는 곧 발대식을 갖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2014.3.10. <<한민족센터 다문화부 기사 참>> mina@yna.co.kr
 

"동포여성 권익 향상…여성 인재 사회진출 적극 지원"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여성들이 뭉쳐서 중국동포사회를 바꾸고 조선족에 대한 이미지를 바꾸자고 한마음으로 뜻을 모았습니다."

 

재한중국동포 여성위원회(이하 여성위원회) 창립을 주도하고 있는 박옥선(47) 씨는 10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이런 포부를 밝혔다.

 

박 씨는 국내 중국동포 사회에서 처음으로 독립된 여성단체 창립의 기치를 내걸고 지난 8일 '세계여성의 날'을 기념해 100여 명과 함께 첫 모임인 '3·8 세계부녀절 동포여성위원 포럼'을 열었다.

 

그는 "이번 포럼에서 여성위원회 창립 계획을 공유했다"며 "올 상반기 중 발대식을 갖고 본격 활동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헤이룽장(黑龍江)성 출신인 박 회장은 한국에 일찍이 이주, 정착해 중국동포 사회에서 성공한 여성의 모범으로 꼽힌다.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 중국어학원과 여행사를 함께 경영하며 국제라이온스클럽 지구에서 활동하는 등 지역에서 유명 인사로 통한다. 동포산악연맹 위원장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역시 23년 전인 1991년 산업연수생으로 한국에 처음 왔을 때 낯선 땅에서 겪은 어려움을 생생히 기억하기에 지금도 중국동포 여성들이 처한 녹록지 않은 현실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처음에 부산에 와서 살았는데, 동포도 없고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었죠. 혼자 신문 보고 무역회사를 찾아 전화해 일자리를 구했고 거기서 중국어 번역·통역을 하면서 무역과 장사 일을 배웠죠. 그러다 무슨 일 때문에 가리봉동에 왔다가 차이나타운이 형성돼 있는 걸 보고 서울로 이사해 자영업을 시작했어요."

2000년에 구로구 일대에서 중국식품·주류 도매업을 시작했을 때에도 고생이 적지 않았다.

 

"혼자 오토바이를 타고 대림동과 가리봉동, 구로동에 있는 식당들에 식품을 배달했어요. 처음엔 식당 업주들이 들어오지 말라고 냉대를 했어요. 아는 사람이 하나 없으니까 영업도 잘 안 됐는데, 꾹 참고 발로 뛰면서 판로를 개척했죠."

중국 사정을 잘 알고 무역 일을 해본 경험이 있었던 데다 열심히 노력한 덕분에 사업은 금세 성공을 거뒀다. 6개월 만에 하루 매출이 2천만 원에 달했다.

 

"돈을 벌고 나서는 지역사회에서 봉사를 시작해 12년 동안 이런저런 일들을 해 왔습니다. 마을 부녀회부터 시작해서 국제라이온스클럽에도 들어가 봉사활동을 열심히 했고 구로 중소상공인협의회에서는 감사로 선출됐어요. 지금은 나가면 이웃집부터 같은 동 주민들부터, 구로 상인들까지 모르는 사람이 별로 없어요."

 

그 역시 사람들의 편견이 두려워 조선족임을 숨긴 적도 있었다고 했다.

 

"처음에는 조선족이라는 걸 쉽게 밝히지 못했고 봉사 모임에 나가서도 회비만 내고 조용히 있곤 했어요. 모임에 100% 참석하고 1분 1초도 늦지 않게 나갔죠. 그렇게 3년을 하니까 알아주더라고요. 이제는 귀화한 중국동포라고 떳떳하게 말합니다. 한국 사람들도 저를 딱히 조선족이라고 차별하거나 하는 건 없는 것 같아요."

 

그는 여성위원회 활동을 통해 국내 중국동포들의 이미지 개선과 동포 여성들의 권익 향상에 힘쓰고 싶다고 했다. 특히 동포들 중 젊은 여성 인재들을 발굴해 사회에 적극 진출시키는 것이 동포사회 전체의 이미지 개선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동포 여성들이 식당일이나 서비스업만 하는 사람들로 비춰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숨어있는 여성 인재들이 분명히 많을 거라고 봅니다. 그들의 능력이 키워질 수 있도록 선배로서 열심히 지원하고 싶어요."

 

mina@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4/03/10 1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