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외환안전판 확대

우리나라의 외환위기 상황에는 캐나다에 이어 스위스도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본격적인 미국 금리인상을 앞두고 한국이 기축통화국 2개국과 통화스와프 협정을 맺음으로써 외환안전판을 확대했다. 한국은행은 9일 스위스중앙은행과 11조2천억원(100억 스위스프랑) 규모 3년 만기 통화스와프 협정을 맺기로 합의했다. 미 달러화로 환산하면 약 106억 달러 규모다. 비상시 원화를 맡기고 스위스 프랑을 빌려올 수 있게 된 것이다. 가계로 따지면 마이너스 통장을 확보한 셈이다. 이번 통화스와프 협정은 상대국이 6대 기축통화국인 스위스인 데 의의가 있다.

미국·유로존·영국·캐나다·스위스·일본은 상설 통화스와프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작년 11월 캐나다에 이어 스위스와도 협정을 맺어서 간접적으로 네트워크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됐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한국은 작년 초 호주와 통화스와프 계약을 연장하며 규모를 두배로 확대했고 10월에는 중국과 만기를 연장했다. 캐나다와는 무한도, 무기한 상설 계약을 맺었다. 스위스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 8만2천442달러로 세계 2위인 강소국이다. 금융·경제 부문 경쟁력이 최상위권이고 세계 3대 신용평가사에서 모두 최고등급 평가를 받는다.

스위스프랑화는 1960년대 이후 국제금융시장에서 핵심안전자산으로 인정받아 왔다. 전세계 외환거래에서 스위스프랑 비중은 7위다. 한은과 스위스중앙은행은 외환보유액 일부를 상대국 통화 표시 금융자산에 투자하고 있다. 지난해 양국 교역규모는 32억2천만 달러이고, 한국의 주요 수출품은 자동차, 수입품은 시계, 의약품 등이다. 스위스가 비기축통화국과 통화스와프는 맺은 것은 중국에 이어 한국이 두 번째다. 기획재정부와 한은은 "기축통화국과 통화스와프 체결은 주요 선진국 사이에서 우리나라 금융·경제 안정성과 협력 필요성이 확인된 것"이라며 "국제신인도 제고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미 금리 인상이 가속화한다는 전망이 확산하며 자본유출 우려가 번지는 상황에 통화스와프 체결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국이 금리인상을 급하게 할 것이란 예상이 나오며 환율이 올라가고 북핵도 앞으로 3개월이 중요하다는 얘기가 나온다"며 "자본유출 우려가 생기는 상황에 여러나라와 통화스와프를 맺으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들은 나아가 미국, 일본과 통화스와프 체결도 추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 전문가는 "미국이 3년 연속 금리를 올리고 통화를 환수하면 신흥시장 외화유동성 우려가 커진다"며 "궁극적으로 달러화와 엔화 등 국제금융시장에서 교환성이 높은 통화와 스와프 협정을 맺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스포츠닷컴 경제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