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희망의 증거"…쌍둥이 자매의 화려한 외출

posted Jan 06,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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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희망의 증거"…쌍둥이 자매의 화려한 외출
(서울=연합뉴스) 2004년 12월 고대 안암병원에서 '칠삭둥이'로 태어나 생사 갈림길에 섰던 쌍둥이 자매가 9년만에 부모님과 함께 병원을 찾아 배냇저고리를 선물했다. 아버지 최용호(40)씨는"아이들이 아플 때 한순간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며 "우리와 같은 고통을 겪는 분들에게 우리가 희망의 증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진은 3일 고대 안암병원 소아청소년과 이은희 교수를 비롯한 신생아 중환자실 의료진과 간호사들이 선물받은 배냇저고리를 받고 기뻐하는 모습. 2014. 1. 5 <<사회부 기사 참조, 고대 병원 제공>> photo@yna.co.kr

 

생사 갈림길 '칠삭둥이', 9년만에 고대병원 찾아 배냇저고리 선물

 

(서울=연합뉴스) 설승은 기자 = 2004년 12월 고려대 안암병원. 성탄절을 열흘 앞두고 최예원·예인 쌍둥이 자매가 '칠삭둥이'로 세상에 첫발을 내디뎠다.

 

다른 아기들보다 일찍 세상을 찾은 미숙아 자매는 부모의 품에 제대로 안겨보지도 못한 채 곧장 중환자실로 옮겨져 생사를 오가야 했다. 인공호흡기와 주사제에 의존해 겨우 생명의 끈을 이어갔다.

 

당시 예원양의 몸무게는 1.16㎏, 예인양은 1.19㎏에 불과했다. 둘을 합해도 보통의 신생아 한 명의 무게에도 못 미칠 정도로 너무나 가냘팠다.

 

설상가상으로 예원양은 미숙아 망막증과 뇌수종 합병증으로 고통이 더했다. 예인양은 그나마 상태가 나았지만, 이따금 호흡이 멈추거나 하지 경직으로 고생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갓 태어나 생사의 갈림길에 선 이들을 지켜보는 부모는 억장이 무너졌다. 아기들에게 닥친 지금의 고통뿐 아니라 혹여나 세상을 등질까 봐,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갈까 봐 매시간이 걱정과 괴로움의 연속이었다.

 

부부는 주변에 희망을 품을만한 사례가 없다는 게 가장 힘들었다. 같은 중환자실에 있는 비슷한 처지의 다른 아기들이 저세상으로 가는 것을 보면 두려웠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입원 기간 매일 자매를 면회하며 희망의 주문을 걸었다. 커피를 싸들고 가 간호사들을 응원했다.

 

그렇게 고통의 나날을 보낸 지 103일 만에 기적이 일어났다.

"우리가 희망의 증거"…쌍둥이 자매의 화려한 외출
(서울=연합뉴스) 2004년 12월 고대 안암병원에서 '칠삭둥이'로 태어나 생사 갈림길에 섰던 쌍둥이 자매가 9년만에 부모님과 함께 병원을 찾아 배냇저고리를 선물했다. 아버지 최용호(40)씨는"아이들이 아플 때 한순간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며 "우리와 같은 고통을 겪는 분들에게 우리가 희망의 증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진은 쌍둥이 자매가 병원에 선물한 배냇저고리 모습. 2014. 1. 5 <<사회부 기사 참조, 고대 병원 제공>> photo@yna.co.kr
 

자매는 부모의 간절한 바람과 주변의 정성어린 보살핌 덕분에 어느 정도 기력을 회복했고 몸무게도 부쩍 늘어 집으로 갈 수 있었다.

 

9년이 흐른 작년 말. 고대 안암병원에 특별한 손님이 찾아왔다. 건강하게 자란 쌍둥이 자매와 그 부모인 최용호(40)씨 부부였다.

 

이들을 반갑게 맞이한 사람은 자매가 9년 전 중환자실에서 사경을 헤맬 때 그곳에서 근무했던 김승남(여) 간호사. 9년이란 세월이 흘렀지만, 이들은 서로 단번에 알아보고 하염없이 재회의 눈물을 흘렸다.

 

김씨는 "제 딸과 자매가 동갑이었고 육아휴직 후 막 복직했을 때라 기억이 생생하다"며 "그 아기들이 이렇게 건강하게 커 줘 대견하고 가슴이 벅찼다"고 말했다.

 

최씨 부부의 손에는 배냇저고리 다섯 벌이 들려 있었다.

 

태어날 땐 사경을 헤맸지만 모든 걸 극복하고 건강하게 자란 자매를 보면서 다른 이들도 희망을 품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병원에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자매는 이제 10살로 초등학교 3학년이 된다. 꿈이 많고 놀기도 좋아하는 여느

어린이들과 같다. 신생아 때 병마의 후유증으로 예원양은 시력이 많이 저하됐고 예인양은 다리에 힘이 없어 걸핏하면 넘어지지만, 그래도 최씨 부부는 감사하기만 하다.

 

최씨는 5일 "아이들이 아플 때 한순간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며 "우리와 같은 고통을 겪는 분들에게 우리가 희망의 증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ses@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4/01/05 12:0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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