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노벨문학상-일본계 영국 소설가 ‘가즈오 이시구로’ 수상
케냐 소설가 응구기와 시옹오(79)도 아니었고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68), 캐나다 작가 마거릿 애트우드(78)도 아니었다. 올해도 한국의 시인 고은(84)은 더더욱 아니었다. 노벨위원회가 한같 도박사이트 래드브록스(ladbrokes)를 따라갈 일이 있겠는가? 어느 한 소설가는 기자에게 “이제는 제발 실력없이 바라거나 정말 구차하고 유치한 헛된 망상을 버렸으면 한다. 매년 누구 때문에 우리 문학계가 무슨 이런 망신을 사는가?”라고 말했다.
스웨덴 한림원은 일본 태생의 영국 소설가 가즈오 이시구로(63)를 2017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스웨덴 한림원은 5일 "소설의 위대한 정서적 힘을 통해 인간과 세계의 연결이라는 환상적 감각 아래에 묻힌 심연을 발굴해온 작가"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영국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2007년 도리스 레싱(1919~2013) 이후 10년만이다.
스웨덴 한림원 사라 다니우스 사무총장은 이시구로의 작품에 대해 "'기억과 시간, 자기 기만'과 크게 연관돼 있다"고 짚었다. 특히 영국 소설가 제인 오스틴(1775~1817)과 체코 소설가 프란츠 카프카(1883~1924)의 혼합으로 설명하며 "한 눈 팔지 않고 꾸준히 미학적 세계관을 계발해온 위대한 진실성의 작가"라고 치켜세웠다. "그는 과거를 이해하는데 큰 관심을 보여왔고, 개인이자 사회로서 우리가 생존하기 위해 잊지 말아야 할 것을 탐구하고 있다."노벨문학상 수상자 발표 직후, 이시구로는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위대한 작가들의 발걸음을 따른다는 의미에서 굉장한 영광이며 멋진 찬사"라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가즈오 이시구로’ 그는 누구인가?
가즈오 이시구로는 1954년 11월 8일, 일본의 나가사키(Nagasaki)에서 태어났다. 1960년에 그의 아버지가 영국국립해양학연구소(National Institute of Oceanography) 연구원으로 일하게 되면서 영국에서 살게 된다. 그 후에 그는 발모럴 성(Balmoral Castle: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하일랜드 별장)에서 왕대비의 꿩 몰이꾼으로 일하다가 켄터베리 켄트대학교(University of Kent, Canterbury)에 입학한다. 그는 1976년에 글래스고(Glasgow)에서 사회복지 전문가로 일했으며, 졸업 후 런던에서 상주 사회복지사로 일했다.
1982년부터 전업 작가로서 활동하기 시작했던 그는, 1983년에 첫 소설을 발표하자마자 《그란타(Granta)》지가 선정하는 ‘영국 최고의 젊은 작가들 20명(20 Best of Young British Writers)’에 선정되었다. 그는 1993년에도 이 목록에 포함된 바 있다. 1981년, 그의 세 편의 단편 소설들이 『7인의 소개: 신인 작가 작품(Introductions 7: Stories by New Writers)』에 실려 출간이 되었다. 그의 첫 소설 『창백한 언덕 풍경(A Pale View of Hills) (1982)』은 영국에 거주하고 있는 일본인 과부의 시선을 통해서 나가사키의 파괴와 재건을 이야기한다.
이시구로는 이 책을 통해 위니프레드 홀트비 기념상(Winifred Holtby Memorial Award)을 수상했다. 그 후에는 『떠 있는 세계의 예술가(An Artist of the Floating World) (1986)』를 발표하였는데, 군에서의 경험에 사로잡혀 있는 전직 예술가 마스지 오노(Masuji Ono)의 이야기를 통해 일본의 2차 세계대전에 대한 태도를 살핀다. 이시구로의 세 번째 소설 『남아있는 나날(The Remains of the Day) (1989)』은 전쟁 후 영국을 배경으로 한다. 이 소설은, 전쟁과 파시즘(Fascism)으로 점철된 집사로서의 기억을 회상하면서 환멸을 느끼는 늙은 영국인 집사의 이야기다.
