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이주민예술센터 '프리포트' 지킴이 마문 씨

posted Feb 07,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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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글라데시 출신 한국인…단편영화 연출·목공교실 운영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이주민의 문화예술 공간인 프리포트를 지켜가는 것이 우리의 큰 도전 과제입니다. 한국에서 이런 단체, 공간이 또 생기기 어려우니까요."

 

'아시아 미디어 컬처 팩토리'(AMC팩토리) 사무국의 상근 활동가인 알 마문(40) 씨는 지난 4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힘줘 말했다.

 

방글라데시 출신으로 한국에서 16년째 살며 2009년 귀화해 한국인이 된 그는 이주민과 한국인의 소통, 이주민의 문화예술 활동 발굴을 자신의 큰 사명으로 여기고 있다. 그 역시 2012년부터 AMC팩토리 활동을 하며 미처 모르고 있던 자신의 예술성과 재능에 눈을 뜨고 더 행복한 삶을 살게 됐기 때문이다.

 

방글라데시에서 경제적으로 어렵지 않게 살았던 그는 대학을 다니다 새로운 세계에 대한 호기심으로 1998년 무작정 한국에 왔다. 뭐든지 '한 번 꽂히면' 무조건 열심히 하는 기질의 그는 가구 일을 금방 배웠고 2003년 이주노동자들의 명동성당 농성 참여 등 노동조합 활동 기간을 빼면 13년 동안 가구 일만 하며 숙련된 기술로 공장의 주요 책임자의 지위까지 올랐다.

 

그에게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찾아온 것은 2012년 초. 같은 방글라데시 출신으로 오랫동안 친구로 지낸 마붑 알 엄 씨가 AMC팩토리에 함께 하자고 그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서울 서교동에 이주민 문화예술 공간인 '프리포트'를 마련하면서 내부 인테리어를 마문 씨에게 맡긴 것.

 

이를 계기로 AMC팩토리에 합류하게 된 그는 이후 누구보다 더 이곳의 활동에 열심이다. 또 지난해 단편영화 '파키'를 연출, 제작하는 등 영화감독으로도 나섰다. 영화 일을 하면서 알게 된 지인의 소개로 장률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풍경'에 출연하기도 했다.

 

"제가 한국 생활을 하면서 겪은 이런 저런 에피소드들을 영화를 공부하는 한국인 친구에게 들려주니 되게(매우) 재밌다면서 영화로 만들면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그 얘길 듣고 대본을 쓰기 시작했고 AMC팩토리에서 진행한 '이주민독립영화제작 프로젝트'에서 영화 연출을 제대로 배우면서 진짜 영화를 만들게 됐죠."

이렇게 만들어진 영화'는 방글라데시 출신 이주노동자와 영화배우 지망생인 한국인 친구가 각자의 어려운 여건 때문에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는 상황을 그렸다. 지난해 10월 서울이주민예술제에서 처음 선보여 좋은 반응을 얻었고 독립영화계의 권위있는 영화제인 서울독립영화제에 초청되기도 했다.

 

그는 영화를 만드는 일 자체가 재미있기도 하지만, 영화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AMC팩토리를 널리 알릴 목적으로 영화를 계속 만들고 싶다고 했다.

 

"좋은 영화를 만들면 여러 영화제에 가서 우리 단체(AMC팩토리)를 소개할 수 있고 저를 좋아하게 된 분들이 우리 단체를 후원해 줄 수도 있잖아요. 실제로 얼마 전 어떤 분이 '파키'를 보러 와서 후원자가 됐어요. 좋은 영화감독이 되는 것이 나도 잘 살면서 우리 단체도 살리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그가 지난해 운영한 목공교실도 비슷한 맥락이다. 서랍장, CD 수납장 등 가구 소품을 만드는 수업이었는데, 참가자들의 반응이 좋았다.

 

"목공교실에 온 학생들이랑 친해지면서 수업을 들은 20명 중에서 4명 정도 후원자가 됐어요. 수업이 끝났지만 지금도 찾아와서 인사하고 커피 마시고 그런 친구들도 있죠. 목공 수업보다는 사람 사귀는 곳이 되도록 하고 싶었는데, 그런 면에서 성공적이었죠."

 

올해는 프리포트에 대한 '아름다운재단'의 지원 기한(3년)이 만료되는 해여서 그의 마음도 바쁘다.

 

"우리가 그동안 열심히 만든 콘텐츠로 이 공간을 더 알리는 데 힘쓰고 기업 후원자를 찾아볼 생각입니다. 우리 모두 지구인이고 대부분 고향을 떠난 이주민이잖아요. 더 많은 이들이 AMC팩토리와 프리포트에 관심을 가져 줬으면 좋겠습니다."

 

mina@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4/02/05 15:04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