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뮤지컬 ‘캣츠’
1981년 영국 런던에서 초연한 뮤지켤 ‘캣츠’는 화려한 스펙터클과 드라마틱한 이야기에 익숙해져 있는 2017년의 관객들이 보기엔 다소 평면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이 작품이 40년 가깝게 무대에 올라갈 수 있는 데는 뒷골목 고양이들 세계에 빗댄 인생의 은유가 지금도 관객들의 마음을 관통하기 때문일 것이다.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공연 중인 웨스트엔드 오리지널팀의 <캣츠>는 젊어진 관객과 교류하기 위해 낡은 부분을 현대적으로 수정한 2014년 런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아시아에선 처음 공개됐다.
가장 눈에 띄는 캐릭터의 변화는 <캣츠>의 대표 고양이인 ‘메모리’의 주인공 그리자벨라(사진)가 더 젊어졌다는 것이다. 화려했던 시절을 그리워하며 회한에 젖는 그리자벨라는 그동안 얼굴의 주름과 그늘, 엉킨 곱슬머리가 강조되던 나이든 고양이로 그려졌지만 이번 버전에선 긴 생머리와 신비로운 눈매를 가진 고양이로 등장한다. 대신 이마에 ‘상처자국’을 지니고 있다. 취업 등 인생의 고단함에 공감하고 있는 젊은 관객들의 호응이 크다.
음악적인 부문에선 극장 고양이 거스의 아리아가 오페라풍에서 재즈풍으로 바뀌었다. 지금은 중풍에 걸린 거스는 과거 극장에서 아리아를 부르며 인기를 모았던 시절을 떠올리는 장면에서 재즈 스타일로 노래를 한다. 그동안 말을 하지 못해 항상 다른 고양이들이 소개해주던 마법사 고양이 미스토펠리스가이번 작품에서 다른 고양이들과 함께 ‘미스터 미스토펠리스’를 부른다.
춤은 고양이들의 기존 움직임을 유지하면서 현대적인 테크닉이 더해져 역동적으로 업그레이드됐다. 초연부터 안무를 맡았던 질리언 린이 직접 참여해 춤을 수정했다. 검비 고양이 제니애니닷의 탭댄스는 화려한 라인댄스 스타일의 전문 탭으로 바뀌어 생동감이 더해졌다. 분장 역시 진짜 고양이에 더 가깝게 수정됐다. 털 없는 샴 고양이 카산드라의 얼굴엔 갈색·흰색 줄무늬에 더해 노란색 줄무늬가 생겼다. 고양이의 다양한 체취를 살리기 위해 배우들은 캐릭터별로 지정된 향수를 사용한다. 멀리서도 냄새로 구별할 수 있다.
권병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