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은, 파리에서 발레리나 여왕이 되다
발레에는 '카스트 제도'가 남아 있다. 철저한 계급사회다. 크게 세 덩어리로 나누면 발레단의 '등뼈'라 불리는 코르 드 발레(corps de ballet·군무진)가 최하층을 받치고 그 위로 솔리스트와 수석 무용수가 있다. 강수진 전 독일 슈투트가르트발레단 수석(현재 국립발레단장)을 비롯해 누구나 거의 예외 없이 군무(群舞)로 출발한다. 남녀 주인공 뒤에서 배경이 되며 여럿이 한 몸처럼 춤추는 역할이다.
박세은(28)은 미국 아메리칸발레시어터(ABT), 한국 국립발레단에 이어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단에서 활약하며 밑바닥을 체험했다. 주역에서 군무로 '신분 추락'도 겪었다. 1669년 창단한 파리오페라발레단은 세계 최고(最古)이자 최고(最高)로 통한다. 발레 무용수 최고의 영예인 '브누아 드 라 당스(Benois de la Danse)' 수상자만 16명을 배출했다. 박세은은 외국인이 5%에 불과하고 경쟁도 심한 이 발레단에 2011년 한국 발레리나 최초로 입단해 지난해 말 프르미에 당쇠르(premier danseur· 제1 무용수)로 승급했다. 올해부턴 주역으로만 춤추고 있다.
스포츠닷컴 이현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