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란 기자]
아제르바이잔을 공식 방문 중인 박병석 국회의장이 19일(이하 현지시간) 대통령, 국회의장 등과 연쇄회담을 갖고 양국 관계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숨 가쁜 외교전을 펼쳤다.
박 의장은 오전 수도 바쿠에 있는 대통령관저에서 일함 알리예프 대통령과 만나 아제르바이잔의 비(非)석유 산업 육성 및 인프라 현대화 사업 등 대규모 프로젝트와 카라바흐 재건 사업에 한국기업의 참여를 확대하는 방안을 협의했다. 또 비동맹운동(NAM, Non-Aligned Movement) 의장국인 아제르바이잔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대해 지속적인 지지를 해줄 것을 당부하고, 북한이 대화와 협력의 길로 나올 수 있도록 설득해달라고 요청했다.
박 의장은 “한국은 아제르바이잔이 추진하고 있는 비석유산업과 인프라 현대화 사업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특히 천연가스 재처리 화학단지(GPC) 건설사업(30억 달러 규모), 복합화력발전소(가스) 건설사업(10억 달러 규모)에 한국기업의 관심이 많다”면서 “스마트시티 건설과 관련한 기술과 경험을 보유하고 있는 한국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대통령의 관심과 지원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이에 알리예프 대통령은 “한국기업은 그동안 아제르바이잔의 여러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해 왔다”며 “카라바흐 재건 사업 등 앞으로 진행될 프로젝트에 한국기업이 참여해 기술과 경험을 전수해주길 희망한다”고 답했다.
특히 알리예프 대통령은 “한국기업은 직접 투자나 컨소시엄 형식으로 참여가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 태양광·풍력·수력 등 재생에너지에 한국기업이 관심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라며 배석한 람지 테이무로프 주한아제르바이잔 대사에게 연내 서울에서 한국기업을 대상으로 투자설명회와 전시회를 개최하라고 지시했다.
박 의장은 알리예프 대통령의 적극적인 제안에 감사를 표하며 “구체적인 사업 정보를 제공해주면 한국기업과 관계 당국에 전달하여 검토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아제르바이잔은 올해 2월 「아제르바이잔 2030: 사회경제 발전을 위한 국가 우선순위」 비전을 발표하고 비석유 산업 육성과 인프라 현대화 사업 등을 추진 중이다. 또한 나고르노-카라바흐 인근 7개 탈환지역에 재생에너지 인프라를 구축하고 스마트시티를 건설하고 있다. 알리예프 대통령은 카라바흐 재건사업을 통해 향후 5년 내지 10년 안에 해당 지역을 100만 명이 거주하는 녹색 에너지 구역으로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 의장은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우리 정부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추진 노력을 일관되게 지지해준 데 대해 감사하다”면서 “아제르바이잔이 비동맹운동 정상회의 의장국으로서 같은 비동맹회원국인 북한이 남북대화에 나서고 국제사회에 나올 수 있도록 설득해줄 것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알리예프 대통령은 “2019년 10월 바쿠에서 개최된 비동맹정상회의에 참석한 북한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에게 한반도 비핵화와 남북협력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한 바 있다”며 “2023년까지 비동맹정상회의 의장국으로 활동하는 동안 한반도 평화 정착에 대한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박 의장은 “지난 5월 한미정상회담에서 대화를 통해 비핵화를 해결하는 데 합의한 바 있다. 북한이 다시 대화에 나서길 바란다”면서 “나는 조건 없는 남북국회회담을 제안한 상태”라고 밝혔고, 알리예프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 정착이 남북한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도 좋은 일이 될 것”이라고 공감을 표했다.
이와 함께 박 의장은 “올해 아제르바이잔의 독립 30주년을 축하한다. 8년 전 국회부의장으로 방문했었는데 옛 모습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발전된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며 “알리예프 대통령 재임기간 동안 정치적 안정과 경제적 발전을 달성한 데 대해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다.
