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병'이 생기는 이유는?

posted Jul 08,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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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버거병'이 생기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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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서울중앙지검에 맥도날드가 패티(햄버거에 들어가는 고기)를 덜 익혀 주는 바람에 우리 아이가 병에 걸렸다는 내용의 고소장이 접수됐다. 네 살 아이가 지난해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고 나서 대장균 감염증의 일종인 용혈성 요독 증후군(HUS)’에 걸렸다는 것이다. 병원 치료를 받았지만, 신장(콩팥) 기능의 90가 손상돼 매일 10시간씩 투석 치료를 받고 있다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국내에서 햄버거를 먹고 HUS에 걸렸다 고소한 건은 이번이 처음이다. 선례가 없던 만큼, 인터넷 곳곳에서 햄버거 패티에 내장이 섞여 대장균성 질환인 HUS가 발병한 거다”, “HUS는 잠복기가 2일인데 아이가 햄버거를 먹은 지 2시간 만에 증상을 보였다 하니 인과관계가 이상하다등 다양한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이런 추측들이 실제 의학적으로도 근거가 있을까.

 

강재헌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 이번 햄버거병 논란은 패티의 오염 가능성이 있지만, 인과관계를 밝히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흔하지 않은 일이다. 다만, 아이들한테는 햄버거의 위해 가능성을 설명해주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 아이들한테 햄버거로 인해 생길 수 있는 여러 부작용을 설명해주고, 당장 끊을 수 없다면 서서히 줄이도록 유도하는 게 좋겠다. 아울러 햄버거 등의 패스트푸드를 먹은 후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 증상에 대비해야 한다. 설사하거나 복통 증상을 호소한다면 병원을 찾아 분변검사 등 원인을 찾기 위한 검사와 진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성미경 숙명여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 햄버거병으로 불리긴 하지만 위해 미생물의 오염과 연관될 수 있고, 어떤 음식이든 음식의 준비단계에서 이런 위험요인을 제거하지 못했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 따라서 해당 음식 자체를 문제 삼기보다는 조리 보관 유통과정에서 지켜야 할 기본 수칙들을 잘 지켰는지 살펴봐야 할 필요가 있다. 이 논란으로 햄버거 자체가 먹어서는 안 될 식품으로 단정 지어지는 것은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다. 양질의 패티를 적합하게 조리하고 위생적으로 준비된 타 재료들과 함께 사용한다면 아이들의 간식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대량 유통을 하면서 잘 관리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은 주의해야 한다. 세트메뉴의 경우 햄버거보다는 튀김류나 탄산음료가 영양학적 불균형을 초래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김세중 분당서울대병원 신장내과 교수 = 햄버거를 먹고 용혈성요독증후군이 생겼다면 매우 드문 일로 생각된다. 지금까지 10여년간 용혈성요독증후군으로 입원 치료를 했던 환자 가운데 음식과 연관된 경우는 12명 정도로 기억된다. 물론 감염이 아닌 암이나 약물 때문에 용혈성요독증후군이 생기기도 한다. 그만큼 원인이 다양하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아이의 경우는 균에 더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햄버거 패티는 살코기와 내장을 함께 갈아 만들기 때문에 스테이크와 달리 속까지 익히지 않으면 균이 남아있을 수 있다. 따라서 조리원칙을 지키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다만, 영양학적인 이유 외에 감염의 우려로 햄버거를 먹지 말라고 하는 건 과도하다는 생각이다.

 

HUS는 대장균의 일종인 O-157이 일으키는 병입니다. 병원성 대장균이니, 기본적으로 동물 내장에 있는 균이죠. 인간 장에 대장균이 존재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하지만 꼭 내장을 먹는 방법으로만 접촉하게 되는 건 아닙니다. 가령 내장 손질한 칼을 제대로 닦지 않고 곧장 살코기를 손질했다면, 살코기를 먹다가도 HUS에 걸릴 수 있습니다. 동물 분변이 묻은 채소를 제대로 씻지 않았다면 채소 섭취만으로도 HUS가 발병할 수 있습니다. 동물 내장이나 분변이 닿은 물을 정수하지 않으면, 물 때문에 HUS 증세를 보이는 것도 가능하다

패티도 마찬가지죠. 만일 내장을 저미던 칼을 제대로 소독하지 않고 그대로 살코기 다질 때 썼다면, O-157이 패티에도 옮겨갈 수 있습니다. 햄버거 패티에 내장이 섞이지 않아도 발생할 수 있는 일입니다. O-157은 충분히 가열하면 사라지는 균입니다. 하지만 달리 말하자면, 제대로 익히지 않을 경우 균이 쭉 살아남아 독소를 내뿜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레어 스테이크나 육회도 이런 일이 잘 없는데 왜 패티만 가열 논란이 나오느냐면요. 우선 육회는 내장 요리와 같이 파는 음식점이 드물어서 문제 생길 여지가 적은 편입니다. 어쨌건 O-157은 동물 내장이 없는 곳에선 찾기 어려운 병원균입니다.

레어 스테이크와 패티를 비교하면, 보통 고기와 다짐육이라는 차이가 있습니다. 다짐육은 칼로 고기를 저미다 보니 칼날이 고기에 많이 닿기 마련이고, 칼날에 O-157이 남아있다고 가정한다면 일반 고기보다 병원균이 옮아붙을 기회가 많아w집니다 더군다나 스테이크는 레어라 해도 표면을 그슬리기 때문에 칼이 닿은 부위만큼은 저절로 소독이 되지만, 패티는 칼날 닿은 부분도 깊숙이 숨을 수 있으니 잘 굽지 않으면 균이 살아남을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아집니다 이 때문에 이번 사건에서 패티가 의심을 받는 것이다.

충분히 열을 가하면 O-157은 사라집니다. 햄버거 패티가 O-157 감염경로라는 전제 하에서, 모든 패티가 잘 구워졌지만 딱 하나 제대로 익지 않은 패티가 있었다면, 그 패티를 먹은 사람만이 병에 걸리는 건 가능하다

다만 이를 입증하는 건 쉽지 않을 듯합니다. 보도를 보니 아이가 HUS 증세를 보인 때는 지난해 9월이라더군요. 여태껏 패티가 남아있을 리도 없고, 패티 사진을 찍어두지도 않았을 테니 정말 덜 익은 패티가 원인이었는지를 객관적으로 증명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HUS는 육류 아닌 경로로도 감염이 가능한 병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