부커상 소설 부문(Booker Prize for Fiction)을 수상하였으며 이후에 안소니 홉킨스(Anthony Hopkins)와 엠마 톰슨(Emma Thompson) 주연의 영화로 각색된 바 있다. 그의 다음 소설 『위로 받지 못한 사람들(The Unconsoled) (1995)』은 한 피아니스트가 이름없는 유럽 도시에서 리허설과 공연 스케줄을 따라잡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그리고 있으며, 이 작품은 1995년에 첼트넘상(Cheltenham Prize)을 수상했다.
가즈오 이시구로의 다섯 번째 소설, 『우리가 고아였을 때(When We Were Orphans) (2000)』은 20세기 초 상하이(Shanghai)를 배경으로 20년 전 사라진 부모의 흔적을 조사하는 사설탐정 관점에서 서술된다. 휘트브레드 문학상(Whitbread Novel Award)과 부커상 소설 부문 최종후보에 올랐다. 그는 또한 채널 4에서 1984년에 방영된 『아서 J 맨슨의 프로필(A Profile of Arthur J. Mason)』 과 1986년에 방영된 『미식가(The Gourmet)』의 대본도 썼다. 가즈오 이시구로는 1995년에 문학에 대한 공로로 대영제국 훈장(Officer of the Order of the British Empire)을 받았다. 또한 1998년에는 프랑스 정부로부터 문화예술공로훈장(Chevalier de l'Ordre des Arts et des Lettres)도 받았다. 그의 작품들은 30개가 넘는 언어들로 번역되었다.
가즈오 이시구로는 아내와 딸과 함께 런던(London)에 살고 있다. 그의 최신작으로는 2005년에 출간한 『나를 보내지 마(Never Let Me Go) (2005)』가 있으며, 조지 톨스(George Toles: 미국 배우), 가이 매딘(Guy Maddin: 캐나다 영화감독)과 함께 이사벨라 로셀리니(Isabella Rossellini: 이탈리아 영화배우) 주연의 193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멜로 영화 『이 세상에서 제일 슬픈 노래(The Saddest Music in the World)』의 각본을 썼다. 2009년에는 그의 첫 단편소설집 『녹턴: 음악과 황혼에 대한 다섯 가지 이야기(Noctures: Five Stories of Music and Nightfall)』가 출판되었고 이 책은 제임스 테잇 블랙 기념상(James Tait Back Memorial Prize)의 최종후보로 올랐다.
이시구로 소설들은 기억들로 가득 차 있다. 왜곡될 수 있고, 잊혀질 수 있고, 침묵될 수도 있는, 등등의 기억의 여러 가능성을 다룬다. 그의 소설 속 주인공들은 회상을 통하여 과거를 이해하면서,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은 상실감, 전쟁으로 인한 상실감 등을 극복하려 한다. 그의 첫 두 소설들, 『창백한 언덕 풍경』과 『떠 있는 세계의 예술가』는 이러한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다. 각각의 소설은 일본인 주인공 에츠코(Etsuko)와 오노(Ono)의 기억을 다루고 있는데, 그들의 기억은 세계를 뒤흔든 역사적인 사건들과 복잡하게 얽혀있다. 『창백한 언덕 풍경』 과 『떠 있는 세계의 예술가』는 각각 나가사키와 히로시마(Hiroshima)에 폭탄이 떨어지고 난 후를 배경으로 한다. 두 등장인물에게 정신적 충격을 남기는 이 사건들은, 두 소설의 중요한 소재가 된다.
『창백한 언덕 풍경』 과 『떠 있는 세계의 예술가』는 직접적인 ‘역사’ 소설은 아니다. 사실 이 책들의 매력 중 하나는 작가가 이 책들의 중요한 소재인 두 사건들을 이야기 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가사키와 히로시마의 역사적 상황에 대한 탐구가 아니라, 이러한 상황을 두 인물들이 어떻게 극복하는가에 대한 심리학적 초상화다. 이와 유사하게, 『남아 있는 나날』이나 『우리가 고아였을 때』와 같은 좀 더 최근에 발표된 소설들에서도 1, 2차 세계대전은 그저 이야기 경계선 너머에 존재할 뿐이다.
