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원자력연구원, 방사성 세슘과 스트론튬 흡착제 개발
- 방사성 세슘과 스트론튬만 쏙 잡아낸다 -
- 기존 흡착제 대비, 흡착 선택성 최소 1.5배 향상, 99.4% 이상 제거 -
우라늄 핵분열 과정에서 다량 형성되는 방사성 오염핵종 세슘과 스트론튬은 높은 열을 방출하는 특성과 30년 이상의 반감기 때문에 방사성 오염수에서 반드시 제거해야 한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에 대한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국내 연구진이 이들 두 핵종을 선택적으로 제거하는 흡착제를 개발해 화제다.
한국원자력연구원(원장 박원석)은 해체기술연구부 양희만 박사 연구팀이 한국과학기술원(KAIST) 생명화학공학과 최민기 교수 연구팀과 함께‘황-제올라이트 복합체’ 개발에 성공했다고 27일 밝혔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연구진이 합성한 세가지 형태의 황-제올라이트 복합체
(왼쪽부터) 이연수 연구생, 윤인호 책임연구원, 양희만 선임연구원
제올라이트는 방사성 핵종 흡착에 널리 사용되는 물질이지만 세슘과 스트론튬에 대해서는 흡착성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그런데 연구팀은 황을 이용해 이러한 단점을 보완했다.
※ 제올라이트: 실리콘과 알루미늄으로 이뤄진 다공성 결정체로서, 촉매나 흡착제로 활용한다. 자연적으로도 생성되지만 산업적으로 대량 생산하며, 일상에서도 제습제, 세제탈취제 등에 흔히 쓰인다.
공동연구팀은 상용 흡착제인 제올라이트 기공 내부에 세슘, 스트론튬과의 화학적 친화력이 높은 황을 승화시켜 봉입해, 황-제올라이트 복합체를 세계 최초로 합성했다.
저비용에 비교적 간단한 방법으로 제조 가능해 상용화 기대도 크다. 지금까지 세계적으로 세슘과 스트론튬을 선택적으로 제거하기 위한 다양한 흡착제 개발이 이루어졌지만, 대부분 제조과정이 복잡하고 가격이 비싸다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추가로, 제올라이트의 종류에 상관없이 황을 많이 봉입할수록 세슘의 흡착 선택성이 크게 향상됨을 확인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연구진이 합성한 황-제올라이트 복합체의 흡착 성능을 실험중이다
제올라이트의 한 종류로 세슘 흡착에 흔히 쓰이는 차바자이트(Chabazite) 내 황의 질량 백분율이 5%와 10%일 때 세슘 흡착 선택성은 기존 차바자이트 대비 각각 3.2배, 7.1배 증가했다.
반면에 스트론튬에 대한 흡착 선택성은 제올라이트의 종류에 따라 황의 특정 함량에서 최대치를 보였다.
스트론튬 흡착에 흔히 활용하는 제올라이트A(NaA Zeolite) 내 황의 질량 백분율이 3%일 때 기존 제올라이트A 대비 최대 1.5배 증가하였으나, 10%에서는 1.33배 증가에 그쳤다. 황-제올라이트 복합체를 이용한 오염지하수 정화 실험 결과 방사성 세슘과 스트론튬을 각각 99.4% 이상 제거했다.
특히, 방사성 세슘과 스트론튬이 동시에 존재하는 조건에서도 두 핵종 모두 97.5% 이상 제거하는데 성공했다.
향후 원자력시설 해체 시 발생할 다량의 방사성 오염수를 처리하는 데 바로 활용 가능한 수준이다.
연구팀은 황-제올라이트 복합체의 흡착 성능을 확인한 만큼, 사용이 끝난 제올라이트를 안정화하는 기존 공정을 황-제올라이트 복합체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를 추가 진행하고, 기술이전도 추진할 계획이다.
연구를 주도한 연구원 양희만 박사는 “제조비용이 싸고 과정도 간단해 대량생산에 적합하다.”며 “현재 오염수 처리 공정에 사용되고 있는 일반 제올라이트를 바로 대체할 수 있어 상용화에 매우 유리하다.”고 밝혔다.
한국과학기술원 최민기 교수는 “합성 방법을 최적화하여 세슘 및 스트론튬에 대한 흡착 성능을 높이고, 황-제올라이트 기반 분리막, 미세 수중로봇 등 다양한 응용 연구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원자력기술개발사업으로 개발한 이 기술은 지난 4월 국내와 일본 특허 등록을 마쳤고, 미국에서는 특허 등록 심사 중에 있다.
연구결과는 세계적인 학술지 ‘케미스트리 오브 머터리얼스(Chemistry of Materials)’, ‘어플라이드 서피스 사이언스(Applied Surface Science)’, ‘케모스피어(Chemosphere)’에 연달아 게재됐다.
스포츠닷컴 유규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