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수사관, 진보당 간부 미행하다 잡혀

(안산=연합뉴스) 최해민 기자 = 국가정보원 수사관이 경기도 안산에서 통합진보당 여성 간부를 미행하다가 당원들에게 붙잡혀 경찰에 넘겨졌다.

안산단원경찰서와 진보당 등에 따르면 24일 오후 3시 15분께 진보당 안산시위원회 부위원장 이모(42·여)씨는 자신이 일하는 단원구 한 사무실에서 나와 위원회 회의차 고잔동으로 향했다.

운전하던 중 뒤에서 회색 승용차가 계속 따라온다고 느낀 이씨는 일부러 다른 곳으로 돌아갔지만 차가 계속 따라오는 것을 보고 미행임을 확신했다.

회의 참석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알린 이씨는 오후 4시 15분께 회의장소 인근 도로변 주차장에서 당원 6명과 함께 미행 차량을 붙잡았다.

한 당원은 차 안에 있던 남성 2명 중 1명이 지난해 9월 내란음모 사건과 관련, 자신의 집을 압수수색하러 온 국정원 수사관이라는 사실을 알아채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임의동행 형식으로 남성 2명을 인근 파출소로 데려갔지만 신원을 확인한 후 범죄 혐의점을 찾기 어렵다며 오후 5시께 귀가시켰다.

이씨는 "전날 다른 당원이 미행당했다는 얘길 들었는데 차종이나 차 번호가 비슷해 미행이 맞다고 확신했다"며 "명백한 민간인 사찰이어서 국정원법위반으로 안산단원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했다"고 말했다.

국정원 관계자는 "미행한 남성들은 국정원 수사관이 맞지만 수사와 관련된 사항이어서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며 "다만 정당한 공무수행 중이었던 것은 확실하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1월 9일 또 다른 국정원 수사관은 현재 내란음모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상호 수원진보연대 고문을 미행하다가 적발됐다.

당시 이 고문은 승강이 과정에서 폭행당했다며 해당 수사관을 직권남용 및 상해 혐의로 고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