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대입전형료 낮추겠다”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올해 입시부터 대입 전형료 부담을 낮추겠다”고 밝히자 학부모·시민단체는 환영했지만 대학은 당혹스러워했다. “수험생 부담을 가중한 전형료 관행을 개선할 때가 됐다”는 학부모와 “전형방식과 모집인원까지 다 결정됐는데 올해부터 적용하라는 것은 대학에 손실을 감수하라는 것이냐”는 대학의 반응이 엇갈렸다. 이날 문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대입 전형료와 관련해 “해마다 수험생과 학부모들에게 과도한 부담을 줬던 것 중 하나”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분명한 산정 기준 없이 해마다 인상되고 금액도 제각각인 경우가 많다. 수시 1회에 10만원 안팎, 정시는 4만원대 수준으로 1인당 100만원 넘게 지출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며 구체적 액수도 언급했다.
전형료는 대학 자율에 맡겨져 있다. 교육부령인 ‘대학 입학전형 관련 수입·지출의 항목 및 산정방법에 관한 규칙’에 따라서다. 전형료를 받아 입학전형을 위한 인건비, 홍보비, 안내책자 인쇄비, 회의비, 식비 등으로 쓰게 하고 있다. 지출항목별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은 없다. 지난해 대학정보 공시에 따르면 218개 4년제 대학의 입학전형료 수입은 모두 1842억원. 경희대가 72억7333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중앙대(65억7740만원)·고려대(65억6947만원)·성균관대(63억4541만원) 순이다. 학부모들의 불만은 비슷한 전형이라도 대학마다 차이가 크게 난다는 점이다. 지난해 연세대 특기자전형은 14만5000원으로 4년제 대학 중 가장 비쌌다. 반면 성균관대에서 이와 유사한 글로벌인재전형은 6만원 정도였다.
수험생은 수시모집에서 많게는 6개 전형에 지원한다. 고3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수시모집에서 학생부종합전형은 대개 10만원 선이다. 수시 6번을 지원하고 정시 3번까지 지원하면 전형료로만 50만원은 쓰게 된다”고 말했다. 교육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구본창 정책국장은 “특기자전형·학생부종합전형 위주로 지원한다면 수험생당 100만원 가까이 든다”며 전형료 인하방침을 환영했다. 대학들은 전형료 인상 책임이 교육부에도 있다고 주장한다. 전형료 부담이 커진 것은 대입에서 수시모집 비율이 높아지고 학생부종합전형이 확대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수시모집에서 논술전형은 대개 6만~7만원이지만 학생부종합전형은 건국대·경희대의 경우 10만원 이상을 받는다. 서울의 한 사립대 입학처장은 “학생부종합전형 확대를 유도한 것은 교육부다. 이 전형은 입학사정관 등 인건비가 다른 전형보다 많이 들고 서류 평가, 면접 등 복잡한 단계를 거친다. 이런데도 대학이 ‘전형료 장사’를 하고 폭리를 취한다는 비판을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학들은 전형 중도에 탈락한 수험생에겐 교육부 지침에 따라 전형료의 일부를 돌려주고 있다. 2015년엔 전체 대학이 전형 중간에 탈락한 수험생 등에게 전체 전형료의 4.9%를 환급했다. 대학별로 ‘차이가 크다’는 비판에 대학 관계자들은 “현실적으로 그럴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충청권의 한 국립대 총장은 “이름이 비슷한 전형이라도 대학마다 절차·방식이 달라 소요예산도 다르다”고 설명했다.
조혜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