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민턴협회 행정 실수로 이용대 위상에 '치명타'

posted Jan 29,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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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대 도핑 파문
이용대 도핑 파문
(서울=연합뉴스) 대한배드민턴협회는 28일 오후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파크텔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국제배드민턴연맹(BWF)이 이용대(사진 왼쪽)와 김기정에 대해 1년 자격 정지의 징계를 내렸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2012년 11월 광주에서 열린 '2012 세계대학배드민턴선수권대회' 남자복식 결승에서 출전한 이용대와 김기정 선수. 2014.1.28 << 연합뉴스DB >> photo@yna.co.kr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한국 셔틀콕의 대들보 이용대(26·삼성전기)가 국가대표팀을 운영하는 대한배드민턴협회의 치명적인 행정 실수 탓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이용대와 팀 동료 김기정은 약물 검사 절차 위반에 따라 24일자로 국제배드민턴연맹(BWF)에서 1년간 자격 정지 징계를 받았다.

 

협회가 28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세계반도핑기구(WADA)가 행하는 도핑테스트의 절차적 불합리성을 제소하겠다고 밝혔으나 BWF의 징계가 결정된 이상 이용대는 당분간 경기에 뛸 수 없다.

 

이용대 본인의 잘못이 아니라 협회의 행정 착오에서 비롯된 것이어서 대표 선수 관리 감독을 책임지는 협회에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고 있다.

 

기자회견에 나선 김중수 협회 전무이사는 "이용대와 김기정이 불법 금지 약물을 복용한 것도 아니고 약물 검사를 거부하거나 기피한 것도 아니다"며 "다만 약물 검사 절차를 지키지 못한 탓에 징계를 받았다"고 협회의 책임을 순순히 인정했다.

 

협회는 약물 검사 대상 선수의 소재지를 보고해야 하는 WADA의 규정을 세 번이나 어겨 논란을 자초했다.

 

불시에 선수를 찾아가 약물 복용 여부를 검사하는 WADA는 선수들에게 소재지를 명확하게 보고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협회는 이러한 WADA의 규정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소재지 보고 위반 '삼진 아웃'이라는 규정의 첫 희생양이 됐다.

 

WADA가 이용대와 김기정의 소재지 보고 위반을 문제 삼은 시점은 지난해 3월, 9월, 11월이다.

 

지난해 3월 협회는 WADA에 두 선수가 태릉선수촌에서 훈련하고 있다고 보고했으나 WADA가 태릉을 찾았을 때 두 선수는 국제 대회에 출전하느라 선수촌을 비웠다.

 

이때 1차 위반에 걸렸다.

 

 

'이용대 도핑 파문' 해명하는 김중수 전무이사
'이용대 도핑 파문' 해명하는 김중수 전무이사
(서울=연합뉴스) 배정현 기자 = 김중수 대한배드민턴협회 전무이사(왼쪽)가 28일 오후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파크텔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이용대, 김기정 선수의 반도핑규정 위반에 대해 해명하고 있다. 국제배드민턴연맹(BWA)은 이날 홈페이지에 이용대와 김기정(삼성전기)이 도핑검사에서 소재 불분명 혐의로 1년간 자격 정지 징계를 받았다고 밝혔다. 2014.1.28 doobigi@yna.co.kr
 

협회는 9월에는 온라인으로 WADA에 선수 소재지 보고서를 입력해야 하는 시기를 놓쳐 2차 위반을 범했다.

 

매일 온라인으로 소재지를 업데이트할 수 있으나 협회는 편의상 분기마다 한 번씩 소재지를 올리다가 보고 시기를 놓친 셈이다.

 

협회는 두 번째 위반 사실을 아예 모르고 있다가 최근에서야 확인했다고 밝혔다.

 

협회는 11월 초 WADA 관계자에게 두 선수가 태릉선수촌에서 훈련하고 있다고 보고했으나 두 선수는 당시 11월 5일부터 엿새간 전주에서 열린 전주 빅터코리아 그랑프리골드대회에 참가 중이었다.

 

WADA는 이렇게 세 번의 위반 사례를 들어 1월 13일 청문회를 거쳐 BWF에 1년 징계를 권고했다.

 

세 번째 위반 사례의 경우 협회가 두 선수의 대회 참가 일정을 미리 숙지하고 나서 소재지를 태릉선수촌이 아닌 전주라고 WADA에 바꿔 보고했다면 아무 문제 없이 끝날 상황이었다.

 

협회나 배드민턴계 인사들은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보고해야 하는 WADA의 선수 소재지 보고 규정이 인권 침해 논란을 부른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하지만 한국 뿐만 아니라 세계 어느 나라에도 WADA의 관련 규정이 같이 적용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협회의 안일한 행정 처리가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 후보인 이용대의 앞날을 가로막은 셈이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혼합복식 금메달, 2012년 런던올림픽 남자 복식 동메달을 거푸 따내며 한국 배드민턴의 구세주로 자리매김한 이용대가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벌어진 사태로 상처를 받지 않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cany9900@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4/01/28 16:36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