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식간에 번져 피하지 못해…70대 집주인·네팔인 직원 대피 무사
경찰·소방 "배전판에서 불난 듯" 화점 중심 조사
(고양=연합뉴스) 우영식 권숙희 기자 = 영하 13도의 강추위가 몰아친 가운데 기름보일러에 의지해 화훼 주거용 비닐하우스에서 잠을 자던 일가족 5명 중 4명이 화재로 숨졌다.
13일 오전 6시 3분께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산율길(옛 구산동) 박모(72)씨 가족이 지내던 주거용 비닐하우스에서 불이 났다.
이 불로 박씨의 장모 김모(97·여)씨와 박씨의 아내 정모(65·여)씨, 박씨의 두 아들(40, 37) 등 모두 4명이 숨졌다. 아들 두 명은 가업을 이어받기 위해 아버지를 돕다가 화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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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에 타 앙상한 뼈대만 남은 비닐하우스
- (고양=연합뉴스) 우영식 기자 = 13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구산동 주거용 비닐하우스에서 불이 나 일가족 4명이 사망했다. 사진은 비닐하우스가 전소돼 앙상한 뼈대만 남은 현장 모습. <<지방기사 참조>> 2014.1.13 wyshik@yna.co.kr
불을 가장 먼저 발견한 사람은 박씨의 비닐하우스 농장에서 일하는 네팔인 여성 직원. 이 직원은 박씨를 깨워 함께 불을 끄려고 하다가 연기가 심해지자 대피해 화를 면했다.
이들은 물을 뿌려 불을 꺼보려고 시도했으나 이날 고양시의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3.8도까지 내려가는 등 강추위로 수도관이 얼어붙어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
나머지 가족은 잠을 자고 있다가 미처 피하지 못한 채 순식간에 피해를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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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가족 목숨 앗아간 비닐하우스 화재현장
- (고양=연합뉴스) 13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의 한 주거용 비닐하우스에서 불이 나 90대 노모를 모시고 살던 60대 딸과 손자 둘 등 일가족 4명이 숨졌다. 불길이 번진 창고에서 소방대원들이 화재진압을 하고 있다. 2014.1.13 <<지방 기사 참조, 일산소방서 제공>> suki@yna.co.kr
특히 장모는 노환으로, 박씨의 아내는 중풍 환자로 각각 거동이 힘든 상태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소방 당국은 광역1호를 발령했으나 워낙 불이 빠르게 번져 인명 구조 등에 어려움을 겪었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배전판 과열로 화재가 난 것으로 추정하고 정확한 화재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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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가족 목숨 앗아간 비닐하우스 화재현장
- (고양=연합뉴스) 13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의 한 주거용 비닐하우스에서 불이 나 90대 노모를 모시고 살던 60대 딸과 손자 둘 등 일가족 4명이 숨졌다. 사진은 화재 현장. 2014.1.13 <<지방 기사 참조, 일산소방서 제공>> suki@yna.co.kr
화재 현장에서는 배전판 옆 불에 탄 기름보일러와 다수의 연탄이 발견됐다.
박씨 가족은 고양시 덕양구 신도동에서 화훼 비닐하우스를 운영하다가 개발 보상을 받아 최근 이 곳으로 옮긴 뒤 비닐하우스 10개 동을 임대해 선인장 등 다육식물을 재배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화재로 주거용 비닐하우스 1개 동과 다육식물 재배용 비닐하우스 1개 동의 절반 등 모두 490㎡가 불에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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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닐하우스 살던 일가족 화재로 사망
- (고양=연합뉴스) 13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의 한 주거용 비닐하우스에서 불이 나 소방대원들이 화재진압을 하고 있다. 이 불로 90대 노모와 딸, 손자 둘 등 일가족 4명이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2014.1.13 <<지방 기사 참조, 일산소방서 제공>> suki@yna.co.kr
또 불길이 옆으로 번져 이웃의 샌드위치패널로 된 타인 소유의 가건물(50㎡) 2개 동 일부도 불에 탔다.
불은 약 2시간 만인 이날 오전 8시 17분께 완전히 진화됐으며 모두 8천만원(소방서 추산)의 재산피해를 낸 것으로 집계됐다.
wyshik@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4/01/13 11:39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