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쥐가 괜찮으니 사람도 괜찮다”?. 시민들, 식약처장에 공분
대한의사협회, “쥐하고 사람하고 같나?”
식약처는 21일 기준치를 초과한 달걀을 매일 2.6개씩 평생 먹어도 안전하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가 '섣부른' 판단이라며 반론을 제기했다. 식약처는 신경 교란 물질인 '피프로닐'에 가장 고농도로 오염된 달걀이라도, 매일 2.6개 이하로만 먹으면 건강을 해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비펜트린'이 검출된 달걀은 매일 36.8개씩 평생 먹어도 문제없다고 발표했다. 이는 쥐 실험을 통해 계산된 하루 허용량을 100분의 일로 낮춰서 사람에게 적용한 것이었다.
식약처 검사대책팀 구용의씨는 “동물실험에서 나온 독성 기준값을 사람한테 직접 적용하기 어렵기 때문에, 사람에게 적용할 때는 1/100만큼 독성을, 값을 적용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한의사협회 견해는 다르다. 살충제 오염 달걀을 짧은 기간 섭취하는 것이라면 몰라도, 평생 그만큼 먹는다면 위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사람의 수명은 쥐보다 훨씬 길어서 아무리 허용량을 낮춰 잡았다고 해도 쥐 실험 결과를 사람에게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는 설명이다. 홍윤철 서울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실제로 사람한테 장기적으로 섭취했을 때 건강 영향이 어떻게 나타날 것인가에 대해서는 현재 자료가 없습니다.”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식약처 관계자는 의학 전문가와는 상의하진 않았지만, 식품이나 약물 전문가에게는 자문했다고 밝혔다. 국민의 불안을 줄이겠다며 서둘러 당국이 발표한 내용에 대해 의사협회가 공개 반박하면서 소비자 불안은 가시지 않고 있다. 하지만 소식을 접한 한 주부는 “식약처장도 마음에 들지 않는데 식약처 공무원들의 인식 자체가 너무 문제가 많은 것 같다. 사람하고 쥐하고 같나? 자기 자식들이 쥐새끼인가?” 라고 말했다.
점점 거세어지는 식약처장 사퇴 압박, 여당의원들도 비판
한편, 살충제 계란 파동과 관련 류영진 식약처장의 처신 문제가 계속 거론되면서 시민들과 야당의 사퇴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22일 국회 운영위원회와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등에서는 류 처장의 자질부족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국회 농해수위에서 자유한국당 등 야당 의원들은 살충제 계란이 국민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큰데도 류 처장이 업무 파악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늑장 대응을 했다는 질타가 쏟아졌다.
한국당 홍문표 의원은 류 처장을 향해 "어제 이낙연 국무총리는 류 식약처장이 업무 파악을 제대로 못 하면 책임을 묻겠다고 했는데, (류 처장은) 이 자리에서까지 업무 파악을 못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김태흠 의원은 "국무위원으로서 자질이 의심된다. 사퇴할 생각이 없느냐"고 물었다. 김 의원은 이어 "무경험에 무자질, 무인격에 자질이 없는 사람을 코드 인사로 식약처장에 앉히니까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라며 "임명 당시에는 '국민 건강을 책임질 사람'이라고 소개됐지만, (류 처장은) 자기 입도 책임지지 못할 사람"이라고 쏘아붙였다.
류 처장은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변명하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면서 야당 의원들뿐 아니라 여당 의원들로부터도 빈축을 샀다. 류 처장은 "와전된 부분이 있다. 언론에서 나온 것과 다른 부분이 있다"며 현재의 보도가 과장됐다고 반박했다. 이낙연 총리가 류 처장을 질책한 데 대해 "국무회의에서 총리가 짜증을 냈다"는 표현을 써 이개호 농해수위 위원장 직무대행으로부터 "답변할 때는 신중을 기해야한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이에 류 처장은 "(짜증과 질책은) 같은 부분이라고 본다"며 "너무 억울한 부분이 많다"고 응수했다.
한국당 이양수 의원의 살충제 계란을 매일 먹어도 문제가 없다는 식약처 위해평가결과가 맞는지를 묻는 질문에 류 처장은 "2.6개의 계란을 매일 먹을 때 만성독성의 위해가 있는데 평생 매일 그렇게 먹을 수가 없는 것 아니냐"며 질문의 본질과는 벗어난 답변을 하기도 했다. 민주당 박완주 의원도 이례적으로 류 처장을 비판하며 "현 장관과 처장도 (살충제 계란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번 파동을 예방할 수 있었음에도 하지 않은 경위는 반드시 부처 내에서 원인을 규명해 결과를 보고해달라"고 요구했다.
국회 예산결산특위에서도 류 처장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다. 전날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소비자의 공분을 사고있는 독성 생리대와 관련해 '아직 보고를 받지 못했다'고 하는 등 상황 파악도 제대로 하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국민의당 손금주 의원이 류 처장에게 "독성 생리대 문제를 알고 있느냐, TVOC(총휘발성유기화합물)가 무엇이냐"고 묻자 류 처장은 "그부분은 아직 보고를 못받았고…"라며 말끝을 흐렸다.
손 의원은 "인터넷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데 물질을 모르는게 말이 되느냐”라며 “제품 사용한 이후 생리 일수가 줄어드는 부작용이 있다는 말이 우후죽순으로 나오는데 그 물질조차 처장이 파악못하고 있고, 어떻게 처리할지도 너무 포괄적”이라고 꼬집었다.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야당 의원들은 임종석 비서실장을 상대로 류 처장의 임명은 잘못된 인사였다며 해임할 뜻이 있는지를 캐물었다. 임 비서실장은 류 처장이 "초기 업무파악에 부족한 점이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며 "국민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식약처장에 대한 시민들의 공분은 날로 거세어지고 있다.
스포츠닷컴 사회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