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급 접촉 '속개'…남북관계 향배 주목-(종합)


: 지난 12일 판문점 우리측 지역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 당국간 고위급 접촉에서 우리측 수석대표 김규현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오른쪽)과 북측 수석대표 원동연 통일전선부 부부장이 악수하고 있다.

남북, 대화 모멘텀 유지 공감대 확인 해석

이산가족 상봉 최종 성사, 핵심 변수 부각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홍지인 기자 = 남북이 공동 보도문조차 내지 못한 고위급 접촉을 14일 이어가기로 함에 따라 남북관계의 향배가 주목된다.

전날 한미군사훈련과 이산가족 상봉 연계 문제에서 대립하면서 대화의 돌파구 마련에 실패한 남북이 13일 고위급 대화 속개에 합의한 것은 양측이 남북관계 개선 방향에 일정한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해석된다.

12일 고위급 접촉이 결렬된 뒤에도 북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남북이 책임 공방을 벌이기보다는 어렵게 살린 대화의 전기를 이어갈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남북이 공히 관계개선 방향을 제시한 상황 속에서 고위급 대화의 불씨를 살려보려는 노력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였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어떻게 잘 넘어가느냐가 변수가 되겠는데 이를 제외한다면 남북관계는 이명박 정권 5년, 박근혜 정부 출범 후 1년과는 조금 다른 차원으로 점진적으로 개선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북한으로서는 경제 발전을 위한 대외 환경 개선을 위한 돌파구를 마련하고 북미 대화와 6자회담 재개를 위해 일정한 남북관계 개선이 필수적이다.

우리 정부도 올해를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본격 가동의 해로 규정하고 이산가족 상봉을 '첫 단추' 삼는 남북관계 개선의 의지를 천명한 상황이다.

실제로 남북은 전날 접촉에서 구체적인 일정을 잡지 않았지만 논의 사안을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가자고 의견을 모았다.

남북 사이에 대화의 기운이 이어지려면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최종적으로 성사될지가 가장 큰 변수다.

오는 20∼25일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금강산에서 열리기로 예정된 가운데 북한은 전날 접촉에서 이를 한미 군사훈련과 연계시키며 대남 압박 카드로 활용하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했다.

만일 북한이 이산가족 행사의 '연기'를 주장하면서 14일 접촉에서도 입장을 변화하지 않은 채 끝내 상봉을 무산시키거나 파행시킬 경우 어렵게 회복된 대화 분위기는 급속히 경색된다.

이 때문에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을 대남 압박카드로 최대한 활용하되 지난해 가을처럼 완전히 무산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아직 우세한 분위기다.

김용현 교수는 "김정은의 처지에서는 방중이나 6자회담의 모멘텀을 찾으려면 남북관계를 어느 정도 개선해야 한다"며 "또 연기하면 북한으로서는 부담이 너무 크고 김정은의 이미지에도 상당한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향후 남북관계의 흐름은 14일 추가 접촉에서 확인될 북한의 태도에 달려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회담 결렬의 책임을 우리측에 떠넘기면서 남북관계를 다시 냉각 분위기로 몰고 갈 수도 있다는 우려도 여전히 나온다.

북한이 애초부터 한미군사훈련을 앞두고 도발을 위한 명분 쌓기 성격으로 이번 회담을 제안하고 나선 게 아니냐는 것이다.

따라서 14일 접촉에서 남북이 어떤 합의를 이뤄내느냐가 향후 일정 시기 남북관계의 흐름을 가를 중요 변곡점으로 작용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