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김연아 '차분한 노랑' vs 리프니츠카야 '애잔한 빨강'

posted Feb 12,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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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쇼트 프로그램에서 '어릿광대를 보내주오 (Send in Clowns)'를 선보이는 김연아. (연합뉴스 DB)
 

실력만큼 출전 프로그램 분위기·사연 담은 드레스에도 관심

두 선수 모두 의상 논란 겪어…"의상보다 경기력이 중요"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대회 2연패에 도전하는 '피겨 여왕' 김연아(24)의 노란색 드레스와 대항마로 떠오른 '피겨 샛별' 율리아 리프니츠카야(16·러시아)의 빨간색 드레스 중 어느쪽이 관객의 시선을 더 사로잡을까.

김연아와 리프니츠카야는 올 시즌 뛰어난 경기력에도 프로그램의 의상 때문에 여러 논란에 시달렸다.

 

김연아는 쇼트프로그램 '어릿광대를 보내주오'에서 곡에 어울리는 서정적인 노란 빛깔의 의상을 선보였다.

 

프로그램에 실연의 아픔과 청춘을 향한 그리움이 애절하게 녹아 있어 드레스도 올리브그린색 원단으로 전체 색상을 통일했고, 몸통 부분에 수 놓인 레이스와 보석도 독특한 모양보다는 비슷한 패턴을 그려 차분함을 강조했다.

 

하지만 밴쿠버 동계올림픽 때 '본드걸'의 관능적이고 차가운 이미지를 형상화한 강렬한 검은색 드레스를 기억하는 팬들은 공개 직후 의상이 '어울리지 않는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팬들은 의상이 마치 '단무지같다'며 김연아가 의상을 바꿨으면 하는 마음을 나타냈고, 언론에는 '김연아는 따뜻한 계열의 색보다 차가운 계열의 색이 더 어울리는 얼굴'이라는 식의 과학적(?) 분석까지 등장했다.

 

그러나 김연아는 소치 올림픽 직전 대회인 종합선수권대회에도 같은 의상을 입고 나와 완벽한 연기를 펼쳐보인 뒤 "의상보다는 경기력이 중요하다"는 말로 팬들의 불만을 잠재웠다.

 

지난 10일 오전(한국시간) 여자 피겨 프리 프로그램 단체전에서 러시아 율리아 리프니츠카야가 멋진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리프니츠카야가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쉰들러리스트'의 주제곡에 맞춘 프리스케이팅을 할 때 입은 의상은 빨간색이다.

 

이는 영화에 홀로코스트 피해자로 나온 어린 소녀가 입었던 빨간 코트를 상징하는 것으로, 젊음과 순수함을 의미한다.

 

그는 검은 장갑까지 끼고 쉰들러리스트에 담긴 비극을 표현하고자 애썼다.

 

아직 어린 나이의 리프니츠카야가 연기하기에는 음악에 서려 있는 감정이 너무 무겁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선도 있었으나, 당시 심판진은 그에게 출전자 중 가장 높은 점수를 줘 그의 예술성과 표현력을 인정했다.

 

흑백 영화인 쉰들러리스트에서 빨강은 영화에 나오는 유일한 유채색이다.

 

사람들이 쉰들러리스트를 보며 빨간 코트를 입은 소녀에게 집중했듯, 관중도 리프니츠카야의 돋보이는 무대에 주목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에 대해 비판적인 시선을 보냈다.

 

'피겨 여왕' 김연아가 지난달 5일 'KB금융 코리아 피겨스케이팅 챔피언십 2014' 시니어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 경기에서 '아디오스 노니노'를 선보이며 매혹적인 연기를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DB)
 

비판자들은 "빨간 옷까지 입고는 쉰들러리스트가 전하는 감정에 묻어가려고 하는 모조품"이라고 했고, 일부는 "칙칙한 빨간색 옷을 갖춰 입었다고 해서 빨간 코트를 입은 소녀를 닮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대부분은 "쉰들러리스트의 비극을 아름답게 재연했다"고 칭찬했다.

 

이번 올림픽이 고별 무대인 김연아는 이와 함께 아버지를 여읜 아픔을 담은 강렬한 탱고 음악에 어울리는 검은색과 짙은 보라색이 어우러진 드레스를 프리프로그램 '아디오스 노니노'의 의상으로 선택했다.

 

김연아는 원래 전체가 검은색인 드레스를 택했다가 점프와 스핀 연기를 하는 데 불편함을 해소하고자 디자인을 바꾸는 과정에서 색상도 변경했다.

 

그는 밴쿠버 올림픽 때는 조지 거쉰의 '피아노 협주곡 F장조'의 세련된 느낌을 살리고자 보석 목걸이가 등까지 이어진 밝은 파란색 의상을 입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전반적으로 어두운 색을 골라 엄숙함을 더했다.

다만 늘어뜨린 나뭇가지 모양으로 상의에 보석을 박거나 등을 시원하게 파고, 왼쪽 어깨 부분과 치마의 왼쪽 다리 부분을 살짝 트는 등의 포인트로 탱고 특유의 관능미를 살렸다.

 

리프니츠카야는 쇼트프로그램인 마크 민코프의 '사랑을 포기하지 말아요'에 맞춰 입을 의상으로 가슴 밑으로는 물결무늬가 들어간 파란색 천으로 돼 있고, 가슴 위부터 팔까지는 남색 반투명 천으로 덮인 드레스를 골랐다.

 

kamja@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4/02/12 16:10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