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승욱 홍국기 기자 = 금융업에 종사하는 김모(42)씨는 지난 9일 롯데카드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전화상담사는 김씨에게 '신용정보 보호서비스'에 대해 설명하며 "30일간 무료이니 일단 써보고 결정하라"고 이용을 권유했다.
신용정보 보호서비스는 카드사용 내역을 실시간 문자메시지로 안내하고, 다른 사람의 명의 도용 등을 차단하는 카드사의 유료 부가서비스다.
김씨는 "고객정보가 대량 유출된 카드사가 정보 보안과 관련해 자사 고객에게 유료 부가서비스 영업을 한다는 게 말이나 되는냐"며 전화를 끊어버렸다.
KB국민카드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자신의 신용정보도 유출된 것이 아니냐는 한 고객의 문의에 "불안하면 신용정보 보호서비스에 가입해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앞서 검찰은 신용평가사 코리아크레딧뷰로(KCB) 직원이 KB국민카드 5천300만명, 롯데카드 2천600만명, NH농협카드 2천500만명의 고객 정보를 유출했다고 발표했다.
빠져나간 정보가 모두 1억400만건에 달해 금융기관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는 전례가 없는 사상 최대 규모다.
각 카드사들은 현재까지도 대책 수립은 커녕 명확한 사고 경위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 지나치게 돈벌이에만 집착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카드사들은 대부분 일정 기간 신용정보 보호서비스를 무료 서비스한 뒤 유료결제로 자동 전환하는 마케팅을 하고 있다.
현재 8개 전업계 카드사가 최저 700원에서 3천300원을 받고 시행하는 이 서비스는 명칭과 이용 요금도 조금씩 달라 소비자 혼란과 불만을 야기하고 있다.
금융소비자원의 조남희 대표는 "고객 정보가 유출된 금융사 대표들이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까지 한 상황에서 다른 한편으로 고객의 불안감을 이용해 유료 서비스 가입을 유도한 것은 적절치 않은 행동이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한편, 코리아크레딧뷰로(KCB)도 같은날 신용정보 방지 프로그램을 구입하라는 이메일을 고객들에게 발송해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KCB가 고객들에게 보낸 이메일에는 '내 명의도용 위험도 확인'이라고 적혀 있다. 위험도를 확인하려고 안내 버튼을 누르면 1만8천원을 내고 명의도용 방지 프로그램을 구입하라는 화면으로 연결된다.
자사 직원이 카드사 3곳에서 관리하는 1억여명의 고객정보를 몰래 빼돌린 혐의로 구속된 사실이 알려져 사회적으로 큰 파문을 일으킨 바로 다음날 이런 메일을 회원들에게 보낸 것이다.
KCB 관계자는 "해당 메일은 위험 사항을 알려주는 것에 동의한 고객에 한해 매달 한번씩 설정된 날짜에 기계적으로 발송되는 것"이라며 "이번 사건이 터진 뒤 우리도 인식을 못한 상태에서 발송돼 굉장히 당혹스럽다"고 해명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4/01/10 06:02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