이시구로 소설에는 자신들을 드러내는 것이 아닌, 자신들에 관한 사실을 왜곡해서 보여주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의 소설들은 과거를 그리려는 시도가 아니라, 등장인물들이 어떻게 자신의 과거를 이해하는가를 탐구한다. 예를 들어, 『창백한 언덕 풍경』은 영국에 거주하고 있는 에츠코의 시선으로 서술된다. 그녀의 과거와 죽은 딸 케이코(Keiko: 맨체스터에서 자살했다)에 대한 기억은 그녀의 두 번째 아이인 니키(Niki)가 영국에 도착하면서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다. 에츠코가 사치코(Sachiko)와의 우정과 일본에 거주하고 있는 딸 마리코(Mariko)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소설은 사치코, 마리코와 케이코, 그리고 서술자가 동일 인물임을 암시한다. 에츠코가 그녀의 회상을 통해서 어느 정도까지 그녀의 과거를 숨기는지 혹은 표현하고 있나 판단하는 것은 온전히 독자의 몫이다.
『떠 있는 세계의 예술가』도 비슷한 방식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간다. 등장인물 오노 역시 과거에 사로잡힌 인물이다. 오노의 아내는 그의 집을 날려버린 폭격으로 사망했다. 아들은 중국인 무리와 싸우다 죽는다. 하지만 오노는 이러한 개인적인 상실들에 집착하지는 않는다. 에츠코처럼, 그는 이상할 정도로 그러한 상실들에 초연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산산조각 난 집의 잔해 사이를 거닐면서 그는 동시에 과거를 맴도는데, 이러한 모습을 독자는 책 속에서 간접적으로 엿볼 수 있다.
『떠 있는 세계의 예술가』의 강력한 물리적 그리고 심리적 디테일이 보여주듯 이시구로 작품들은 ‘본성’에 사로잡혀 있다. 일본에 있는 오노의 부서진 집의 강력한 이미지부터 『남아있는 나날』에서 보여주는 ‘영국적인’ 달링턴 홀(Darlington Hall)의 수그러든 장엄함이 보여 주듯 이시구로 소설들이 편하게 느껴지는 것은 사적인 영역에 있을 때이다.
동시에 이 모든 소설의 주인공은 소설에서 중심이 되지만 중심이 아닌 척 하는 사건의 영향을 받는다. 우리는 이때까지 발표됐던 이시구로 소설들 중 가장 성공하였다는 평을 받는 『남아있는 나날』에서 집사로 일하는 스티븐스(Stevens)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이 귀족적이고 고립된 ‘달링톤 홀’의 세계는 국내 · 국제의 정치적인 사건들과 동떨어진 사회이다.
이야기가 진행되며 죽은 달링턴 경이 전쟁 동안 나치 지지자였다는 사실이 명백해지지만, 고용주로서의 달링턴 경은 훌륭한 사람이었다고 생각하는 스티븐스는 이 괴리 때문에 꾸준히 괴로워한다. 1956년에 미국 사업가가 달링턴 홀의 새 주인이 되자, 스티븐스는 휴가를 얻는다. 스티븐스가 예전 가정부인 켄튼(Kenton) 양을 만나기 위해서 자동차로 여행하는 동안, 그의 기억들은 여행기 형태로 드러난다. 에츠코와 오노의 이야기가 그러했듯 스티븐스의 회상을 통해서 과거를 이해하게 되며 그 과거가 임시적이고, 부분적이며, 신뢰할 수 없는 것이라는 사실을 폭로하고 있다.
소설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우리는 스티븐스가 모슬리(Mosley)와 같은 파시스트(Fascist) 지도자를 접대하는 것을 도왔다는 사실과 켄튼(옛 애인)을 찾아간 이유가 있음을 배우게 된다. 스티븐스는 망상에 사로잡힌 인물로, 독자들은 그를 동정하나 그를 믿지는 못한다. 『남아있는 나날』에서의 이시구로가 선보인 놀라울 정도의 정교함과 명료함은 이 소설이 언어의 왜곡과 모호함에 관한 내용임을 잊게 한다.
에브리맨라이브러리사(Everyman Library edition)에서 2012년에 재출간한 『남아있는 나날』은 거의 25년전 처음 출간됐을 때처럼 오늘날에도 큰 울림을 남긴다. 살만 루시디(Salman Rushdie)는 신판 머리말에 이렇게 썼다. “새로운 텔레비전 시리즈인 『시크릿 오브 다운튼 패밀리(Downton Abbey)』의 인기가 괴기한 영국 계층 시스템의 새 세대를 열었다고 하면, 이시구로의 잃어버린 시간 속으로의 강력하면서도 절제된 여행을 통한 ‘허비된 삶’에 대한 묘사는 덜 회의적인 줄리안 펠로우즈(Julian Fellowes)의 드라마(시크릿 오브 다운튼 패밀리)와 대조를 이룬다. 『남아있는 나날』은,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조용하게, 우리의 계층 사회의 가치 체계를 파괴한다.”
