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낯섦에서 낯설지 않음으로 '레바논 감정'

posted Feb 24,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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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한미희 기자 = 1년 전 어머니를 잃은 슬픔을 감당하지 못하는 헌우(최성호 분)는 비어 있는 지인의 집에 머무르며 자살을 시도하다 실패한다. 산에서 들린 여자의 비명을 듣고 쫓아가 보니 여자(김진욱 분)는 지인이 놓은 노루 덫에 걸려 있다.

 

여자는 이제 막 교도소에서 출소했지만 갈 곳이 없다. 차를 태워준 남자의 전화를 빌려 누군가에게 욕을 퍼붓고 나서 남자와 성관계를 하는 대신 얼마의 돈을 얻어낸다. 남자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남자의 돈을 통째로 훔쳐 산으로 달아나다 덫에 걸리고 만다.

 

헌우는 처음 보는 여자를 집에 데리고 와 치료해 주고 속옷을 사다주고 밥을 먹인다. 여자의 전화를 받았던 가죽점퍼를 입은 남자(장원영 분)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여자를 쫓기 시작한다.

 

영화 '레바논 감정'의 제목은 최정례의 시 '레바논 감정'에서 가져왔다. 정영현 감독은 "세상에 있는 단어로 설명하기 힘든 감정"이라고 밝혔다.

 

이야기의 시작과 과정은 영화 제목처럼 낯설고 친절하지도 않지만, 잔혹한 스릴러와 때때로 환영이 겹치는 드라마를 거치면서 상처입은 사람들끼리의 연민과 사랑이라는 그리 낯설지 않은 감정에 다다른다.

 

남자와 여자의 사연은 구체적으로 설명되지 않지만 그들이 짊어진 삶의 고단함과 죽음이 주는 상실감과 슬픔, 지독한 인연의 고난과 기대치 않은 인연이 주는 한낱 희망에 자연스럽게 빠져들게 된다.

 

그리 높지도 험하지도 않은 눈 덮인 산과 인적도 특색도 없는 평범한 마을이 오히려 묘한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드라마 '미스코리아'와 '식샤를 합시다'에서 현실적으로 못된 마초 상사와 귀엽게 이기적이고 소심한 법률 사무소장 역으로 낯익은 장원영의 섬뜩한 변신이나 웃음과 충격을 동시에 주는 저수지 남자와 트럭 남자도 신경을 놓았다 잡아끄는 또 다른 긴장을 만들어낸다.

 

한국영화아카데미 출신으로 '그놈 목소리', '너는 내 운명' 조연출을 거친 정 감독이 처음으로 내놓은 장편이다.

 

지난해 전국국제영화제 CGV무비꼴라쥬상에 이어 장준환 감독의 '지구를 지켜라'(2003) 이후 10년 만에 모스크바 국제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았다.

27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 상영시간 106분.

 

 

 

mihee@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4/02/24 14:02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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