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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이세돌 시대'는 저무는가

posted Jan 14,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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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9단 <<연합뉴스DB, 한게임>>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쎈돌' 이세돌(31) 9단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돌부처' 이창호 9단의 바통을 이어받아 수년간 바둑계 1인자로 군림해온 이세돌은 13일 조한승 9단과 국내 최고(最古) 기전인 국수전 타이틀을 두고 맞붙었으나 패했다.

 

2012년 국제대회로는 삼성화재배, 국내 대회로는 하이원리조트배 명인전에서 마지막으로 우승한 이세돌은 지난해 준우승만 다섯 차례 했을 뿐 우승이 없어 13년 만에 무관으로 전락했다.

 

맥심커피배에서 박정환 9단에게 우승컵을 내준 뒤 GS칼텍스배, 춘란배, 삼성화재배, 명인전까지 줄줄이 우승 문턱에서 고배를 든 이세돌은 올해 첫 결승전인 국수전에서도 결국 '무관 탈출'에 실패, 6회 연속 준우승에 그쳤다.

 

이에 따라 지난 2011년, 22년 만에 무관으로 전락하는 등 하락세를 탄 이창호의 전철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창호는 2011년 2월 제54기 국수전 도전 5번기에서 최철한 9단에게 패해 첫 타이틀을 따낸 지 7천831일 만에 무관으로 추락했고, 현재까지 무관의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세돌은 그동안 조훈현 9단, 이창호의 계보를 잇는 명실상부 한국 최고의 기사였다.

 

17세의 어린 나이였던 2000년 제5기 박카스배 천원전에서 생애 첫 타이틀을 획득한 이세돌은 그해 최우수기사로 선정된 뒤 승승장구를 거듭했다.

 

2002년에는 제15회 후지쓰배 세계바둑선수권대회에서 처음으로 세계대회 정상에 오르는 감격을 맛봤고, 이후로도 국내외 대회에서 총 41차례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이세돌은 뛰어난 실력만큼 기이한 행보로 바둑계에 여러 번 파란을 몰고 왔으나, 덕분에 바둑 판도가 바뀌었다는 평가 또한 받는다.

 

2003년까지 프로기사가 승단하려면 대국료도 거의 없는 바둑을 10판씩 두어야 했다.

 

하지만 이세돌이 이를 거부하자 논란 끝에 세계대회 우승자는 승단대회를 거치지 않아도 최고 단계인 9단으로 인정해주는 제도가 만들어졌고, 그는 3단에서 곧바로 9단이 됐다.

 

2009년에는 한국리그 불참 및 중국리그 대국료 일부 기사회 납부 거부, 각종 시상식과 추첨식 불참 등의 문제로 바둑계와 마찰을 빚다 휴직계를 내고 한동안 바둑계를 떠나기도 했다.

 

돌아오자마자 다시 1인자 자리를 꿰찬 이세돌은 이후로도 국내외 각종 대회들을 휩쓸며 세계 바둑계를 호령했다.

 

하지만 이창호가 2006년 바둑대상에서 그에게 MVP를 내줬듯, 그 또한 2010∼2012년 연속으로 수상하는 등 총 8회 차지한 MVP 자리를 2013년 '소년 기사' 박정환 9단에게 뺏겼다.

 

한때 27개월간 지켜온 한국 바둑랭킹 1위 자리도 엎치락뒤치락 끝에 지난해 12월 박정환에게 내줬고, 김지석 9단에게 2위 자리마저 양보해야 했다.

 

바둑계는 이러한 상황을 '이세돌이 하락세를 탔다'고 정의하기보다 '판도가 변하고 있다'고 설명하려 한다.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 등에서 대거 등장한 젊고 뛰어난 기사들은 예전처럼 이세돌을 추격하는 데 머물지 않고 이기는 횟수를 점차 늘려가고 있다.

 

바둑 기사들이 다른 종목 선수들에 비해 비교적 어린 나이에 전성기가 찾아오는 것을 생각해봤을 때 이창호·이세돌·구리(중국) 등을 바라보며 바둑을 해온 1990년대생 기사들은 이제 한 명이 아닌 여러 명이 함께 정상을 향해 달리는 춘추전국시대를 만들어 냈다.

 

양재호 한국기원 사무총장은 지난해 삼성화재배에서 "현재 자라나는 영재들이 과거 이창호, 이세돌 9단이 그랬듯 한국 바둑계 전체에 '붐'을 일으키리라고는 얘기하기 어렵다"며 "이창호, 이세돌 등 한 명의 천재가 십수 년 동안 한국 바둑 전체를 세계 최강으로 이끌던 시대는 이제 지나갔다"고 지적한 바 있다.

 

여기에 이세돌의 개인적인 상황 또한 맞물려 있다.

 

1995년 입단해 20년간 바둑을 해왔지만, 30대인 그는 10∼20대인 후배들과 비교하면 체력과 집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와 함께 아내와 딸이 2012년 캐나다로 장기 해외유학을 떠나면서 '나홀로 생활'을 하게 된 게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도 있다.

 

바둑계 관계자는 "심리적인 안정감을 주던 가족과 떨어져 살면서 컨디션 조절에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이세돌의 현재 상황만을 보고 그의 추락을 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과거 1인자였던 이창호는 2000년 최악의 해를 보낸 뒤 이듬해 국제대회 2회 우승을 포함해 6관왕에 오르는 등 더 강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정상에 선 자답게 부진할 때마다 끊임없이 슬럼프설에 시달렸지만, 그후로도 10년간 이세돌과 함께 바둑계 정상을 군림해 왔다.

 

이세돌 또한 아직 부활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

 

현재 미국에서 하는 인터넷 바둑 사업과 캐나다에 있는 가족을 생각해 미국으로 가는 등 다양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향후 몇 년간은 국내 바둑계를 지키며 후배들의 도전에 맞설 것으로 보인다는 게 바둑계의 정설이다.

 

지난해 삼성화재배 때 이세돌은 중국에 점차 밀리는 한국 바둑의 미래를 걱정하는 가운데 자신의 성적 또한 좋아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머리를 자르는 등 굳은 의지를 내보였다.

 

그가 아직 달릴 여력이 남아있는 만큼, 그의 시대는 저물고는 있으나 아직 저물지는 않았다.

 

kamja@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4/01/14 10:29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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