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유재하 26년 전 원음 그대로…1집 고음질 LP 발매>

posted Jan 22,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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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유재하 26년 전 원음 그대로…1집 고음질 LP 발매
故유재하 26년 전 원음 그대로…1집 고음질 LP 발매
(서울=연합뉴스) 싱어송라이터 고(故) 유재하의 1집이 오는 22일 26년 만에 고음질 LP로 출시된다. 2014.1.21 << 씨엔엘뮤직 제공 >> photo@yna.co.kr
 

22일 한정판 1천장 출시…미공개 음원 '빈센트' 수록

"유재하, 음악적 자주 실현·한국 팝 발라드의 시작"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턴테이블 카트리지(바늘)가 레코드의 골을 따라 움직이자 고(故) 유재하의 명곡 '지난날'이 생동감 넘치고 차지게 흘러나왔다. 실로폰과 스트링 소리는 볼륨감이 뚜렷했고 드럼 스틱의 타격은 힘이 넘쳤다.

 

오는 22일 씨엔엘뮤직을 통해 1천 장 한정판으로 발매되는 유재하 1집의 고음질 LP는 앞서 비교 청취를 위해 들려준 CD의 사운드와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21일 강남구 대치동 마리아칼라스홀 2층에서 열린 청음회에서 고음질 LP는 독일 '어쿠스틱 솔리드' 턴테이블, 미국 '에어리얼 어쿠스틱' 스피커를 통해 생생하게 터져나왔다.

 

이번 고음질 LP는 기존 1집 LP의 재발매가 아니라 오리지널 마스터 테이프가 가진 사운드를 구현하자는 목표로 제작됐다. 1987년 1집이 발표된 지 26년 만에 제소리를 찾게 된 셈이다.

 

씨엔엘뮤직은 유족이 보관하던 1집의 오리지널 마스터 테이프의 원음을 되살리 위해 데이터를 추출한 뒤 디지털 처리 작업을 해 새로운 아날로그 테이프에 옮겨 담았다. 기존 LP가 초당 15회 감기는 속도라면 이번엔 초당 30회 감기는 릴 테이프를 이용해 또 하나의 마스터 테이프를 완성한 것이다.

 

이후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독일의 에밀 베를리너 스튜디오에서 원판 커팅(소리골을 깎아내는 과정) 작업을 하고 독일 오디오파일 음반제작 전문 회사 팔라스에서 프레싱을 거쳐 180g LP로 완성됐다.

 

씨엔엘뮤직 최우석 부장은 "1987년 CD와 LP 제작 과정에서 원래 레코딩 보다 곡 길이가 늘어지고 사운드도 반주 디테일이 죽어 목소리 중심으로 남아있다"며 "부정확한 소리를 원래대로 맞춰 원음 사운드에 접근하는 취지여서 오리지널 마스터 테이프의 보존 상태가 무엇보다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들려준 '텅 빈 오늘밤'과 '우리들의 사랑'은 CD의 사운드와 확연히 달랐다.

유재하의 나른하고 감미로운 음색이 또렷하면서도 기타, 드럼, 베이스 등의 소리는 마치 바로 옆에서 연주하듯 명쾌했다. 템포도 균형을 찾아 일부 곡은 기존 CD와 LP에 담긴 곡과 3~5초, 20초씩 러닝 타임의 차이도 보였다.

故유재하 26년 전 원음 그대로…1집 고음질 LP 발매
故유재하 26년 전 원음 그대로…1집 고음질 LP 발매
(서울=연합뉴스) 싱어송라이터 고(故) 유재하의 1집이 오는 22일 26년 만에 고음질 LP로 출시된다. 사진은 21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마리아칼라스홀에서 열린 청음회 모습. 2014.1.21 << 씨엔엘뮤직 제공 >> photo@yna.co.kr

 

특히 이번 LP에는 유재하가 생전 부른 돈 맥클린의 '빈센트'(Vincent)가 처음 수록됐다. 보너스 트랙으로 실린 이 곡은 유재하가 홈레코딩으로 카세트테이프에 녹음한 곡으로 팬들은 유재하가 세상을 떠난 지 26년 만에 미공개곡을 듣는 기쁨을 맛보게 됐다.

 

기타 솔로 연주로 부른 이 곡은 유재하의 천진한 음색과 기타 줄 튕기는 소리까지 생생하다.

 

최우석 부장은 "유재하 씨의 본질이 작사, 작곡, 편곡, 연주를 하는 싱어송라이터의 대표적인 이름이기에 남의 곡을 부른 걸 넣을지 고민했다"며 "그러나 유족들이 오랜 시간 기억하고 추억해준 팬들을 위해 선물로 내놓겠다고 해 담았다. 음질이 좋은 상태는 아니었지만 소음 정도만 제거해 그대로 수록했다"고 설명했다.

 

유재하는 1987년 여름 1집을 발매하고 그해 11월 1일 불의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한양대 음대 작곡과 출신인 그는 자신의 앨범을 내기 전 조용필의 밴드 '위대한 탄생'에서 키보드 주자로 활약했고 고(故) 김현식의 밴드 봄여름가을겨울의 멤버였다.

 

이날 청음회에 참석한 대중음악평론가 임진모 씨는 "유재하 씨는 생전 조용필이 7집(1985)에 수록한 '사랑하기 때문에'와 김현식 3집(1986)에 수록한 '가리워진 길'을 만든 작곡가로 음악 관계자들에게 알려졌다"며 "자신의 앨범을 낼 당시만 해도 지금 우리가 아는 스타 싱어송라이터가 아니라 별세 소식을 언론이 단신 처리할 정도로 마니아들 사이에서 회자되던 이름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후 신승훈, 유영석, 한동준, 김광진, 김동률 등 수많은 뮤지션들이 그의 음악 기법에 존경을 표시했고 1989년부터 '유재하 음악 경연대회'가 열려 유희열, 조규찬, 심현보, 스윗소로우 등 그의 영향을 받은 음악 인재들이 배출됐다.

1집은 전곡이 사랑받으며 2001년 한 라디오 프로그램이 실시한 전문가 설문 조사에서 '우리 시대 명반 1위'에 선정됐고 2003년 영화 '살인의 추억'에 '우울한 편지'가 흐르는 등 되새김질은 계속됐다.

 

임진모 씨는 유재하에 대해 작사, 작곡, 편곡, 연주 등 음악적인 자주(自主)를 실현하고 '뽕끼'(트로트의 느낌)를 거세시킨 발라드의 장을 연 한국 팝 발라드의 시작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작사, 작곡뿐만 아니라 편곡까지 한다는 건 자신의 음악에 대한 완벽한 지배력을 가진 음악적 자주의 실현이었다"며 "음반 역사상 작사, 작곡, 편곡을 혼자 해낸 작품은 이 앨범이 처음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음대에서 클래식을 공부해 악기 음색과 화성악에 눈을 떠 기존 뮤지션과 곡 진행이 달랐다"며 "당시 최고였던 조용필, 김현식의 노래에도 '뽕끼'가 다소 있었지만 그의 발라드는 지금 들어도 그런 요소가 없다. 국내에 새로운 발라드의 장을 열었으며 한국 팝 발라드의 시작이었다"고 강조했다.

 

mimi@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4/01/21 14:32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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