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 개봉 2주 만에 600만 돌파
한국영화 세 편 전체매출액의 64% 차지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연초부터 한국영화의 돌풍이 거세다. 연말에 개봉한 '변호인'과 '용의자'가 쌍끌이 흥행을 주도하면서다.
특히 이들 영화가 정치·사회·북한 등 우리 사회가 품은 다양한 문제들을 아우르고 있다는 점에서 '변호인' 등의 흥행고공 행진이 눈길을 끈다.
◇ 사회 품은 '변호인'
고(故) 노무현 대통령의 젊은 시절을 소재로 한 '변호인'은 개봉 15일 만에 635만 관객을 끌어모았다. 새해 첫날에만 67만 명을 모아 신정 최다 관객 기록을 갈아치웠다.
영화는 개봉 3일 만에 100만, 5일 만에 200만, 7일 만에 300만, 10일 만에 400만, 12일 만에 500만, 보름 만에 6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이 같은 흥행속도는 19일 만에 600만 관객을 돌파한 '7번방의 선물'(1천281만 명)과 20일 만에 돌파한 '광해, 왕이 된 남자'(1천231만 명)보다 빠르다.
개봉 2주가 지났어도 관객 수가 줄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고무적이다. 934만 명을 모은 '설국열차'는 2주차부터 급격한 하락세를 보였다.
영화를 본 관객들의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실제 영화를 본 관객들을 대상으로 한 평가에서 '변호인'은 10점 만점에 9,8점(CGV), 9.7점(롯데시네마), 9.69점(메가박스)을 받았다.
영화의 최대 강점은 휘발성 강한 '노무현'이라는 소재를 '정의, 민주, 공화'라는 이상적인 대사들로 포장하며 살려냈다는 점이다.
특히 국정원 댓글사건, 철도 민영화 논란 등 사회적 현안들이 풀리지 않는 실타래처럼 꼬여 있는 형국에서 사회적 정의와 이상을 추구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관객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주고 있다는 평이다.
직장인 김영진(35·가명) 씨는 "영화는 30여 년 전 이야기인데, 지금의 현실과 다를 바 없다"며 "그런 점이 영화 내용과 어우러지면서 슬픈 정서를 자극한다"고 말했다.
투자배급사 NEW는 영화의 인기가 높아감에 따라 기대 매출액을 상향 조정했다. 애초 500만 관객 정도를 기대했으나 지금은 1천만 명 이상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NEW의 한 관계자는 "'변호인'이 관객의 입소문에 힘입어 시간이 갈수록 흥행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며 "이런 추세라면 1월 중 천만 관객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 남북관계 다룬 '용의자'도 인기몰이
공유 주연의 '용의자'도 흥행 중이다. 영화는 개봉 9일 만에 250만 관객에 육박하는 성적을 냈다. 8일 만에는 200만 명을 넘겼다. 천만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와 같은 흥행 속도다. 배급사인 쇼박스 측은 입소문이 늘어남에 따라 500만 관객까지는 모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영화는 '도가니'(2011)로 흥행배우의 반열에 오른 공유의 탄탄한 무술 실력을 비롯해 현란한 카체이싱 장면 등 볼거리가 풍부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처럼 액션의 탈을 썼지만 영화의 핵심은 특수요원 출신의 탈북자가 딸을 찾고자 벌이는 사투와 여정이다. 왜곡된 남북 관계를 조명하는 한편, 국정원의 치부도 함께 드러낸다.
직장인 박지원(36·가명)씨는 "영화를 보면 국정원 사람들이 육군 대령 박희순(민세훈 역)을 빨갱이로 몰아간다. 이는 툭하면 사람들에게 종북 딱지를 덧씌우는 작금의 현실과 닮은꼴"이라며 "요즘 영화는 영화가 아니라 그냥 현실이라는 착각이 든다"고 말했다.
'변호인'과 '용의자'뿐 아니라 전도연 주연의 '집으로 가는 길'도 자국민 보호라는 대사관의 중요임무를 방기한 주불 대사관의 치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사회 드라마적인 요소가 강하다. 이처럼 현실 사회의 문제점을 꼬집은 세 영화의 매출액점유율은 전체의 63.9%에 달한다.
영화평론가 전찬일 씨는 "'도가니' 이후부터 대부분 흥행하는 영화들은 시대와 맞물린 작품들"이라며 "영화가 대중에게 카타르시스를 제공하는 한편, 공론장 역할도 수행하는 시대가 온 것 같다"고 말했다.
'집으로 가는 길' 중 한 장면 |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4/01/03 06:30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