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초등학교 졸업생들, 세상으로 한 걸음>

posted Feb 18,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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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학교 '지구촌학교' 2회 졸업식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선생님은 1년 내내 저희에게 '자신을 속이지 말고 당당히 살라'고 말씀하셨지요. 앞으로 꼭 이 말을 실천해 훌륭한 사람이 되겠습니다. 그래서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더 많이 사랑하겠습니다."

 

다문화 대안 초등학교인 '지구촌학교'의 2기 졸업생 황성연(14) 군은 14일 오전 서울 구로구에 있는 이 학교 강당에서 열린 졸업식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날 황 군을 비롯한 4개국 7명의 다문화가정 자녀들이 세상으로 나아가 당당히 꿈을 펼치겠다는 각오를 밝히며 초등학교 졸업장을 받았다.

 

아프리카 가나와 중국 등을 부모의 출신국으로 둔 이 학생들은 모두 일반 초등학교를 다니다 2011년 이 학교 개교와 함께 전학해 2년여간의 시간을 이곳에서 보냈다.

 

다른 초등학교에서 위탁교육을 요청해 이곳에서 1년여간 머문 과테말라 출신 다문화가정 학생도 이날 졸업식에 함께 했다.

 

학생회장을 지낸 황 군은 졸업생 대표로 연단에 올라 진지한 목소리로 답사를 낭독했다.

 

"이전에 다녔던 학교에서는 제 모습이 달라 놀림을 받기도 했지만, 지구촌학교를 다니면서 저와 같은 다문화 친구들도 많고 차별하거나 놀리는 경우도 없었기 때문에 항상 자신감이 없던 저에게 자신감도 생겼습니다. 사랑하는 선생님, 저희들을 포기하지 않으시고 잘 가르쳐주셔서 감사합니다."

 

황 군에 이어 중국어로 답사를 읽은 김선미(13. 학교 측의 요청으로 가명 처리함) 양은 학교를 떠나기가 못내 아쉬웠는지 단상에 올라 한동안 울먹이며 입을 떼지 못했다. 중국에서 나고 자란 김 양은 중국동포 출신 부모를 따라 뒤늦게 한국에 와 언어 문제 등으로 인해 처음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교사들은 전했다.

 

기자가 졸업 소감을 묻자 김 양은 "너무 슬프고 또 좋기도 하다"며 다시 울먹였다. 앞으로 꿈이 뭐냐고 묻자 "상담사가 되고 싶다. 우울증에 걸리고 정신이 아픈 사람들을 상담해주고 도와주고 싶다"고 했다.

 

지구촌학교는 다문화를 내건 대안 초등학교로는 국내 처음으로 2011년 정규 학교로 인가를 받은 곳으로,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또래의 따돌림이나 놀림을 받기 쉬운 일반 학교에 비해 상대적으로 아이들에게 안전한 울타리가 돼 줬다.

 

이제 이 울타리를 벗어난 졸업생들은 일반 중학교로 진학한다. 이들을 다르게 보는 시선에 움츠러들었던 아이들이 다시 세상으로 한 걸음 나아가는 것이다.

 

박세진 교장은 "일반 학생들과 잘 섞일 수 있을지 우려되는 부분도 있지만, 모두 잘 해내리라 믿는다. 그동안 특히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주려고 노력했는데,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꿈과 목표가 있다면 어떤 어려움이든 잘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mina@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4/02/14 15:52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