낱말 풀이를 넘어 사회의 거울 역할을 하는 사전

posted Feb 11,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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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지엔화 아시아사서학회장의 신간 '사전론'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 사전은 언뜻 보면 정치적 이념이나 주관이 개입할 여지가 많지 않아 보인다. 낱말의 뜻을 있는 그대로 풀이한 책이라고 생각하기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금만 더 들여다보면 사전만큼 통치 계급의 의식이나 사상이 고스란히 반영되는 책도 없다.

 

예를 들어 예전 중국어 사전은 '婦'(부)라는 단어를 '복종하다, 남편을 위해 시중든다'고 풀이했다. 이 같은 봉건적 해석은 현대에 들어와서야 고쳐졌다.

라루스의 '19세기 백과 대사전'은 지배 계급의 의식과 종교 관념에 맞서는 도구로 활용됐다. 이 사전이 풀이한 '자유'의 의미 등은 노동자들의 토론 소재로 종종 등장했다고 한다.

 

사전은 사회 사조나 철학 사상의 시금석이자 사회의 거울인 셈이다.

사전 편찬자의 기호에 따라 용례 등이 크게 달라지는 예도 많다. 존슨의 '영어사전'은 다니엘 디포의 저작의 용례를 매우 적게 인용했는데 디포가 믿는 교파가 존슨과 달랐기 때문이라고 한다.

 

특히 전통적인 오프라인 사전이 퇴조하는 대신 다양한 종류의 전문 사전이 온라인에서 만개하는 요즘 상황을 고려해 볼 때 사전의 역할을 진지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아시아 사서학회 회장인 황지엔화 광둥 외어외무대학 교수가 쓴 '사전론'은 사전학 관련 다양한 이론과 편찬 지침 등을 아우르고 있다. 1987년 중국에서 초판이 나왔으며 사서 편찬자들과 사전학 연구자들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하는 기본서로 알려졌다.

 

책은 사전에 대한 정보를 단순히 제공하는 수준을 넘어 사전 관련 여러 견해와 쟁점도 소개한다. 사전이 사회 속에서 어떤 기능을 하며 사회를 어떻게 반영하는지 거시적으로 다룬다.

또 실제 사전을 편찬하면서 표제항은 어떤 기준으로 배열하고 각 항목 안 내용은 어떤 순서로 담아야 하는지 등도 설명한다. 언어사전과 백과사전의 뜻풀이가 어떻게 다른지 등에 대해서도 알려준다.

 

저자는 "사전 편찬자들과 번역가들은 유사한 부분이 있다"며 "그들은 자신들의 누적된 문화와 전문 지식 그리고 실천했던 경험으로 품질이 높은 사전이나 우수한 번역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으며, 어떤 이론에 의지하지 않아도 되고, 이론의 시비를 이해할 필요는 더더욱 없다"고 말했다.

박형익 옮김. 부키. 408쪽. 2만원.

cool@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4/02/11 09:58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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