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신이 전하는 소통과 희망, 사랑과 열정

posted Mar 06,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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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신 작가 << 유동영 씨 제공 >>

 

트위터 글 모음집 '힐링' 출간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소설 '은교'로 유명한 박범신(68) 작가는 2011년 11월 고향인 충남 논산으로 내려갔다. 1973년 신춘문예에 당선하면서 떠난 고향이었다.

 

탑정호가 한눈에 바라다보이는 호숫가 외딴집은 산책하면서 사색하기에 안성맞춤이지만 때로는 절대적인 고독과 마주해야 하는 공간이기도 했다. "이 호숫가 밤의 고요는 감당하기 힘든 면이 있다."(238쪽)

 

작가가 트위터를 시작한 것도 그래서일 것이다. 작가는 "먼 데 누구에게 SOS 모스부호라도 날리고 싶은 날엔" 트위터에 글을 올리고 낯모르는 누군가로부터 멘션이 오면 "그럼 나 혼자 어둠 속 걷는 게 아니구나"(이상 239쪽) 느꼈다. 작가에게 트위터란 그런 것이었다.

신간 '힐링'(열림원 펴냄)은 그의 트위터 글 모음집이다. "세상 끝에 버려져 있다고 느끼는 미지의 누군가도 내 짧은 문장 읽고 나처럼 느끼기를"(239쪽) 바라는 마음에서 때로는 이야기하듯이, 시 한 수 읊듯이 써내려간 짧은 글 모음이다.

3년여 동안의 소소한 일상이 묻은 글들은 한편으론 쓸쓸하게 다가오기도 했다가 삶에 대한 끝없는 열정을 실감하게끔 하기도 한다. 그래서 짧지만 강렬한 한 줄 한 줄의 문장들이 꿈과 희망을 건네는 잠언과도 같이 다가오고 작가와 술잔 기울이며 이야기를 주고받는 듯한 기분이 들게도 한다.

 

"만월은 틀린 말이다. 달이 꽉 찬 듯 빛날 때에도 달의 반면은 어둠 속에 있다. 더 많이 가지려면 더 많은 죄를 저질러야 할지도 모른다. 내가 충만할 때도 누군가는 울고 있다는 걸 잊지 않아야 사람으로서 비로소 아름답다."(35쪽)

더불어 이 책은 '문학, 목매달아 죽어도 좋은 나무'라고 표현한 작가로서의 40년 문학 인생을 사이사이 엿볼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소중한 텍스트다.

 

"날 작가로 키운 8할은 자학인지도 몰라. 외부세계와의 불화가 자학으로 돌아와 내부분열 만들어. 그럼 늘 위태론 상태가 되고, 글 쓰는 강력한 추동력 생기지. 내 길이 왕도라고 말하진 않겠어. 분명한 건 위태롭지 않으면 창조적 상상력은 잠잔다는 거!"(322쪽)

"글을 잘 쓰고 싶다면 뭔가 떠오를 때 책상으로 달려가야 한다. 그것이 헌신이다. 많은 사람들이 뻔한 '사교계'에서 글을 잘 쓰고 싶다는 하소로 시간을 낭비한다. 그런 사람은 기실 거의 쓰지 않는다. 글을 잘 쓰고 싶은 욕망에 억압돼 있을 뿐이다."(348쪽)

"문장이 문장을, 말이 말을 줄줄이 불러오는 거, 신명 나지만 안 좋아. 생각이 문장을 불러오도록 기다려. 머뭇거리는 습관, 그게 짱이야."(311쪽)

'끝'이라고 쓰는 것이 제일 무섭다고 한 작가는 모든 관계에서 희망의 끈을 놓치지 말라고 강조한다. 고요하면서도 진솔한 작가의 한 마디 한 마디는 젊음과 열정으로 아픔을 이겨내고 인내하도록 용기와 위안을 주며 따뜻이 토닥여주는 것만 같다.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청춘에게 말을 걸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영원히 갈망하는 것에 대해 그리고 생의 아름다움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리와 함께 오욕칠정을 가진 '사람'이라는 걸 받아들인다면 세대 차이는 극복이 가능하다. 나이 많다고 꼭 인생을 깊이 이해하는 게 아닌 것처럼 젊다고 꼭 인생이 깊이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인생의 이해라는 점에선 나이의 서열이 없다. 그러므로 나이 차가 있다고 해서 왜 친구가 되지 못하겠는가. 나는 때로 내 또래 친구들보다 어떤 젊은이와 마주 앉아 이야기할 때 훨씬 말이 잘 통한다고 느낀다. 젊은 당신들도 그럴 것이다. 친구가 되는 건 나이와 상관없다. 나이로 패거리를 만드는 건 세계를 좁히는 것이다."(338쪽)

 

 

changyong@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4/03/06 11:5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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