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희 기자]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9일 국회 본회의에서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하 신용정보법) 반대 토론에서 “신용정보법을 비롯한 이른바 ‘데이터 3법’이 통과될 경우, 정보주체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할 뿐 아니라 빅데이터 산업의 경쟁력 약화를 부를 것”이라고 말했다.
추혜선 의원은 이날 이른바 ‘데이터 3법’으로 불리는 「개인정보 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 이어 상정된 신용정보법 개정안 반대 토론에 나서 “20대 국회가 국민의 정보인권을 침해하는 결정을 내리지 않도록 선배‧동료 의원들이 이 법안에 반대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본회의에 상정된 신용정보법 개정안은 가명처리를 한 개인 신용정보의 경우 정보 주체의 동의를 받지 않고도 시장조사 등 상업적 목적의 통계 작성이나 산업적 목적의 연구를 포함해 광범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추혜선 의원은 4차 산업혁명과 데이터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개인정보 보호 장치를 더욱 철저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추혜선 의원은 지난 2009년 MBC <PD수첩> 수사 검찰이 제작진의 이메일을 공개한 후 ‘지메일’ 사용자가 급증하고, 2014년 경찰이 세월호 추모집회에서 연행한 정진우 노동당 전 부대표의 카카오톡 대화방을 ‘팩스 영장’만으로 압수‧수색한 사실이 알려진 이후 ‘텔레그램’ 망명이 이어졌던 사례를 언급했다.
‘지메일’과 ‘텔레그램’은 모두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다.
추혜선 의원은 “국민들이 대한민국 국가 기관과 기업들의 정보보호 시스템을 불신할 때 ‘사이버 망명’으로 이어졌고, 대한민국의 ICT 기업들은 해외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지적했다.
추혜선 의원은 데이터 산업의 발전을 위한 개인정보 보호 규제 체계의 정비가 필요하다는 데 동의하면서도 “정보주체들이 안심하고 정부나 기업에 개인정보를 맡길 수 있도록 개인정보 보호 장치를 더욱 확실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혜선 의원은 ‘데이터 3법’ 중에서도 신용정보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문제가 특히 심각하다고 우려했다.
우선, 이날 본회의에 상정된 신용정보법 개정안이 과거 발생한 대규모 정보유출 사건에 대한 반성적 조치를 무위로 돌리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문제제기다.
추혜선 의원은 지난 2014년 1억 건이 넘는 개인정보가 유출된 국제적 규모의 금융사 해킹 사건을 언급하며 “이런 사고의 재발을 막기 위해 신용정보회사의 겸업을 ‘공공 목적의 업무’로 제한했는데, 이번 개정안에서 다시 영리 목적의 겸업을 허용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추혜선 의원은 “소셜미디어에 올린 표현물들을 신용정보 회사가 신용평가를 위해 동의 없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도 문제”라며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 따라 신용등급이 달라진다면, 이용자들은 자기 검열을 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추혜선 의원은 “이 법이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표현의 자유가 심각하게 침해될 뿐 아니라, 이는 결국 정보통신 산업의 발전을 가로막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추혜선 의원은 “신용정보법 개정으로 개인 신용정보 ‘활용’의 주무부처인 금융위원회가 ‘감독’ 권한까지 갖게 되면, 이는 개인정보 보호 감독체계 일원화와 독립성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일반법 성격인 개인정보보호법의 규정들을 신용정보법 개정안에 중복 규정하고 있어 법 형식상 문제도 있다는 게 추혜선 의원의 문제제기다.
예컨대, 보험사와 통신사가 각각 갖고 있는 정보를 결합하려 할 때,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른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규제와 신용정보법에 따른 금융위원회의 규제를 모두 받게 된다는 것이다.
추혜선 의원은 “두 법에서 규정한 내용이 충돌하거나 이중 규제가 될 때 규제의 어려움은 물론 기업들의 부담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거듭 법안의 재검토를 촉구했다.
한편 추혜선 의원은 지난해 11월 29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신용정보법 개정안을 처리했을 당시에도 반대 토론에 나섰다.
당시 추혜선 의원은 “얼마 전 시민단체들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67%가 개인 동의 없는 가명정보 활용에 반대하고 80%가 개인정보 보호 관련법 개정에 대해 모르고 있었다”며 “국민 공감대 없이 서둘러 법안을 처리하는 것이야말로 국회의 국민 기망”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