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도쿄지사 선거서 원전문제 부각에 '촉각'

posted Jan 14,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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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재가동' 표방 아베 정권에 부담…고이즈미와 손잡으면 파급력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일본 도쿄도(東京都) 지사 선거에서 원전 문제가 쟁점으로 부각하는 것에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원전이 중앙 정부의 정책 결정과 밀접한 사안임에도 도쿄 지사 선거에서 이슈로 부상하는 것은 호소카와 모리히로(細川護熙·76) 전 총리가 탈(脫) 원전을 주장하며 출마할 뜻을 피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주변 인사에게 탈 원전 정책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정치 상황 등을 이유로 "낙선해도 좋으니 입후보하겠다"는 뜻을 전한 바 있다.

 

 

후쿠시마(福島) 사고의 충격으로 원전에 대한 우려와 관심이 높은 상황인데 국가의 수장을 지낸 노장이 탈 원전을 위해 다시 선거판에 뛰어들겠다고 해 관심을 끄는 상황이다.

 

탈 원전은 앞서 민주당 정권의 '원전 제로' 정책을 폐기하고 원전 수출, 중요 에너지원으로써 원전 등을 내세우는 아베 정권이 피하고 싶은 주제다.

 

그럼에도, 호소카와 전 총리의 탈 원전 이슈는 고이즈미 효과와 맞물려 상당한 파급력을 낳을 것으로 보인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는 작년부터 "방사성 쓰레기 처분장이 없는 원전 정책을 즉시 폐기해야 한다"며 탈 원전을 기치로 강연을 열고 있다.

 

도쿄 지사 선거에서 호소카와·고이즈미 두 전직 총리가 서로 협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교도통신은 이들이 회담 일정을 조율 중이라고 보도했다.

 

아베 내각은 원전이 도쿄 지사 선거의 쟁점으로 삼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메시지를 전파하며 이목을 차단하려 하고 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9일 호소카와 전 총리의 탈 원전 주장에 관해 "2020년에 도쿄에서 올림픽이 열린다. 도민이 국제 행사 수완이 확실한 인사를 바라는 것이 아니겠냐"고 화제 돌리기를 시도했다.

 

그는 또 "저출산 고령화 사회이므로 복지를 어떻게 할 것인가 등도 도민이 선택해야 하는 것이 아니겠냐"고 언급했다.

 

하지만, 호소카와 전 총리와 탈 원전 이슈에 대한 관심은 좀처럼 줄지 않은 양상이다.

 

급기야 모잠비크를 방문 중인 아베 총리는 12일(현지시간) "에너지 정책은 도쿄도뿐 아니라 국민 모두의 과제"라며 "도지사로서 과제도 균형 있게 논의해야 한다"고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공산당과 사민당의 지지를 받아 출마가 유력한 우쓰노미야 겐지(宇都宮健兒) 전 일본 변호사연합회장 등도 탈 원전에 공감하고 있어 단일 대오를 형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수도의 지도자를 뽑는다는 점에서 이번 선거는 자민당 정권에 대한 중간 평가로서의 의미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호소카와 전 총리의 무소속 출마가 유력함에도 제1야당인 민주당이 가장 유력한 후보로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번 선거는 불법자금 수수 의혹으로 사퇴한 이노세 나오키(猪瀨直樹) 전 지사의 후임자를 뽑는 것으로 다음 달 9일 투표가 실시된다.

 

호소카와씨는 1993년 8월∼1994년 4월 제79대 총리를 지냈으며 일본 역대 총리로는 처음으로 일본이 일으킨 과거 전쟁을 '침략전쟁', '잘못된 전쟁'으로 규정하고 '창씨개명' 등의 예를 들어가며 일본의 식민지 지배에 관해 사과한 인물이다.

sewonlee@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4/01/14 10:01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