부커상 소설 부문을 수상한 『남아있는 나날』에 비평가들의 찬사가 잇따른 후, 이시구로의 다음 소설은 놀랍고도 대담한 일탈을 보여줬다. 『위로 받지 못한 사람들』는 과감하게 그의 이전 작품들의 형식과 주제를 무너뜨렸다. 이시구로가 표현하길, 그의 처음 세 소설의 등장인물들이 ‘과거를 돌아보고 기억을 정리한다’고 말할 수 있다면, 『위로 받지 못한 사람들』의 라이더는 ‘혼돈의 중심에 있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했다.
이름 모를 유럽 도시에서 진행 되는 이 이야기 속 라이더의 서술은 혼란스럽고 몽롱하다. 이시구로의 초기 소설들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기억에는 허구적인 일관성과 통일된 순서가 있었다면, 이 소설은 안정된 정체성의 개념을 던져버리고 라이더의 존재에 관한 일관성 없는, 예측불가한 이야기 사이를 움직일 뿐이다. 『위로 받지 못한 사람들』 속의 능숙하면서도 혼란스러운 텍스트는 작가의 새로운 실험을 위한 노력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이시구로의 가장 최신작 『우리가 고아였을 때』는 1930년대를 배경으로, 런던에서 활동하는 형사 크리스토퍼 뱅크스(Christopher Banks)의 이야기를 다룬다. 그가 10살 무렵 사라진 부모에 대한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서 상하기로 가는 과정에서, 독자들은 다시 한 번 주인공의 개인적 여정을 함께 하게 된다. 하지만, 이 책은 단지 예전 소설들의 재탕이 아니다. 이시구로는 고전적인 추리소설들의 대사 패턴을 패러디한다. 이 소설의 마지막 대사 ‘어떤 공허함이 내 시간들을 채웠고, 나는 제니퍼(Jennifer)의 초대를 계속해서 심각하게 고려해볼 것이다’는 쉬운 의미의 결말을 거부한다.
『나를 보내지 마』는 주인공 캐시 H(Kathy H.)가 헤일샴(Hailsham)에 위치한 기숙사 학교에 다니며 일어나는 일을 다룬 소설로, 소설의 제목은 캐시가 듣는 허구의 팝 음악 제목과 똑같다. 어리고 순수한 캐시는 노래의 가사가 어머니가 아기를 부르는 것 같다고 여기면서, 배개를 끌어 안고 있을 때 계속해서 그 가사에 흔들리는 자신을 발견한다. 우리는 ‘마담’으로만 알려진 수수께끼의 인물이 캐시를 왜 눈물 짓는지 궁금해하게 되는데, 그 이유는 나중에 알게 된다.
헤일샴은 장기들을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진 복제인간들을 위한 학교다. 마담은 나중에 마담이 울었던 이유는 춤추는 캐시가 세상에 자신을 버리지 말라고 부탁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2005년 부커상 소설 부문을 비롯해 다른 명망 있는 문학상들의 최종후보작에 오른 이 책은 12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었고 2010년에 키이라 나이틀리(Keira Knightley) 주연의 영화로 각색되었다.
이시구로의 가장 최근 작품인 『녹턴: 음악과 황혼에 관한 다섯 가지 이야기』는 시적인 단편집이다. 그의 가장 초기 출판작인 단편작품들(‘이상하면서 가끔씩 슬픈(A Strange and Sometimes Sadness)’, ‘J를 기다리며(Waiting for J)’, ‘중독(Getting Poisoned) (1981)’, ‘가족과의 저녁식사(A Family Supper) (1982)’) 중 많은 작품들이 『7인의 소개: 신인 작가 작품』에 포함되어 있다. 『녹턴』의 이야기들은 베니스(Venice)로부터 몰번 힐즈(Malvern Hills)까지, 런던으로부터 할리우드(Hollywood)까지 다양한 배경을 가진다. 제목이 말해주듯, 이 모든 이야기를 연결하는 공통의 주제는 음악과 황혼이다. 때로는 비극적이고, 때로는 익살맞으며 어이없기도 한 이 단편집은 레퍼토리와 다양함, 그리고 울림을 모두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스포츠닷컴 문화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