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일본에 '문학 한류' 붐 주도 김승복 대표

posted Jan 13,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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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K팝에 이어 이젠 'K문학' 바람이 불어야 합니다"

 

(서울=연합뉴스) 강성철 기자 = "연간 국내에서 우리말로 번역돼 출간되는 일본 서적은 900종이 넘는데, 일본에서 나오는 한국 번역 도서는 겨우 20종에 불과합니다. 순수문학만 놓고 보면 4∼7권이죠. 이젠 'K문학(한국문학) 바람'이 불어야 합니다."

 

일본 도쿄에서 '문학 한류'의 불을 지펴온 쿠온(COUN)출판사의 김승복(45·여) 대표는 자타가 공인하는 일본 내 '한국 문학 전도사'다.

 

그는 12일 연합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난 연말에 일본 출판계 관계자들을 초청해 한국 문학 설명회를 열었는데 예상보다 호응이 높아 느낌이 좋았다"고 밝은 목소리로 전했다.

 

김 대표는 "일본에서는 한국 문학의 인지도도 낮고 한국어를 이해하는 일본인 편집자도 얼마 없다 보니 출판이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그렇지만 작품 수준이 높아 꾸준히 소개하다 보면 언젠가는 베스트셀러도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한국에서 일어난 일류(日流)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대중문화가 먼저 퍼지고 난 다음에 고급문화가 수용되는 것이 순서입니다. 고급문화의 중심에는 문학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에서 K팝과 TV 드라마를 중심으로 거세게 불고 있는 한류가 이제는 K문학으로 이어질 때가 됐지요."

 

서울예술대학에서 시를 전공한 그는 1991년 일본에 건너가 도쿄에 있는 니혼(日本)대 문예과에서 평론을 공부했다. 졸업 후 광고회사에 입사해 일하다 독립했고, 탄탄한 문학성과 대중성까지 갖춘 한국의 좋은 작품을 일본에 소개하고 싶어 2007년 출판사까지 차렸다.

 

쿠온출판사는 2011년 '새로운 한국문학 시리즈'란 이름으로 한국 문학작품 번역서를 일본 시장에 선보였고 지금까지 9권을 발간했다.

 

한강의 연작소설 '채식주의자'를 필두로 '악기들의 도서관'(김중혁),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은희경) 등을 펴냈다. '채식주의자'는 발간 후 아사히신문이 "한순간에 맘을 빼앗긴 수준 높은 작품"이라고 소개한 것을 시작으로 요미우리신문, 마이니치신문, 교도통신 등에서 호평했으며 일본도서관협회 선정도서로 발탁되기도 했다.

 

'새로운 한국문학 시리즈'는 2011년과 2012년 연속으로 출판디자이너가 뽑은 '올해의 책'에 선정됐다.

 

출판에만 그치지 않고 그는 한국 문학 시장의 확대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병행하고 있다. 2011년 'K-문학 진흥위원회(이후 K-BOOK진흥회로 개칭)'를 설립했고 사무국을 쿠온출판사가 맡았다. K-BOOK진흥회는 지난해 두 차례 '일본어로 읽고 싶은 한국의 책 50권'이란 가이드북을 발행해 일본 출판계에 소개했다.

 

김 대표는 "K-BOOK진흥회는 저명 작가이자 호세이(法政)대 교수인 나카자와 게이 위원장을 비롯해 번역가, 출판사 대표, 자유기고가 등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참여해 한국 문학을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며 "가이드북에 소개된 50권은 문예 작품만이 아니라 그림책, 수필, 실용서, 만화 등 2000년 이후 발간된 한국 책을 엄선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다음 달에 김연수의 소설 '세계의 끝 여자친구'(시리즈 10)가 나올 예정이라고 밝히는 그에게 왜 2000년 이후 발표된 작품만을 선정해 일본에 소개하는지 물었다.

 

"2000년 이후의 한국 문학은 이전 세대보다 훨씬 자유롭습니다. 사회적인 이념 등에서 벗어난 보편적인 세계를 그리고 있어 흥미롭고 무엇보다 재미있기 때문이죠. 작품이 아주 좋아 동시대의 일본 젊은 독자에게 알려야겠다 싶어서 수많은 일본 출판사를 찾아갔지만 한국 문학을 잘 모른다는 이유로 거절당했어요. '이렇게 작품이 좋은데 왜?'란 생각이 들어 포기할 수가 없더군요. 그래서 아예 출판사를 차렸습니다."

 

NHK의 한국어 강좌 관련 책자가 외국어 교재 가운데 가장 많이 팔려나갈 정도로 일본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이 많아 한국 문학을 소개하기 좋은 환경이라고 그는 판단하고 있다.

 

김 대표는 "2호까지 나온 '일본어로 읽고 싶은 한국의 책 50권' 가이드북은 한국 번역 책이 연간 100권이 나올 때까지 시리즈를 이어가려고 하는데 수익 사업이 아니어서 어려움이 있다"면서 "한국의 출판계나 관련 부처에서 관심을 두고 지원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저희가 불씨를 지펴서 조금씩 한국 문학 시장이 커지고 있습니다. 쿠온출판사는 한국 문학의 안테나숍이라는 사명감으로 올해는 책, 영화, 드라마, 음악이 함께하는 행사도 열고 서점의 한국 북페어 등도 꾸준히 추진할 겁니다. 덕분에 한국 문학에 관심이 있는 편집자도 늘고 있어서 조만간 베스트셀러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wakaru@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4/01/12 09:0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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