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한국과 이란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두 나라가 더욱 친해졌으면 좋겠고 그 사이에서 제가 기여하고 싶습니다."
주한이란이슬람공화국대사관에서 통역·번역 주재원으로 일하는 파테메 유세피(52) 씨는 지난 10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주한이란대사관이 지난 4∼7일 이란의 역사와 풍광을 담은 사진전을 여는 등 문화 행사를 활발히 벌이는 동안 대사관과 한국인들 사이에서 모든 업무의 중간 다리 역할을 하는 유세피 씨의 행보 역시 바빠진 터였다. 대사관의 통번역 업무를 전담하는 그의 한국말 실력은 웬만한 한국인 못지않게 유창하다.
"오래 살았으니까 당연하죠. 1988년에 한국사람인 남편을 따라 한국에 와 벌써 25년이 됐네요. 한국어를 따로 배운 적은 없어요. 한국에서 살아야 하니까 그저 어린 아이들이 옹알이하듯 하나하나 익혀 나갔죠. 한국을 워낙 사랑하다 보니까 한국말을 금방 배운 것 같아요."
언어를 비롯해 뭐든지 배우고 공부하기를 좋아한다는 그는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육대학원에서 외국어로서의 한국어교육전공 석사학위를 받고 국제관계학으로 박사학위를 땄다. 지금도 공부할 만한 다른 박사 후 프로그램이 있는지 계속 찾고 있다"고 했다.
대사관에서 근무한 것은 2003년부터다. 한국어를 특별히 잘하는 이란 출신 이주민이 많지 않다 보니 대사관 주재원들이 그를 일찍부터 눈여겨봤다. 대사관에서 일한 지 10년이 지난 지금 그는 직원들 사이에서 '해결사'로 통한다.
"한국과 내 모국을 위해서 중간 역할을 할 수 있어서 좋아요. 통역은 그냥 단어만 안다고 되는 게 아니거든요. 역사와 문화 등 여러 면에서 한국도 잘 알고 이란도 잘 알아야 그 말을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죠. 저는 양쪽을 다 잘 알고 이해하니까 대사관에서 일하는 모든 순간들이 큰 보람으로 느껴져요."
그는 한국인들이 이란에 대해 잘 모르거나 잘못된 인식을 가진 게 안타깝다고 했다.
"이란과 한국의 교류는 1천년 이상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갑니다. 두 나라는 공통점도 참 많죠. 한국인들이 정이 많다고 하지만, 이란인들은 정이 더 많아요. 자신에게 온 손님을 신이 보내는 선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는 또 이슬람이 평화의 종교라고 강조했다.
"'이슬람'이란 단어 자체가 평화라는 뜻이에요. 상대를 사랑하고 예의를 지키는 것이 기본이죠. 폭력이나 이상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은 절대 무슬림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이란에서는 이미 TV드라마를 타고 한류 붐이 불어 한국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고 그는 전했다.
"이란사람들이 한국을 정말 좋아해요. '대장금'과 '주몽'이 큰 인기를 끌었는데, 그 드라마가 방영되는 시간에는 길거리에 차가 없다고 할 정도였죠. 요즘엔 한국어를 배우려는 사람들이 몰린다고 들었어요."
그는 "한국사람들도 이란에 한 번만 갔다 오면 이란이 지닌 자연과 문화, 역사 유적의 아름다움에 놀라게 된다"며 "마음을 열고 이란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4/02/11 15:05 송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