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한국 청년> ③일본 종합상사맨 허병호

posted Jan 03,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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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유명 종합상사 입사한 허병호씨
일본 유명 종합상사 입사한 허병호씨
(서울=연합뉴스) 허병호(26)씨가 2일 회사 합격증을 든 채 포즈를 취했다. 2014.1.3 eddie@yna.co.kr

 

국내서 공부한 순수 국내파…치열한 경쟁 끝 공채 '합격'

"외국어는 기본, 꾸준한 열정을 보여라"

 

(서울=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 순수 '국내파' 대학생이 일본 명문대 졸업생들도 어렵다고 소문난 현지 유명 종합상사의 공채 시험에 합격해 화제다.

 

주인공은 단국대 경영학과 2006학번인 허병호(26) 씨.

 

올해 2월 졸업을 앞둔 허씨는 대학 재학 시절 일본에서 단기 워킹홀리데이와 기업 인턴 생활을 한 것을 빼놓고는 모두 한국에서 공부한 순수 국내파로, 지난해 7월 일본 대학생들과의 치열한 경쟁 끝에 거대 종합무역상사인 A사 입사를 확정 지었다.

허씨는 국내 취업이 어려워 외국으로 눈을 돌린 구직자들과 달리 처음부터 일하고 싶은 곳, 몸을 던져보고 싶은 회사를 목표로 치밀하게 준비했던 '노력파'다.

그는 중학교 시절 서울 동대문을 돌아다니다 일본인 관광객을 처음 접해본 뒤로 일본어에 호기심을 느껴 공부를 시작했다.

 

학창 시절부터 유창한 외국어를 무기로 세계 무역 현장을 누비는 이른바 '상사맨'을 꿈꿨다는 허씨는 대학에 진학해서는 전공으로 경영학을 선택했다.

 

경영학을 공부하면서 회사가 어떻게 수익을 내며 굴러가는지를 배웠고, 복수전공으로 일본어에 집중해 나름의 언어 실력을 키웠다는 게 허씨의 설명이다.

 

 

허씨는 군 복무를 마친 뒤 일본에서 워킹홀리데이를 할 기회를 얻었고, 당시 초밥집에서 일하며 만난 종합상사 직원들의 모습에서 자신의 미래를 봤다고 털어놓았다.

당시 식당 손님이었던 상사맨을 두고 "일본의 엘리트 중의 엘리트"라고 치켜세웠던 사장의 말에 오기가 발동해 "나도 저런 회사에 가려고 준비를 하고 있다"며 호언장담한 것이 오히려 그에게 자극제가 됐다는 것이다.

 

허씨는 일본에서 아르바이트 생활을 끝내고 한국으로 돌아온 이듬해 '글로벌 취업박람회'에 참가했고, 이곳에서 A사의 홍보관을 방문했다. 아무런 준비가 돼 있지 않던 때라 면접은커녕 '구경'만 하는 수준에 그쳤지만 상사맨이 되기 위한 허씨의 꿈은 더욱 단단해졌다.

 

허씨는 이후 '글로벌 무역 인턴십'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다시 일본으로 건너가 한국의 한 기업 현지 법인에서 일할 기회를 얻었고, 6개월간의 인턴 기간 말미에는 A사 본사에서 마련한 입사 설명회에 참가하기도 했다.

 

그가 본격적인 입사 준비에 나선 건 지난해 5월 일본에서 돌아온 뒤부터다.

'글로벌 취업박람회' 현장에서 문을 열어놓고 있던 A사 홍보관을 만날 수 있었고, 즉석에서 입사 지원 서류를 작성한 뒤 1차 면접을 보는 행운까지 얻었다.

 

면접 뒤로 불안과 초조가 교차했지만 2주가 지난 뒤 1차 합격이라는 통보를 받았고, 이후 일본 본사 인사부와 컴퓨터 화상을 통한 2차 면접까지 치렀다.

또 한 번의 고비이기도 했지만 합격 소식은 허씨를 기다리고 있었다.

 

두 달간 이어진 입사 시험의 마지막 관문은 본사 임원 면접. 그는 7월 중순 일본으로 건너와 최종 임원 면접에 응하라는 통보를 받았고, 임원들 앞에서 정말 아쉬움이 없을 정도로 자신을 보여줬다고 했다.

 

허씨는 면접 이틀 뒤 회사 본사에 초청받은 자리에서 "함께 일해보지 않겠느냐"는 묵직한 제안을 받으면서 마지막 문도 넘어선 것을 확인했다.

 

그가 임원 면접 과정에서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은 이번 채용이 한국인 대졸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한국 법인 직원 채용이 아니라, 우수한 일본인 지원자들과 동등하게 경쟁해 이겨야 하는 본사 공채 시험이었다는 것.

 

허씨는 합격 뒤 신입사원 교육 때는 회사로부터 '한국에서 대학을 다닌 한국인을 신입사원으로 뽑기는 처음'이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는 최근에는 2년간의 해외 취업 경험을 '해외 취업 성공 수기'에 담아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냈고, 마치 연말 선물을 받은 듯 '장려상'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는 해외 취업을 원하는 이들에게 당부하고픈 말이 있다고 했다.

 

허씨는 3일 전화 통화에서 "해외 취업을 준비할 때 외국어는 기본이며 설렁설렁 하다가는 원하는 직장을 얻기가 어렵다"면서 "하나 더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입사하고 싶은 회사에 끈질긴 열망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씨는 앞으로 신재생 에너지 분야에서 일해보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해양 풍력 발

전 분야에서 해외영업 전문가로 뛰고 싶다는 소망을 품고 있다.

 

오는 3월 가족과 함께 일본으로 건너가는 허씨는 4월 1일 첫 출근길에 나선다.

eddie@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4/01/03 08:05 송고