박 의장은 또 “내년이 양국 수교 30주년이다. 아직은 양국 간 경제협력 규모가 크지 않지만 이번 방문을 계기로 더욱 확대되길 기대한다”고 말했고, 알리예프 대통령은 “양국의 무역 교역은 확대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했다.
박 의장은 면담을 마치며 “아제르바이잔 속담에 ‘가슴과 가슴이 통하는 길이 가장 빠르다’라는 말이 있다고 들었다. 알리예프 대통령께서 가슴을 열어준 것으로 생각되어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박 의장은 오후에는 아제르바이잔 국회에서 사히바 가파로바 국회의장과 회담을 갖고 양국 국회 협력을 증진하기 위해 양해각서를 추진키로 했다.
가파로바 국회의장은 “양국 국회 협력 증진을 위해 제도적인 협력체계가 필요하다”면서 “양해각서를 통해 협력을 강화하자”고 밝혔다.
이에 박 의장은 “한-아제르바이잔 국회의 협력을 증진하자는 취지에 공감한다”면서 “양측 실무검토를 하자”고 말했다.
박 의장은 수교 30주년을 맞아 우호 증진을 위한 다양한 문화행사를 개최하자고 했다. 가파로바 의장이 유라시아 국회의장 회의를 바쿠에서 개최하자고 제안하자 박 의장은 “우리나라와 공동상임의장국인 러시아 볼로딘 하원의장과 협의해보겠다”고 답했다. 회담은 단독과 확대회담 형식으로 1시간 10분가량 이뤄졌다.
회담에 아제르바이잔 측에서는 국회의원 및 국회의장 보좌진 등 10여 명이 참석했고 우리 측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위성곤·황운하·이수진·장경태 의원, 국민의힘 윤주경·윤창현 의원과 김동업 주아제르바이잔대사, 김형길 외교특임대사, 곽현준 국제국장, 고윤희 공보비서관 등이 함께했다.
가파로바 의장과 회담을 마친 박 의장은 페어몬트호텔에서 아제르바이잔에서 활동 중인 한국 경제인 대표들을 초청해 오찬 간담회를 가졌다.
박 의장은 “어려운 가운데서 여러분들이 꿋꿋하게 지켜주어 국민 모두 마음이 든든하다”며 이들의 노고를 치하했다.
박 의장은 “대통령, 국회의장과 회담하면서 상당히 광범위한 논의가 오고 갔다. 비석유 부문·인프라 협력, 스마트시티 및 스마트팜 등 여러 협력 방안이 나왔다”며 “알리예프 대통령이 주한아제르바이잔 대사에게 올해 중으로 한국에서 투자설명회를 개최하라는 지시도 내렸다”고 소개했다.
지상사협의회장인 박상준 희림건축 지사장은 “아제르바이잔은 석유·가스·철광석 등 많은 자원이 있는 나라”라면서 “팬데믹 상황에서도 아제르바이잔을 방문해주신 의장님께 감사 말씀을 전한다”고 말했다.
간담회에는 공종환 삼성엔지니어링 지점장, 류동원 삼성전자 지점장, 구본상 에스트래픽 이사, 유진용 한솔EME 소장 등이 참석했다.
이후 박 의장은 아제르바이잔 국영방송과 인터뷰를 갖고 그간 쌓아온 양국의 협력 성과를 평가하고 향후 관계 발전을 위한 의견을 피력했다. 박 의장은 가파로바 의장이 주최하는 공식 환영 만찬에 참석하는 것으로 이날 일정을 마무리했다.
앞서 박 의장은 국부묘소 및 순국자묘소에 헌화했다. 국부묘소는 알리예프 대통령의 부친이자 아제르바이잔의 국부로 추앙받는 헤이다르 알리예프 전 대통령의 묘소이며, 순국자묘소는 1990년 1월 20일 바쿠 소요사태 진압을 위해 진군한 소련군에 의해 희생당한 160여 명의 시민을 추모하는 장소로 시작된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