틸러슨 미 국무장관, "첫번째 폭탄이 투하될 때까지 외교적 노력"?
'대북 대화론자'인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15일(현지시간) "대북 외교적 노력은 '첫번째 폭탄'이 투하될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틸러슨 장관은 이날 CNN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하는 것을 추구하고 있지 않다. 그는 나에게 외교적 노력을 계속하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며 이 같이 덧붙였다. 그는 '첫번째 폭탄'이 무엇을 뜻하는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다만 그는 "백악관은 북한에 대한 군사적 준비를 하는 데 실질적인 시간을 보냈다"란 점을 강조했다.
틸러슨이 '외교적 노력'을 강조한 것은 새로운 내용이 아니다. 지난달 틸러슨이 "북한과 2~3개의 대화 채널을 가동하고 있다"는 발언을 하자마자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시간 낭비하지 마라"고 면박을 준 것에 대한 해명의 성격이 강하다. 워싱턴의 외교관계자는 "미 국무부 내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이후 힘과 사기가 떨어지고 틸러슨 장관의 통솔력에도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틸러슨은 이날 "대통령에게 내 시각을 표현할 완벽한 자유를 갖고 있고 대통령은 그런 시각들을 귀 기울여 듣는다"면서 "대통령은 내 생각을 알고 싶어 한다"고 '불화설'을 일축했다.
그는 이어 "우리(대통령과 나)는 모든 사안에 동의하지는 않는다. 가끔 대통령은 생각을 바꾼다. 그리고 대통령이 무엇을 결정하든 (그는) 미국의 대통령이다. 나는 그의 결정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자 최선을 다해 열심히 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틸러슨의 이날 발언을 놓곤 뉴욕 채널 등 기존에 가동하던 북한과의 대화 창구가 꽉 막혀 있는 상황에서 이를 다시 가동하겠다는, 북한에 대한 메시지로 해석하는 관점도 있다. 하지만 틸러슨의 발언에서 오히려 주목되는 건 '첫번째 폭탄이 투하될 때까지'란 강한 표현을 썼다는 점이다.
CNN 인터뷰 후 CBS방송에서도 똑같은 표현을 쓴 것으로 볼 때 의도적 발언인 게 확실시된다. 극도로 정제된 표현을 써 온 틸러슨으로선 극히 이례적이다. 틸러슨이 '외교적 노력 우선'을 전제로 깔긴 했지만 '첫번째 폭탄'이란 단어를 사용한 건 트럼프 행정부에게 군사적 행동이 '실질적 옵션'이 될 수 있음을 중국과 북한에 재차 경고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한·중·일 아시아순방을 앞두고 모종의 타협, 내지는 결과를 얻어내기 위한 전술일 수 있다.
이는 이날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발언에서도 드러났다. 맥매스터는 이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핵무기로 미국을 위협하는 것을 막는 데 필요한 것이라면 무엇이든 할 것"이라며 " 대북 군사옵션을 사용할 필요가 없길 바라지만 '준비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동안의 여러 검토작업을 거치며 군사행동을 할 준비가 완료됐음을 시사한 발언이다.
그는 또 "미군은 갈수록 강해지고 있고, 군 지도부는 매일 '계획들(plans)'을 정제·개선하고 있다"며 "우리는 계획들을 사용할 필요가 없길 바라지만 우리 군대는 필요한 때를 대비해 이 임무에 대한 매우 높은 수준의 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외교ㆍ안보 핵심 3인은 북핵 대응과 관련, ‘외교 우선ㆍ군사옵션 대비’ 기조를 강조했다. 다만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대사,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이 방점을 찍은 것은 각각 협상을 포함한 외교, 제재ㆍ압박, 군사 옵션이어서 하루 동안 미국 북핵 대응의 ‘3종 세트’를 모두 선보인 셈이다.
스포츠닷컴 국제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