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탄 화교사옥 떠나지 못한 주민들…'위험 여전'

posted Feb 27,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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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 사각지대에 수십년간 방치됐다가 최근 큰불이 났던 서울 중구 '화교 사옥.
 

복구 안 됐지만 주민 20여명 계속 거주

구청 "강제 퇴거 검토"…주민들 "이주 대책 없이 못 나가"

 

(서울=연합뉴스) 민경락 기자 = 토지 주인의 외면으로 안전 사각지대에 수십년간 방치됐다가 최근 큰불이 났던 서울 중구 '화교 사옥'에 화재 이후에도 주민들이 계속 사는 것으로 확인돼 또 다른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서울 중구는 건물 철거를 위해 퇴거 명령을 내리고 행정대집행까지 할 수 있다며 주민들을 압박하고 있지만 주민들은 이주 대책을 요구하며 맞서고 있다.

 

27일 연합뉴스 취재 결과 화교 사옥 화재 현장은 아직 복구가 끝나지 않았지만 화재 이후 고시원 등으로 대피한 20여명의 주민들이 다시 들어가 살고 있었다.

화재 이전부터 안전사고 우려가 끊이지 않았던 화교 사옥은 건물 일부가 불에 타 무너지면서 이전보다 더 위험한 상태였다.

 

나무판을 여러 겹 덧대 만든 쪽방 벽과 문은 낡을 대로 낡아 삐걱거렸고 화재 당시 불을 끄려고 뿌린 물까지 그대로 머금고 있어 한눈에 봐도 위태로워 보였다.

벽과 바닥의 시멘트는 군데군데 금이 가 있었고 일부는 아예 벗겨져 안쪽 벽돌이 그대로 노출된 곳도 있었다.

 

이런 상황에도 일부 주민은 1평 남짓한 쪽방에서 화재 이전과 같은 생활을 하고 있었다.

 

쪽방에서 만난 정모(72)씨는 "30년 동안 이곳에서 혼자 잘 살아왔는데 왜 나가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건물이 무너질 것 같은 불안감도 전혀 없어서 그냥 이곳에서 살고 싶다"고 말했다.

 

사옥'불탄 화교 사옥.
 

주민들은 오랜 터전을 대책 없이 떠날 수는 없다며 구청에 이주 대책 등을 요구하고 있다.

 

거주자 대표 김일수(55)씨는 "이곳에서 수십년간 살아온 사람들은 당시 대만 사람들로부터 집을 사서 들어왔기 때문에 무조건 나가라는 구청의 입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주민들과 회의를 해 우리의 목소리를 내겠다"고 말했다.

 

중구청은 화재 이후 추가 붕괴가 우려되는 만큼 화교 사옥 쪽방 철거를 위해 주민들의 퇴거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구청 측은 지난 17일 화재가 발생한 뒤 화교사옥에 대한 안전진단을 진행해 도로변 상가를 제외한 나머지 공간은 사용할 수 없어 철거해야 한다는 결과를 통보받았다.

 

구청 관계자는 "불이 나 인근 고시원으로 대피했던 쪽방 주민 20여명이 다시 쪽방으로 들어가 퇴거를 거부하고 있다"며 "안전 문제로 철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강제 퇴거 조치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 건물은 무허가 건물인 만큼 주민들에게 복지 차원의 지원 외 추가 보상을 하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 건물은 1960년대 화교들이 주로 거주하면서 화교 사옥으로 불리기 시작했지만, 지금은 오갈 데 없는 빈곤층 주민들이 관리비 없이 거주하는 쪽방촌이 됐다.

노후화한데다 나무 자재가 많아 화재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지만 건물은 무허가, 토지는 주한 대만대표부 소유여서 관리 사각지대로 방치돼왔다. 지난 17일에는 대형 화재로 주민 2명이 숨졌다.

 

rock@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4/02/27 10:30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